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자유’ 요구하며 분신으로 저항…입 다문 해외 중문매체

윤슬이 기자
2019년 04월 9일 오전 7:17 업데이트: 2019년 10월 27일 오전 9:01

지난해 11월 4일 쓰촨성 아바저우(阿垻州)의 젊은 티베트인 둬보(多波)가 현지에서 구호를 외치며 분신 자살했다. 12월 8일 또 다른 젊은 티베트인 주쿼(珠闊)도 분신으로 목숨을 던져 중국 공산당에 항의했다.

2009년 이후 중국 각지에서는 티베트의 자유를 요구하며 자신을 불태우는 티베트족이 늘고 있다. 2017년 말까지 152명 이상의 티베트족이 분신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베트인 영화감독 돈둡왕첸은 티베트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다큐멘터리 영화 <두려움, 그 너머>를 찍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예민한 신경을 건드렸고, 돈둡왕첸은 6년간 옥살이를 한 뒤 티베트를 탈출해 2017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60년 넘는 공산당 탄압에 150명 넘게 분신

돈둡 왕첸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티베트인들은 표현의 자유, 신앙의 자유와 인권을 모두 박탈당해 지금은 10년 전보다 더 나빠졌다”며 “정말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 분신으로 저항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티베트는 20세기 초 중국으로부터 독립했으나, 1950년 중국 정부는 4만 명의 군대를 티베트에 침공해 1951년 수도 라싸를 장악하면서 티베트 식민 통치를 시작했다.

1959년 3월 10일 라싸에서는 ‘티베트 독립’ ‘한족을 몰아내자’는 등의 구호와 함께 대규모 반공산주의 봉기가 일어났고, 이를 중국군이 무력으로 제압하는 과정에서 티베트인 8만7000명이 사망했다.

티베트인들이 중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하기 위해 벌였던 반(反)공산당 봉기가 지난 3월 10일로 60주년을 맞았다. 60년 넘는 세월 동안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서는 크고 작은 시위와 항쟁이 끊이지 않는 등 공산당에 지배당한 1951년 이래 한 번도 평화로웠던 적이 없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60년간 중국 공산당은 티베트인 100만 명 이상을 학살한 것으로 나타났고, 그중 10만 명 이상은 모진 고문을 견디다 못해 숨을 거뒀다.

돈둡 왕첸은 “중국 공산당이 2006년 티베트의 경제발전을 촉진한다며 라싸로 기차를 들여왔다. 겉보기에는 편리해졌지만, 실제 대다수의 티베트인은 더 힘든 나날을 보냈다. 도처에 한인이고, 중국 당국은 한인에게는 장사를 허용하나, 티베트인에게는 허용하지 않는다. 현지 관리들은 갖은 핑계를 대면서 티베트인들을 원래 살던 곳에서 몰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폭로가 아니었다면 ‘대감옥’과 같은 티베트의 상황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해외 중문매체 대다수가 “티베트인들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보도하며 중국 공산당 통치하의 티베트를 그야말로 ‘인간 천국’으로 묘사해왔기 때문이다.

해외 중문매체, 중국 공산당에 매수

그렇다면 해외 중문 매체에서는 왜 티베트인의 분신 소식을 볼 수 없을까?

재미 중국문제 전문가 헝허(横河)는 “대부분의 해외 중문 매체가 중국 공산당에 매수됐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이 막대한 돈을 들여 대외 선전을 하는 것은 바로 그들(중문 매체)을 통해 국제적인 이미지를 미화하고 공산 이데올로기를 수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언론사 임원들은 중국 당국이 부담한 돈으로 매년 공짜 여행을 하며, 먹고 마시고 즐긴다. 그리고는 공산당이 듣기 좋은 말을 하고 공산당을 미화하는 보도를 하면서 홍보를 한다.

포르투갈의 말리메이 뉴 국제문화미디어 회장은 중국 공산당 초청으로 7차례나 티베트를 방문했다. 미국의 소리는 “그녀가 지난해 여름 7번째로 티베트를 방문했고, 세계 각국의 다양한 중화권 매체 10여 명이 동행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외교관, 기자, 특히 외국 매체의 티베트 방문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외국 기자들에게 티베트는 북한보다 방문하기 어렵다”고 묘사했을 정도다. 이에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은 ‘티베트 상호 여행법’에 서명해 중국 정부에 미국 기자, 외교관과 관광객, 그리고 미국 국적의 티베트인의 티베트 입국을 허용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말리메이의 7번에 걸친 티베트 방문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녀는 인민일보 해외판에 “지난 7년 동안 한 빈곤하고 낙후한 지역의 재탄생을 증명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말했다.

말리메이 일행은 무사통과로 티베트에 들어갔고, 현지 관리들로부터 극진한 VIP 대접을 받았다. 중국 당국이 그들에게 무료 여행을 시켜주고 정성껏 대접한 목적은 공산당 치하 티베트인들의 삶의 변화를 선전하고, ‘개혁’이 얼마나 좋은지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다. 2011년부터 매년 중국 전역에서는 이런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로써 해외 중문 매체 대다수는 중국 공산당 ‘평화통일촉진회’의 단골손님이 됐다.

해외 ‘평화통일촉진회’는 통일전선부 소속

미국 싱크탱크인 제임스타운 재단은 지난해 2월 “평화통일촉진회는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이하 통전)에 직접 소속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미중 경제안보심의위원회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평화통일촉진회는 최소 90개국에 200개 분회를 설치했으며 이 중 미국에만 33곳이 있다.

평화통일촉진회가 해외 중문 매체를 위해 무료 관광을 제공하는 것 외에 국무원 화교판공실, 중국신문사 등도 2011년부터 해외 중문 매체 임원을 중국에 초청해 이른바 ‘업무 교육’을 하고 있다. 업무 교육이란 공짜 관광을 제공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중국 공산당을 미화하도록 하는 홍보 활동이다.

“어떻게 하면 중국 이야기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평화통일촉진회는 “공산당이 없으면 오늘날 티베트 지역의 변화도 없다는 사실을 해외에서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청간위안(程幹遠) 전 통전부 관료는 “평화통일촉진회는 겉으로는 민간단체 형태로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중국 공산당 중앙의 직접 지시를 받는다”면서 “내부의 지도조직 관계는 통전부가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안보 매체 ‘프리비컨’이 의회 보고서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의 싱크탱크를 공략해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하는 공작을 수행하는 중국 핵심 기관은 통전이다.

중국은 대대적인 통전 사업의 일환으로 2년마다 ‘세계 중국 미디어 포럼’을 개최해 해외 중문 매체 주요 인사와 주요 편집인, 기자들을 중국으로 초청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중국 미디어포럼’은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언론인들의 성향을 바꾸고, 해외 중국 언론사가 공산당 노선을 따르도록 하기 위해 여는 회의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유명 싱크탱크인 스탠퍼드 대학교 후버연구소는 중국이 미국의 언론과 언론인들에 대해 어떻게 침투 공작을 해왔는지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화교들은 물론 미국 사회까지 전면적으로 침투해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언론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정보를 얻는 생명선이자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숭고한 사명을 지닌다. 때문에 객관성과 공정성은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며, 대중이 언론을 신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류 사회에서 진실을 널리 알리고, 사악한 것을 폭로하며, 악을 억제하고 선을 확산시키는 것이야 말로 언론이 가져야할 본연의 책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