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 창업자, ESG 신랄 비판 “중국 공산당 통제와 유사”

김윤호
2022년 04월 9일 오후 4:39 업데이트: 2022년 04월 11일 오전 11:29

페이팔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 대형 투자자인 피터 틸(54)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중국 공산당의 주민 통제에 비유하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틸은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2022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ESG는 증오를 찍어내는 공장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마도 암호화폐의 진짜 적”이라고 지적했다. 청중은 이 대목에서 큰 환호성을 보냈다.

틸은 “ESG는 중국 공산당과 유사점이 많다”며 “둘은 사회적인 것, 통치에 관심이 많다. 환경 보호는 통제를 위한 구실”이라고 주장했다.

ESG 경영은 최근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는 시도로 선전되고 있다. 그러나 ESG가 일종의 ‘사회적 신용점수’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사회적 신용점수’는 중국 공산당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점수제도다. 국민의 모든 행동에 점수를 매겨 고득점자에게는 혜택을 주고 저득점자에게는 불이익을 준다.

중국 공산당은 ‘공공질서를 준수하는 시민을 우대하기 위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기준은 중국 공산당이 언제든 뒤바꿀수 있다. 결국 사람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SG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기업에 ESG가 적용되면 동성애자 권리 보호, 기후변화 대응 등 전통적인 경영에서 벗어난 지표들이 강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즉, 사회를 주도하는 일부 엘리트들이 자의적으로 ‘도덕적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 낮은 신용등급을 부여해 기업을 통제하리라는 것이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이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머스크는 지난 3일 트위터에 “기업 ESG가 악마의 화신이라는 것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됐다”는 글을 올려 ESG를 절대선으로 떠받드는 재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ESG경영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 Rock)의 래리 핑크 회장이 지난 2018년 1월 주요 기업 CEO들에게 ‘자본주의의 힘’이라는 제목의 서한을 보내면서 재계 트렌드가 됐다.

핑크 회장은 이 서한에서 ‘모든 기업은 훌륭한 재무 성과뿐 아니라 사회에 대한 기여도 보여줘야 한다’며 ESG 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서한에서 자신이 강조하는 것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이며 이는 “‘깨어있음(Woke)’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후 블랙록은 미국에서 유행하는 극좌이념인 ‘깨어있음’을 중시하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ESG 경영의 방향성을 드러냈다.

틸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ESG 잣대를 들이대려는 시도가 환경문제 등을 내세워 암호화폐 통제하려는 각국 통화 당국의 야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비트코인은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국제환경보호 시민단체인 ‘천연자원보호협회(NRDC)’, 세계적 규모의 환경단체 ‘시에라클럽’의 격렬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채굴작업, 거래를 검증하는 작업 증명(PoW) 등 비트코인의 메커니즘이 지분증명(PoS) 방식을 사용하는 다른 가상화폐보다 환경에 더욱 유해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비트코인에 대해 환경단체와 비슷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내린 행정명령에서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에 “가상화폐가 기후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정부기관 보고서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이 명령에서는 디지털 달러 혹은 중앙은행(Fed)이 발행하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에 관한 설계와 연구개발을 시급한 사안으로 다룰 것을 요구했다.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안전성을 보증하는 디지털 화폐(CBDC)가 발행될 경우, 비트코인 등 기존 가상화폐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존재한다.

틸은 “내가 알기로는 (ESG는) 일부 탄소배출 산업과 비트코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만약 기업들이 이들 기업과 공개적으로 거래를 할 경우, 정부의 통제를 더 많이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틸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핑크 회장과 투자자 워런 버핏,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에 대해서도 ESG 같은 용어를 찍어내 혐오를 조장하며 금융을 지배하는 장로들이라고 비판했다. 금융 발전의 발목을 잡는 구세대라는 비난의 의미로 풀이된다.

틸은 지난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관해 투자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최근 메타(구 페이스북) 이사회에서 사퇴한 후 2021년 보수정치행동회의에 참석하는 등 정치에 강한 관심을 내비쳐 화제가 됐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해 학계와 정치인들이 과학이 아니라 정치나 교조주의에 휘둘리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에포크타임스는 현재 틸의 비트코인 투자액과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틸 캐피털 측에 연락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