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CEO, 이미 알려진 사실도 부인” 美 하원의장 일갈

한동훈
2023년 03월 27일 오후 5:26 업데이트: 2023년 03월 27일 오후 5:26

틱톡 CEO, 미 하원 청문회 출석해 답변
중국 공산당과의 관계 강력 부인했지만
의원들 오히려 “완전한 퇴출 결심” 반응

미국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중국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을 미국에서 완전히 퇴출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캐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은 26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에, 국가안보에 미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하원에 발의된 틱톡 금지법 가결을 추진하겠다고 적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틱톡 최고경영자(CEO) 추 쇼우즈가 이미 알려진 사실을 부인하는 등 진실하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미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는 청문회를 열고 중국 공산당과 틱톡 사이의 관계성을 집중 추궁했다.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틱톡 모회사인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중국 공산당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비판했다.

이 자리에 출석한 쇼우즈 CEO는 공산당과의 모든 관계를 부인했다. 그는 틱톡이 특정 국가 소유가 아니며 중국 정부의 접근을 막기 위한 방화벽을 구축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쇼우즈 CEO의 열띤 항변은 의원들에게 감명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틱톡의 CEO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했다. 이는 매우 우려되는 일”이라며 “중국은 틱톡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원은 중국 공산당의 기술적 손길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추진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국가안보 위협에 대해 의원들 사이에 당파를 초월한 공감대와 우려 기류가 형성됐다면서 미국 전역에서 틱톡을 다운로드하거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3일 청문회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틱톡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는 옳았다”며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지분을 미국 기업에 매각했더라면 의회 청문회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바이트댄스의 틱톡 지분 매각을 강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하지만 틱톡이 법원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저항하고, 뒤이어 집권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 정책을 뒤집는 과정에서 틱톡 매각 행정명령 집행도 중단됐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역시 트럼프 행정부를 뒤따르고 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틱톡이 미국에서 금지될 수 있다면서 바이트댄스에 지분 매각을 권고했다.

틱톡에 대한 우려는 국가안보, 개인정보 유출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 내에서는 틱톡이 허위정보 유통 채널인 동시에 청소년 이용자에게 끼치는 정서적 해악에 대한 우려도 높다.

23일 청문회에서 공화당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의원은 “틱톡에 가입하면 단 몇 분 만에 콘텐츠 알고리즘이 자해, 섭식장애 콘텐츠를 추천하며 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챌린지를 장려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디지털증오대응센터(CCDH)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틱톡이 유해 콘텐츠로 청소년을 폭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센터는 앞서 8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에서 가입 최소연령인 13세를 가장해 틱톡에 가입한 후 자해, 섭식장애 관련 영상에 ‘좋아요’를 누르자, 틱톡 알고리즘이 면도날 사진과 극단적인 체중 감량 영상을 추천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쇼우즈 CEO는 “틱톡 이용자 대부분은 18세 이상”이라며 “청소년 보호 조치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미국 13~17세 중 67%가 틱톡을 이용하고, 전체 10대 중 16%가 거의 항상 틱톡을 이용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문회에 앞서 미 의원들 사이에서는 쇼우즈 CEO가 불리한 것을 감추기 위해 어떠한 말이라도 할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가 팽배했는데, 이번 청문회를 통해 이러한 예측이 현실로 입증됐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실제로 그는 청문회에서 바이트댄스 소속 로비스트에 대해 잘 모른다는 식으로 답했다가 지적을 받자 해당 로비스트가 자신의 청문회 준비를 도와준 회사 직원 중 한 명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정보위 소속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민주당)은 “쇼우즈의 대답은 내가 해결하려 싸워온 기존의 엄청난 보안 위험에 대해 더 많은 질문을 일으켰을 뿐”이라며 이번 청문회가 틱톡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대신 증폭했다고 트위터에서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