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 분쟁에 휩싸인 중국 드론 제조업체

프랭크 팡
2018년 09월 7일 오후 9:01 업데이트: 2019년 10월 27일 오후 1:27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중국의 한 드론 업체가 또 다른 중국의 경쟁업체에 특허권을 침해당했다며 제소해 심의 중인 안건 하나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드론 업체가 어떻게 글로벌 리더로 부상하게 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8월 30일 발표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공지에 따르면, 중국 드론 업체인 ‘오텔(Autel)’의 미국 지사 ‘오텔 로보틱스 USA’가 미국 국제 무역 위원회에 세계 최대 민간 드론 업체 ‘DJI’를 제소했다. DJI와 오텔은 모두 홍콩과 국경을 맞댄 중국 남부지역의 대도시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드론 업체이다.

오텔은 DJI가 미국의 국가간 지적 재산권 보호 강화를 위해 제정된 무역법인 ‘1930 관세법’의 337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측에서 DJI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것을 인정하면, DJI는 드론의 미국 내 수입 및 판매금지 조치는 물론 회사 자체가 미국 시장에서 배제된다.

이번 특허권 분쟁은 항공 사진용, 비디오 촬영용, 그리고 농업용 드론을 둘러싸고 불거졌다.

드론과 같은 무인 항공기는 지도 제작 및 측량 등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항공 사진 촬영뿐 아니라 농장 분석도 가능하다. 드론에 작은 캐니스터를 장착하면 비료와 농약 살포가 가능해 농업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DJI는 회전 부품, 배터리 팩 교체법, 장애물을 피하면서 비행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방법 등 오텔의 특허 기술 일부를 침해한 혐의로 제소되었다.

DJI와 오텔이 미국에서 법적 공방을 벌인지도 몇 해가 지났다. 지난 2016년 8월에는 DJI가 오텔을 상대로 델라웨어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오텔이 내놓은 엑스 스타(X-star)시리즈 드론의 외관이 DJI가 특허 낸 자사 디자인의 드로잉 아웃라인과 유사하다며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DJI는 일 년 뒤 5월 워싱턴 서부 연방 지방법원에 오텔을 다시 고소하기도 했다.

4월에는 오텔이 뉴욕 시 연방법원에 DJ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능형 제동장치 및 센서 등의 특징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DJI가 오텔의 ‘마빅’, ‘스파크’, ‘팬텀’, ‘인스파이어’ 시리즈 등 일부 드론 시리즈 특허권 중 하나를 침해했다는 것이었다.

DJI

시장 조사 업체 ‘마케츠앤마케츠’가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국제 무인 항공기 시장은 2017년 178억 2천만 달러(약 20조 200억) 규모이던 것이 2023년 488억 8천만 달러(약 55조)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톱2의 드론 업체는 모두 중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센터(CSIS)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DJI의 시장점유율은 72%로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고, 5%인 ‘유닉(Yuneec)’이 그 뒤를 따랐다. 미국 드론 업체인 ‘3D 로보틱스’가 4%로 3위, 프랑스 업체 ‘패럿’이 2%로 4위였다. 같은 2% 대를 기록한 오텔은 5위에 머물렀다.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DJI의 현재 성공 가도는 자체 연구개발로만 달성된 것이 아니다. DJI의 본사가 위치한 선전의 지방정부가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국 기업의 정부 보조금 수혜, 국가 인증 획득, 특허 등록 등을 돕는 민간 기업 ‘진보시 경영계획회사’에 따르면, DJI는 2014년부터 선전 지방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시작했다. 진보시는 선전 시정부의 데이터를 인용했다.

2015년, DJI는 선전 지방정부로부터 드론 3D 조망 기술 개발을 위해 2백만 위안(약 3억 27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았다. 2016년에는 연구 개발 목적으로 다시 천만 위안(약 16억 원)을 받았다.

2017년엔 드론 내비게이션 시스템 개발을 위해 500만 위안(한화 약 8억 원), 드론의 수명 관리 프로젝트를 위해 189만 위안(약 3억 1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농업 보조금

중국 중앙 정부가 농업용 드론의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보조금 프로그램이 중국의 드론 산업 발전에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중국 농업부는 2017년 9월 저장성, 안후이성, 장시성, 후난성, 광둥성과 충칭시에 각각 최대 천만 위안(한화 약 16억 원)의 보조금 지원을 약속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영 매체 신화에 따르면 이러한 정부의 조치는 해당 지역 농민에게 농약 살포 등이 가능한 농업용 드론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 이후로도 저장성을 비롯한 위의 여섯 개 지역의 각 지방 정부는 지역 독자적인 드론 보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충칭 지방정부는 농민들을 대상으로 2017년 11월 싱글로터(프로펠러 하나) 드론 구매에 2만 9천 위안(한화 475만 원), 멀티로터 드론 구매에 1만 6천 위안(262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