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창룽은 왜 왕치산에게 거수경례를 했을까

샤샤오창(夏小強)
2018년 03월 10일 오전 6:13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4

3월 5일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리커창(李克強) 총리가 정부업무보고를 마친 직후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여러 위원들이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 악수를 나누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된 것이다. 특히 해임을 앞둔 판창룽(範長龍)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왕치산과 악수를 나눈 뒤 군대식 거수경례까지 하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중국 공산당 고위급 관료들, 특히 왕치산이나 판창룽 같은 국가 지도자급 인사들은 대중 앞에서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상급자와 하급자가 친밀한 관계더라도 공개석상에서 거수경례와 같은 인사를 주고받는 경우는 금기시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직위와 신분을 고려했을 때 판창룽은 왕치산과 업무상 교류가 잦은 편도 아니어서, 군대식 거수경례를 통해 존경을 표시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판창룽이 이날 보여준 모습이 상식를 벗어났을 뿐 아니라 이상해 보이기까지 한 이유다.

이러한 ‘유별난’ 행동은 판창룽이 조사 받고 있다는 소문을 입증하는 듯 비춰지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월 9일 팡펑후이(房峰輝) 전 연합참모부 참모장(상장)의 낙마를 발표한 데 이어 중앙군사위 부주석직에서 판창룽을 해임하고 조사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1월 25일 당국은 판창룽의 낙마를 다시 부인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판창룽은 2014년에 이미 쿠데타 혐의로 한차례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쉬차이허우(徐才厚)의 측근인 판창룽은 쉬차이허우가 직접 발탁, 추천한 군사위 부주석 후임자였지만 시진핑의 신임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그는 재임 기간 5년 동안 줄곧 시진핑의 군개혁에 저항해 왔을 뿐 아니라, 인도와의 국경지대에서 군사위기를 일으켰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팡펑후이(房峰輝) 전 중앙군사위 연합참모장과 장양(張陽) 전 정치공작부 주임과 더불어 군부 내 심복지환(心腹之患: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근심이나 병폐)으로 여겨져 왔다. 시진핑이 군부 내에서 장쩌민 세력을 완전히 축출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제거가 최우선 과제였다. 따라서 판창룽의 낙마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판창룽의 낙마가 외신에 의해 폭로되자 이를 반박했다. 이러한 과정으로 보아, 판창룽은 아직 쌍규(雙規:기율위가 비리 혐의 당원을 정식 형사 입건하기 전에 구금 상태로 조사하는 것) 처분까지 받은 것은 아니지만 중앙기율위원회의 정식 조사는 받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 때문에 판창룽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과거 판창룽과 같은 사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2016년 8월 홍콩 언론은 리지나이(李繼耐)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주임과 랴오시룽(廖錫龍) 총후근부 부장이 군 기율위에 연행, 조사를 받게 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2017년 1월 26일, 이 두 사람은 베이징 신년단배회(團拜會)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연착륙’의 조짐을 보였다.

이전에 시진핑은 군 관료 중 최고위층인 군사위 부주석을 실각시키려 한 바 있었으나, 이들 모두 사전에 퇴직하고 이임했다. 따라서 현직 군사위 부주석인 판창룽의 낙마는 그 파급력과 영향력이 과거의 사례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과 장쩌민 세력이 판창룽에 대한 처리를 둘러싸고 치열한 싸움을 펼치는 가운데 판창룽이 대중 앞에서 왕치산에게 거수경례를 한 것이다. 따라서 이 장면에는 여러 의미가 내포돼 있다.

첫째, 판창룽의 행동은 ‘눈 가리고 아웅 하기’라는 의심을 받기 쉬우며, 이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오히려 외부에 자신이 현재 조사 받고 있다는 소문을 입증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둘째, 왕치산이 여전히 반부패 운동에 지대한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판창룽의 거수경례는 공개적인 방식으로 왕치산에게 용서를 구하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셋째, 판창룽이 외부에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행동으로, 본인 진영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경고를 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시진핑과 장쩌민 세력 간의 투쟁 강도도 분명하게 가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판창룽의 운명은 낙마와 연착륙 사이를 오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최종 결과는 시진핑과 장쩌민 세력 간의 대결 양상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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