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독립 감독위, 트럼프 ‘계정 정지’ 유지 결정

이은주
2021년 05월 6일 오전 10:10 업데이트: 2023년 06월 16일 오후 2:05

페이스북의 독립적인 감독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내렸던 계정 정지 조치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감독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의회 폭동 당시 트럼프의 게시물은 페이스북의 규준을 심각하게 위반했고, 폭력을 조장하고 정당화했다”는 판단을 내놨다. 

감독위가 지목한 문제의 게시물은 지난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 때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올린 게시물 2건이다. 

게시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당신은 매우 특별하다”고 언급한 내용이 포함됐다. 폭력 행위에 관여한 이들을 지지하거나 칭찬하는 발언을 금지하는 페이스북 규정을 위반했다고 감독위는 판단했다. 

감독위 위원장인 토마스 휴스는 이날 MSNBC에 출연해 “사람들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트럼프의 계정 정지 조치가 필요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자신의 발언이 적절했다고 주장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결정에 대해 “우리 나라의 수치”며 “완전히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급진좌파 미치광이들이 진실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의 표현의 자유는 빼앗겼지만, 진실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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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본사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입구에 위치한 간판. | Josh Edelson/AFP via Getty Images

다만 감독위는 페이스북의 결정 방식을 지적했다. 

“계정 복원 시기나 복원 여부에 대한 기준이 없으면서 사용자의 계정 사용을 중단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페이스북이 무기한 정지 조치에 대한 명확하고 공개된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독위는 또 “페이스북이 모호하고 기준이 없는 벌칙을 적용하고 문제 해결를 감독위에 넘겨 책임을 모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의 다른 사용자에게 적용되는 규칙과 일치하는 ‘비례적 대응’을 고려하는 결정을 검토하고, 적절한 벌칙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페이스북 측은 성명을 내고 감독위 결정을 고려해 명확하고 비례적인 대응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그동안 트럼프 계정은 계속 정지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트럼프 계정을 언제까지 폐쇄할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앞서 페이스북은 지난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폭력 선동’을 이유로 트럼프의 계정을 정지했다. 

당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난입 사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게시글을 올리도록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무기한 정지한 뒤 지난 1월 21일 최종 결정을 감독위에 넘겼다. 

감독위는 당초 90일 이내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위원들은 9000개 이상의 공개 논평을 받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 결정이 미뤄졌다. 

공화당 의원들은 감독위에 계정 중단 조치를 철회해달라고 촉구한 반면 민주당은 계정 중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하원 법사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한심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켄 벅 하원의원은 “페이스북은 정치적 선호를 기반으로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페이스북이 조직하고 자금을 지원한 감독위가 이런 결정을 재확인했다”고 비판했다. 

Facebook founder and CEO Mark Zuckerberg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벅 의원은 이어 미국 국민들은 어떤 기업이라도 “수정헌법 1조의 권리를 심판하기 위해 편향되고 준사법적인 독립체를 설립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감독위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로 칸나 하원의원은 성명에서 독립위의 중단 결정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감독위의 결정이 윤리적 커뮤니티의 기준과 사용자의 발언 간 균형에 대한 자신의 원칙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메리 게이 스갠런 하원의원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이것으로 끝날 수 없다”며 1월 6일 공격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져야 하며 가담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SNS 기업의 규제 조치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간기업이 주체가 돼 대통령의 발언을 막고 계정을 규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책임 프로젝트의 설립자 겸 사장인 마이크 데이비스는 이번 조치에 대해 “놀라울 일이 아니다”라며 페이스북이 근본적으로 법 집행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느 기업도 대통령이 미국 국민과 소통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져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페이스북 감독위 이사 5명이 계정 중단 여부를 검토한 뒤 과반수 찬성으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설립된 감독위는 페이스북 결정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사실상 법원 역할을 맡고 있다. 

페이스북 국제문제 및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인 닉 클레그는 지난해 성명에서 “페이스북은 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감독위의 결정을 시행할 것이며 감독위가 제시한 정책 가이드라인에 따라 건설적이고 성실하게 대응하겠다”며 최대한 감독위의 판단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클레그는 지난 1월 감독위가 트럼프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 정지 조치를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페이스북뿐 아니라 트위터도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폐쇄했다. 유튜브도 같은 달 정지 조치를 내렸지만 플랫폼 접근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계정을 차단한 빅테크 기업의 행위를 “검열 조치”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자체 신규 SNS 플랫폼의 초기 형태를 공개해 소통에 나섰다. 

트위터 형태의 플랫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웹사이트를 통해 구현됐다. 현재 웹사이트에는 공화당에 전달하는 영상과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다만, 이용자들이 계정을 생성하거나 게시물에 답글을 달지는 못해서 블로그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