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코로나 자연기원 가능성 희박’ 비공개 보고 받았다…내부문건 공개

하석원
2022년 01월 29일 오전 11:28 업데이트: 2022년 12월 26일 오후 3:29

美 하원 위원회, 수개월 공방 끝에 파우치 이메일 입수
코로나 초기, 최고위 과학자들 언론보도 대응 드러나
파우치, ‘실험실 유출 가능성 매우 높다’ 내부 보고 묵살
美 국립보건원 원장도 ‘음모론’ 구호로 반대 의견 억눌러

2020년 코로나19 사태 초기, 앤서니 파우치 박사 등 미국 보건당국 고위 관계자들이 중공 바이러스가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지적하는 내부 전문가들의 이메일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중공 바이러스는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병원체다.

당시 각국 언론들이 코로나19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파우치 박사와 소수의 최고위급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음을 시사하는 증거와 전문가 견해가 있었는데도 코로나19의 자연기원설을 강화하는 쪽으로 언론 대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House Oversight Committee) 소속 공화당 의원들이 추가 공개한 보건당국 고위 관계자 내부 이메일을 통해 드러났다. 여기에는 2020년 2월1일 코로나19 대응 관련 화상회의 기록 등도 포함됐다(하원 보고서 PDF)(하원 감독위원회 트위터).

파우치 박사 등이 주고받은 이메일 중 상당수가 이미 삭제됐지만, 일부는 공화당 의원들이 정보공개 청구 등으로 입수해 공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파우치 소장과 고위급 과학자들이 코로나19의 진실과 관련해 거짓 주장과 은폐를 반복해왔음이 밝혀지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이메일은 파우치 박사(미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 그의 상급자인 전(前) 미 국립보건원(NIH) 원장인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 영국 웰컴트러스트 재단 이사인 전염병 전문가 제레미 패러 박사 등 고위급 과학자들이 주고받은 것들이다.

이에 따르면 패러 박사는 2020년 2월1일 화상회의에서 “최소 두 명의 과학자가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나왔다고 60~80% 확신한다”고 말했다.

두 명의 과학자는 미국 툴레인대 의대 로버트 게리 박사와 기초 생의학 연구소인 스크립스연구소의 마이크 파르잔 박사다.

이들은 미 국립보건원으로부터 연구기금을 지원받아 각각 진행한 연구를 통해 코로나19의 바이러스를 분석했는데,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은 스파이크 단백질 안에 ‘퓨린’과 유사한 분절 부위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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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보건원(NIH) 원장 재임 시절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 2021.5.26 | Sarah Silbiger-Pool/Getty Images

파르잔 박사 “이론적으론 가능, 실제 가능성 희박”

파르잔 박사는 2005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에서 수용기를 발견한 면역학자다(관련 논문). HIV에 대해서도 오래 연구했던 그는 다른 과학자들에게 보낸 문서에서 퓨린 분절 부위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인 견해에서 “이론적으로 바이러스의 퓨린 분절 부위가 자연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긴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단백질 분해효소인 퓨린은 인체의 폐, 간, 소장 등 여러 장기에서 발견된다. 바이러스에 퓨린과 비슷한 구조(퓨린 분절 부위)가 존재할 경우, 인체 감염이 더 쉬워진다. 그런데 문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와 동종인 사스 바이러스는 자연적으로 발생했을 경우, 퓨린 분절이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연구자들에게도 수수께끼였다(관련 논문).

퓨린 구조를 가진 바이러스는 전혀 다른 종인 HIV-에볼라 바이러스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퓨린 구조를 발견한 파르잔 박사를 당혹게 한 점이 바로 이것이다.

파르잔 박사는 “(이 같은 바이러스의 탄생은) 인체 세포조직을 배양해 사스 바이러스를 세포에 침투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가능했을 수 있다”며 “이 과정을 더 길게 유지시킴으로써 사람 간 전염이 매우 빠른 바이러스가 우연히 만들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 감염에 특화된 모습을 나타낸다.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최근 연구에서도 실험한 모든 바이러스 가운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가장 높은 결합력을 보였다며 “인간을 감염시키는 것이 특징”이라고 언급했다(네이처 논문).

파르잔 박사는 살아있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인체조직에 계속 감염시키는 과정을 반복해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를 가속화했으며, 이렇게 변이된 바이러스 중 하나가 실험실 밖으로 유출됐을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60~70%로 추정했다.

이러한 추정은 파르잔 박사가 우한연구소의 실험 실태를 상당 부분 이해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이메일에 따르면, 우한연구소는 생물안전등급 4등급 실험실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2등급 실험실에서 이 같은 위험한 실험을 벌이고 있었다. 파르잔 박사 역시 이 사실을 인지했다.

2020년 7월, 우한연구소 소장인 스정리(石正麗) 박사 역시 2등급 실험실에서 이런 실험을 하고 있었음을 시인했다.

파르잔 박사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 국립보건원과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로부터 총 2천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또 다른 과학자인 크리스티안 앤더슨 역시 지난 2020년 1월31일 파우치 박사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가 몸담은 캘리포니아의 스크립스 연구소는 파우치 박사가 이끄는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의 지원금을 받는 시설이다. 앤더슨은 나중에 자연기원설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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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있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왼쪽의 원형 탑이 있는 건물이 생물안전등급 4등급 실험실이다. 2020.5.13 | Hector Retamal/AFP via Getty Images/연합

게리 박사 “자연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2020년 2월1일 원격회의에서는 자연발생설을 부인하는 또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게리 박사는 원격회의에 참석한 고위 과학자들에게 “박쥐 바이러스에서 유래됐다는 시나리오는 그럴듯하지만, 나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아미노산 레벨에서 가지런히 정렬됐다”며 “자연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실에서라면 의도하는 대로 완벽한 12개의 염기 삽입물을 생성하는 것은 쉬울 것”이라고 밝혔다.

