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빙빙 실종·마윈 은퇴… 두려움에 떨고 있는 中 유명인들

박숙자
2018년 09월 27일 오전 5:28 업데이트: 2019년 10월 24일 오후 5:21

중국 톱 여배우 판빙빙(範冰冰)의 소식이 약 100일째 끊긴 상태다. 판빙빙의 신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그녀가 거액의 탈세 혐의를 받아 당국에 구금돼 있다는 소식이 보도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탈세는 구실에 불과할 뿐이다. 판빙빙 실종의 배경에는 미중 무역전쟁과 국내 경제 상황 악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해당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근 유명 연예인 및 부호로부터 거액의 재산들을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압류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

중국 언론 “판빙빙 구금돼 있다”

8월 6일 중국내 소식통은 매체를 통해 “판빙빙이 베이징 시내에 구금된 채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소식통은 자신의 친척이 사정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현재 판빙빙을 구금해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판빙빙은 밤에 잠을 잘 때도 감시당하고 있으며, 불을 끄는 행위 및 이불 속에 손을 넣는 행위까지 제재를 받고 있다. 소식통은 “인신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6일 ‘증권일보’ 인터넷판에 게재된 기사 또한 판빙빙의 구금에 대해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판빙빙은 탈세 의혹 외에도 일부 은행의 불법 대출 및 비리 사건에 연루돼 있으며, 향후 법적 처벌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뒤 증권일보는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중국 언론들은 판빙빙의 과거 5년 간 총 수입이 약 10억 위안(약 1631억 7000만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또한 판빙빙이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회사는 무려 12개에 달하며, 이와 더불어 해외 부동산 투자를 통해 엄청난 부를 획득했다고 비판했다.

정부 성향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 또한 해당 비판에 가세했다. 이달 3일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이 공개한 《중국 탤런트 사회책임연구보고서》에서는 판빙빙이 ‘스타’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표가 표기돼 있었다. 판빙빙이 받은 점수는 ‘0점’이었다.

연예 활동 보수에 대한 세율 7배 인상

8월 1일 중국국세총국은 영화 제작사와 연예 기획사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징세 제도를 실시했다. 새로운 제도는 연예 기획사와 연예인이 누리는 과세 우대 조치를 모두 철폐했고, 개인 소득세 세율을 35%로 통일했으며, 6%의 증치세(부가가치세)와 0.78%의 증치 부가세도 추가됐다. 따라서 변경된 세율은 총 42%로 나타났다.

‘중국경영보(中國經營報)’의 7일 기사에 따르면, 익명의 연예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 연예인의 조세율은 6%였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연예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10월까지 올해 상반기 ‘부족 분’의 세액을 지불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판빙빙 사건으로 인해 중국 연예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앞으로도 많은 거물 연예인들이 중국 당국의 단속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포(華頗) 대기원 시사평론가는 “연예 활동 세율 인상을 강행한 중국 당국은 향후 약 1000억 위안(한화 약 16조3170억 원) 이상의 자금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부자들 또한 당국의 ‘먹잇감’으로 노려지고 있다.

부자들 사이에 확산되는 불안

올해 5월 우샤오후이(吳小暉) 안방보험 그룹 前회장은 사기 및 직권 남용과 관련된 혐의를 인정받아 징역 18년의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후 우샤오후이의 개인 자산 105억 위안(약 1조7132억 원)은 당국에 압수됐다. 해당 기업은 2월 공적 관리 대상이 됐다. 우샤오후이오는 중국의 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손녀와 결혼한 사람이기도 하다.

7월 중국 ‘하이항 그룹(HNA 그룹)’의 2인자 왕젠(王建)이 프랑스 남동부에서 수수께끼의 사고고 인해 사망했다. 하이항 그룹이 은닉했던 자산은 약 1780억 달러(약 198조7370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내 부호들 사이에서는 다음 표적이 누가 될지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그 중에는 갑자기 중국공산당의 환심을 사려고 로비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마화텅(왼쪽)과 류창둥(오른쪽)이 옌안 방문시 ‘홍군’ 군복을 입은 모습. | 인터넷 이미지

중국 인터넷 서비스 대기업 ‘텐센트 홀딩스’의 마화텅(馬化騰) 회장과 중국내 2위 전자상거래업체 ‘징둥(京東)’의 창업자 류창둥(劉強東) 회장은 올해 6월 ‘중국공산당의 성지’라고 불리는 산시(山西)성 옌안(延安)시를 찾아 공산 정권에 충성을 맹세했다.

최근에는 1920년대 공산당이 조직한 ‘홍군’의 군복을 입은 마화텅의 모습이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네티즌들은 ‘(마화텅이)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것 같다’ ‘몸을 사리기 위한 부득이한 행동이다’라는 등의 동정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올해 1월 발표된 미국 ‘포브스’의 부호 순위에 따르면, 마화텅의 개인 재산은 501억 달러(약 55조 9366억 원)로 세계 부호 순위 14위,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당국은 청소년의 시력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온라인 게임 규제에 나섰다. 이 여파로 인해 이달 중순 텐센트의 인기 온라인 게임 ‘몬스터 헌터 : 월드’의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 실적 악화가 이어짐에 따라 8월 31일 홍콩 주식 시장에서 텐센트의 주가는 전날보다 7.7%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전자 상거래 최대 기업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이 “내년 9월에 은퇴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마윈이 명예와 돈을 얻었지만 공산당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은 듯하다. 마윈의 은퇴는 ‘몸을 지키기 위함’이다”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마윈이 은퇴를 표명한 당일, 알리바바 산하 전자결제 서비스 회사인 ‘알리페이’는 중앙은행이 설립한 중국 은행카드 연합조직인 ‘중국은련유한공사(中國銀聯股份有限公司)’에 흡수됐다. 사실상의 ‘상납’이다. 마윈은 과거 “알리페이를 언제든지 국가에 내놓을 용의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중국내 매체 ‘호기심 일보’는 “중국 기업의 경영자는 당국의 ‘정치적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항상 조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유화’로 부유층 자산 몰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셰톈(謝田) 교수는 “중국 당국은 유명 연예인이나 부호의 자산을 이용해 재정 적자를 메우려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중 간 무역전쟁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이후 외화 환율 조작에 반복해서 개입해왔다. 이로 인해 중국내 외화의 흐름은 7월부터 약 2개월이 넘도록 감소하는 추세다. 셰톈 교수에 따르면,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해 중국내 현금 흐름 또한 악화되고 있다.

한편, 중국 경제금융 전문가 우샤오핑(吳小平)은 11일 발표한 평론을 통해 “역할을 다한 사영경제는 이제 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경제를 부정하는 해당 평론의 논조는 민간 기업가와 투자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셰톈 교수는 해당 기사가 중국 공산 정권의 뜻을 반영했다고 여기며 “공산당은 예전부터 자본가를 타도 대상으로 여겨왔다. 앞으로 중국 민간 기업인 및 유명 연예인은 힘든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향후 해외 이민 붐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공산당은 정권을 장악하기 전인 1920년대에 “가난한 인민을 해방시키기 위해 ‘악덕 자본가’와 싸우고 있다”고 선전했다. 이후 공산당은 부호들의 재산을 강탈하고, 사람들에게 분배하는 운동을 일으키며 농민과 노동자의 지지를 얻어 정권을 탈취하는데 성공했다. 오늘날 부자들은 다시 공산당의 도마 위에 올랐다. 100년이 지났지만 공산당 방식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에서 공산당이 정권을 쥐고 있는 한, 이른바 ‘성공한 인물’인 연예인과 부자들은 도마 위의 생선에 불과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