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달군 예방접종 찬반 논쟁

코난 밀너
2016년 12월 13일 오후 4:53 업데이트: 2019년 07월 25일 오후 4:48

SNS에서 싸움을 걸고 싶다면 예방 접종이란 말을 꺼내라. 순식간에 전쟁터가 될 것이다. 2016년 1월 8일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의 게시물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는 딸을 안은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서 이런 글을 올렸다. “병원 가자 – 예방접종 맞아야지!”

해당 게시물에는 현재까지 340만 개 이상 댓글이 달렸다. 다수는 전염병 예방에 대한 주커버그 개인의 동조에 찬사를 보내는 반면 일부는 백신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라고 비난한다. 양측 모두 다양한 그래프, 통계 및 유명인사들의 이름을 들어 팽팽하게 접전 중이다.

본 게시물에 게재된 다양한 의견이 새로운 연구 주제가 됐다.

<백신(Vaccine)>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찬반 양측이 예방 접종에 대해 어떻게 의견을 개진하는지를 연구 주제로 삼았다.

연구진은 다양한 감정, 사고방식 및 사회적 관심사를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언어학적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 1400개의 댓글을 분석했다.

찬반 양측은 유사한 수준의 분노를 보였다. 가장 유의미한 발견은 예방접종을 찬성하는 입장의 댓글이 더 감정적이고 우려에 찬 목소리를 낸 반면 예방접종에 반대하는 댓글은 논리적이고 건강, 생물학, 연구 및 과학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담고 있었다는 점이다.

본 연구 논문의 공저자이자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 라 시에라 대학교에서 건강과 사망률의 심리사회적 변수를 연구 중인 레슬리 R. 마틴 박사는 이 연구 결과가 “매우 놀랄만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마틴 박사는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우리는 예방접종을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진영이 더 선동적이고 부정적이며 감정적인 논조를 보일 것이라 기대했다. 예방접종 반대파가 비논리적일 것이라 예상했고, 예방접종 찬성파는 논리적인 주장을 펼치며 사려 깊고 복잡한 방법으로 상대를 설득할 것이라 예상했다”고 회고했다.

마틴 박사는 연구 결과가 단순히 언어적 분석에 기반한 것이며 예방접종 자체에 대한 사실을 검증한 것이 아님을 명시했다.

“예방접종 반대파의 댓글에서 분석적 사고의 증거가 더 많이 보인다는 의미는 분석적 단어가 더 많이 사용됐다는 점이다. 또한 단정적인 언어와 공식적이고 정확한 표현을 더 많이 쓰는 경향이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정확했다는 것이다.” 마틴 박사의 말이다.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병원 가자-예방접종 맞아야지!” 게시물. | Facebook @Mark Zuckerberg

과한 자신감?

페이스북 댓글에서 발견된 또 다른 흐름은 예방접종 찬성파가 대응에 있어서 머뭇거리는 편인 반면 반대파는 자신감이 강했다. 비록 통계적으로 논리적 언어 흐름만큼 유의미하지는 않았지만, 연구진은 반대파의 자신감이 사회과학 용어인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 Kruger effect) 때문일 수도 있다고 본다. 더닝 크루거 효과란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데 사용된다.

“이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예방접종) 문제의 복잡성을 진정 이해한다면 확신에 차서 말하기가 어렵다. 반면 제대로 된 지식이 없는 경우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모르기 때문에 더 확신에 찬 목소리를 내기가 쉽다.”

대중에 대한 영향력

본 연구결과는 안전, 의약품 효능, 예방접종 필요성 등에 대한 대중의 의견을 주도해야 할 보건 관련자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점점 더 많은 부모들이 보건 전문가가 인정하는 수준보다 예방접종 위험성을 더 크게 평가한다. 이러한 잘못된 관념이 확산되면 예방접종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예방 접종률 하락으로 인해 기존에 퇴치했던 일부 전염병이 재유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의사들은 경고하고 있다.

예방접종 반대 웹사이트가 주장하는 정보의 부정확성을 밝히려는 의학계의 노력에도, 인터넷 상의 잘못된 정보들은 이를 믿는 부모들의 의심을 부추기고 있다. 독일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웹사이트를 10분 이하의 짧은 시간 동안 본다 하더라도 예방접종에 대한 위험 인지 수준이 증가했고 접종 거부에 대한 위험 인지 수준이 감소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연구진들이 페이스북 댓글을 주의 깊게 보는 이유이다. 예방접종을 주저하는 부모들의 사고방식을 의료계가 이해할 수 있다면, 더 효과적인 설득이 가능한 주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정보 자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별 효과가 없다. 공포, 불안, 의심 등 감정적 요소들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더 큰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순히 감정과 선입견을 배제한 비용 대 효과의 분석이 아니란 뜻이다.” 마틴 박사가 덧붙였다.

예방접종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또 다른 고려사항은 적절한 메시지 전달 주체를 선별하는 것이다. 예방접종 반대주의자들은 접종 권고 집단에 대해 전반적인 회의를 품고 있다. “거대 제약회사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며 제대로 된 정보를 담은 주장을 펼친다면 그 주장은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지금까지 예방접종에 회의적인 부모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했던 전략은 의무 접종이었다. 예를 들어 2016년 6월 캘리포니아 주는 모든 비의료적 예방접종 예외 사례를 무효화하고 공립학교 입학 전 예방접종 의무화 법안을 발효시켰다. 연구진들은 해당 법의 발효 수개월 전부터 유치원생의 예방접종률이 2.5% 증가했음을 발견했다.

비록 강제적 방식의 효과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마틴 박사는 대중의 마음과 머리를 움직이는 호소가 장기적으로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일 것이라고 본다.

“해당 법안을 지지하면서도 법안 이행과 함께 대중의감화, 교육, 변화를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단순히 의무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아는 정보에 입각한 합리적인 선택으로 자녀에게 접종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