게리 박사도 파르잔 박사와 비슷한 개인적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파우치 박사에게 푸린 분절 부위가 자연적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실험실에서 만들려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그는 반복적인 감염을 통해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도록 했을 것이라는 파르잔 박사의 견해와는 달리 인공적으로 직접 삽입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두 과학자 모두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기원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우한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들이 지적한 ‘퓨린 분절 부위’의 존재는 오히려 자연기원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사용됐다. 화상회의 하루 전 발표된 ‘가장 가까운 기원(The Proximal Origin paper)’이라는 논문에서는 이를 동물 등 중간 숙주를 거치며 발생한 것으로 설명됐다.

이 논문은 2020년 2월 16일 온라인에 공개됐고 언론과 미국을 비롯한 각국 보건당국에 의해 코로나19 자연기원설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로 인용됐다.

그후 2년이 지났지만, ‘중간 숙주’가 어떤 동물인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바이러스, 사스 바이러스의 경우 수개월 만에 중간 숙주가 발견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퓨린 분절 부위가 인체 세포 침투에 아주 잘 맞는 도구라는 점은 자연기원설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는 그동안 중간 숙주로 거론되던 동물이 기각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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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다작(오른쪽) 에코헬스 얼라이언스 대표가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의 일원으로 지난 2021년 2월 3일 중국 우한을 방문했다. | Hector Retamal/AFP via Getty Images/연합

파우치 그룹, 자연기원설 설파에 주력

원격회의 이틀 뒤인 2020년 2월3일, 파우치 박사는 전미과학공학의학아카데미(NASEM)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 이 회의는 당시 켈빈 드루게마이어 백악관 과학기술국장이 코로나19의 기원을 파악하기 위해 긴급소집했다.

이 회의에는 파우치 박사와 그의 ‘그룹’에 속한 피터 다작 박사, 앤더슨 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다작 박사는 전염병 대응 시민단체인 ‘에코헬스 얼라이언스’ 대표이며, 우한연구소와 밀접하게 연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인물이다.

이들은 앞서 1일 원격회의에서 개리, 파르잔 박사로부터 우한연구소 유출 가능성과 그 증거들을 들었음에도 자연기원설을 주장했다. 이를 통해 자연기원설은 NASEM과 미국 백악관으로 확산됐다.

개리 박사와 파르잔 박사의 ‘우한연구소 유출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가 비공식적이긴 했지만, 파우치 박사는 이에 대해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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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Greg Nash-Pool/Getty Images

증거인멸?…명분 약한 이메일 삭제 정황

이번에 공화당 의원들이 공개한 이메일은 내용 일부가 삭제돼 공백으로 존재한다. 또한 공개된 이메일은 삭제된 수많은 메일의 극히 일부에 그친다. 공개된 이메일로 비뤄볼 때 삭제된 이메일 역시 개인정보나 위험한 의학적 정보 유출 위험은 크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메일 삭제가 정보 보호가 아니라 바이러스 기원 추적 과정에서 국립보건원이 우한연구소에 깊숙하게 개입했음이 드러나는 것을 감추기 위한 의도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이메일이 지금에 와서야 일부나마 공개된 것은 정보공개를 청구한 공화당 의원들과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국립보건원, 보건복지부 사이의 수개월에 걸친 법적 다툼의 결과다. 다툼 과정에서 해당 이메일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코로나19 사태 초기 보건당국 고위 관계자들의 은밀한 논의가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국립보건원 자금을 받은 우한연구소가 생물안전 2등급 연구소에서 위험한 실험을 벌였고, 국립보건원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바이러스 유출 가능성이 높게 제기됐지만 이를 묵살했다는 사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져온 엄청난 피해를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평가된다. 특히 책임자인 국립보건원장 콜린스 박사에게 엄청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콜린스 박사는 지난해 12월 국립보건원장을 무탈하게 퇴임했다. 그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 봉쇄를 풀고 고위험군만 집중보호하자는 내용의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이 선포되자 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 선언은 하버드대 의대 전염병학 마틴 쿨도프 교수 등 의료·공중보건 과학자 수천 명과 의료종사자, 시민 수십만 명이 서명했으며,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과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연면역을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Dr. Martin Kulldorff
고위험군 집중보호, 자연면역을 통한 집단면역 중심의 코로나19 대응을 제안한 마틴 쿨도프 하버드 의대 전염병학 교수 | 에포크타임스

선언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이를 “가장 합리적인 접근방식”이라고 말했지만, 콜린스 박사는 선언을 작성한 학자들을 비판했다. 콜린스 박사는 이후 ‘음모론’이 과학과 국제적 공조를 해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전문가들을 모집해 대응했다.

콜린스 박사의 이 같은 대응 방침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 의학센터 바이러스학자 론 푸시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푸시 박사는 “(자연기원설에 대한 불필요한 비난 제기로 인한 논쟁은) 최고위 과학자들이 임무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고 주의를 분산시킬 것”이라며 “특히 중국의 과학 전반과 특정 분야 과학에 불필요한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제프 칼슨, 한스 만케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