펜실베이니아 법원, “무제한 우편투표 허용은 위헌” 재확인

하석원
2022년 02월 19일 오전 11:30 업데이트: 2022년 02월 19일 오후 1:02

부재자가 아니더라도 신청만 하면 누구나 부재자 우편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한 선거법에 제동이 걸렸다. 펜실베이니아 주정부와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고, 트럼프와 공화당은 환영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연방지방법원은 16일(현지시각) ‘보편적 우편투표법’을 무효화한 지난 1월 판결의 효력이 3월부터 발효된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1월 법원은 찬성 3, 반대 2로 ‘보편적 우편투표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매리 한나 레빗 판사는 “유권자 편의를 증진한 법”이라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주(州) 헌법 개정 없이는 제정할 수 없는 법”이라고 판결 배경을 밝혔다. 민주당 톰 울프 주지사 정부는 판결에 불복하며 주 대법원에 즉각 항소했다.

레빗 판사는 이날 “대법원에서도 판결이 뒤집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녀는 1862년과 1924년에도 부재자 우편투표 확대법이 위헌 판결이 났는데, 울프 주지사 측 정부 변호사들이 판결문을 검토했지만 어떠한 오류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주 대법원에서 민주당에 유리한 판결이 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펜실베이니아 연방지방법원 판사들은 공화당 지명자 3명, 민주당 2명으로 공화당 우세 구도이지만, 주 대법원은 민주당 지명자 5명, 공화당 지명자 2명으로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이다. 다만, 판사들이 자신을 임명한 정당의 정치적 입장에만 따라가지 않고 소신 판결을 하는 경우도 있어 섣불리 예상하기는 힘들다.

주 대법원 판결의 향방은 오는 3월 8일께 열리는 구두변론을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식 심리 전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는 구두변론은 정확히 1시간 진행되며 양측 변호인에게 30분씩 변론 시간이 주어진다. 양측 변호인은 자신의 주장을 발표하고 대법관들의 질문에도 답해야 한다. 신랄한 질의응답이 오가는 구두변론은 재판의 향방을 가르는 매우 중요한 절차로 평가된다.

펜실베이니아의 ‘보편적 우편투표법’은 현재 미국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공방이 가장 치열한 의제 중 하나다. 민주당은 이를 지키려 하고, 공화당은 폐기하려 한다. 지난 대선 때 우편투표에 문제가 많았다고 판단한 각 주 공화당은 미국 전역에서 우편투표를 축소하고 현장 투표를 강화하는 데 당력을 쏟고 있다.

민주당은 보편적 우편투표법이 백인 기득권을 약화하고 상대적으로 약자인 흑인·히스패닉 투표권 보장할 수 있는 민주적 절차라고 주장한다. 반면 공화당은 사전투표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편투표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하면 자칫 선거의 신뢰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레빗 판사는 “만약 ‘보편적 우편투표법’ 제정을 위해 개헌안을 주민투표에 부친다면 통과할 것”이라면서도 개헌 없는 ‘보편적 우편투표법’은 헌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 헌법은 모든 유권자에게 자신의 지역구 내 투표소에서 투표하도록 규정했다. 부재자 투표는 “사업 또는 직업상 이유” 혹은 “질병, 장애 또는 종교적 휴일 준수”로 현장 투표를 할 수 없는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허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주 의회는 헌법 개정 없이 지난 2019년 ‘보편적 우편투표 법안’을 통과시켰고, 울프 주지사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은 부재자 사유가 없더라도 신청만 하면 누구나 우편투표를 할 수 있고, 신청할 때 원하면 영구 등록을 할 수도 있도록 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유권자 138만 명이 영구 등록을 신청했다.

2020년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이 발생하자, 보편적 우편투표법의 위력이 발휘됐다. 주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 우편투표는 260만 표로 총 투표수 619만표의 42%를 차지했다.

우편투표량이 급증하자 주 선관위는 당초 선거일 전 금요일 도착분까지 유효하다던 규정을 바꿔 선거 당일 오후 8시까지로 마감 기한을 연장했고, 그러고도 모자라 선거 당일 소인이 찍혔을 경우 선거일 이후 3일(11월 6일) 도착분까지 유효하다며 마감 기한을 추가 연장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현장을 찾은 유권자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1분만 늦어도 투표할 수 없는데, 이미 연장한 기한을 선거일 이후로까지 늦추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공화당은 이를 무효화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펜실베이니아 주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었다.

한편, 트럼프 이번 연방지방법원의 ‘보편적 우편투표법’ 무효화 효력 집행 판결에 대해 “위대한 애국정신이 아무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주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대선 때 우편투표 260만 표 중 약 4분의 3가량이 바이든 표로 집계됐다. 바이든은 약 8만 표 격차(1.18%포인트)로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에 승리했다.

* 이 기사는 잭 필립스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