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BLM, 안티파…폐쇄된 휴스턴 중국 영사관을 둘러싼 키워드

윤건우
2020년 08월 10일 오후 7:03 업데이트: 2020년 08월 11일 오전 11:40

지난달 폐쇄된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 폐쇄에 관한 새로운 보도가 나왔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중국 영사관이 미국 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시위 과격화와 극좌세력 안티파(Antifa)의 폭동을 부추겨 트럼프 재선을 저지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동영상 앱 틱톡(TikTok)을 활용했다는 내용도 전해졌다.

지난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중공) 인민해방군 총참모부는 네트워크 전문가를 포섭, 신분을 위장해 휴스턴 중국 영사관으로 보낸 뒤 폭동을 선동하는 단편 영상을 제작해 미국 내 흑인들에게 전송하도록 했다.

중공은 이를 통해 BLM 세력이나 안티파의 수고를 덜어준 데에 그친 것만 아니라, 빅데이터 기술까지 더해 선동력을 한층 증폭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폭동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정교하게 가려낸 뒤, 선동 영상을 보내줘 적중률을 높였기 때문이다.

RFA는 이를 중공이 미국을 상대로 ‘무제한 전쟁'(超限戰·전후방이 따로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묘사했다. 지난 5월 흑인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한 시위를 틈타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하려 전쟁을 벌인다는 의미다.

중공 전문가가 특정한 사람들에게 보내 폭동을 선동한 영상들은 일반적인 이용자들은 찾아보려 해도 검색하기 쉽지 않은 단편 영상들로 알려졌다.

RFA에 따르면 이러한 수법은 매우 은밀해 FBI에서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휴스턴 영사관 내부자가 미국 측에 투항하면서 넘긴 극비자료를 통해 그 전모가 드러났다.

미국 정부의 휴스턴 중국 영사관 폐쇄 조치와 틱톡에 대한 거래금지 등의 조치가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지난 22일 전날 폐쇄명령이 떨어진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 | Go Nakamura/Getty Images

휴스턴 중국 영사관,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결탁

휴스턴 중국 영사관의 ‘일탈’은 이뿐만이 아니다. RFA는 지난달 27일 별도의 기사에서 백악관이 오래전부터 휴스턴 영사관 직원들의 ‘신분에 걸맞지 않은 활동들’을 파악하고 있었으며 가장 먼저 단서를 찾은 곳은 미 마약단속국이었다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 소문을 전했다.

마약단속국은 마약 거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휴스턴 중국 영사관 직원들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결탁해 마약 운반 루트로 중공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정보원을 밀입국 시켜 스파이 활동을 수행시킨 뒤 다시 멕시코를 통해 중국으로 돌려보내고 있음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미 법무부는 마약단속국을 통해 해당 첩보를 입수한 뒤 FBI에 수사를 지시했고, 미국은 FBI의 수년간 수사 끝에 사건의 전모를 완전히 파악했으며 행동에 옮길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RFA는 전했다.

백악관은 지난달 21일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 폐쇄를 명령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틀 뒤 캘리포니아 연설에서 중국이 아닌 중공을 상대로 한 정책 대전환을 선언했다. 이 선언은 중화권에서 ‘멸공 선언’으로 불린다.

비슷한 시기에 맞춰 중공 인민해방군 소속 연구원 4명이 미국에서 지식재산권 절도를 벌인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절도 규모는 40년 만에 최대로 평가된다.

미국 보수 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미국 정부가 휴스턴 중국 영사관의 스파이 활동을 파악하는 데 들였던 수사역량을 이제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영사관과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의 스파이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전환하리라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미국 기업과 개인은 중국 앱 틱톡, 위챗 및 그 모기업과 어떠한 거래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효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과 관련해 위챗, 틱톡이 사용자의 위치 데이터, 검색 기록 등을 통해 사용자에 관한 개인정보를 자동으로 대거 입수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를 통해 중공이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수집·열람하고 연방정부 직원과 거래기업 관계자의 위치를 추적해 이들을 협박하거나 산업 스파이 활동에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틱톡은 지난 6월 트럼프 반대 세력이 미국의 10대와 K팝 팬들을 부추겨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현장을 빈자리로 만드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