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스젠더, 美 여성 수영대회서 우승…플로리다 주지사 “부당한 결과”

한동훈
2022년 03월 25일 오전 11:12 업데이트: 2022년 03월 25일 오후 3:04

같은 대학 소속 선수들 익명 투서 “남자대회 462등 여자대회 1등”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렌스젠더 선수가 여성대회에 참가해 우승한 결과를 두고 미국사회에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플로리다 주지사가 준우승한 여성선수를 “정당한 승자”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공화당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22일(현지시각) 한 공식석상에서,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수영대회 여자 자유형 500야드(457m)에서 2위한 여성 선수 엠마 웨이언트를 “정당한 승자”라며 “NCAA는 대중을 향한 기만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웨이언트(22·버지니아대)는 4분34초99를 기록했지만,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렌스젠더 리아 토마스(23·펜실베니아대)에 1초75로 뒤져 2위에 머물렀다.

웨이언트는 2020 도쿄올림픽 여자 혼영 4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강자였지만, 남성 골격을 유지하고 있는 토마스의 ‘피지컬’을 따르진 못했다. 토마스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NCAA가 주최하는 모든 스포츠 분야를 통틀어 첫 트렌스젠더 우승자가 됐다.

토마스가 남긴 기록이 역사가 될지, 흑역사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토마스에 대해서는 이미 ‘불공정’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어서다.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지만 ‘호르몬 요법’을 받아 여성과 같아졌다고 주장하는 토마스는 고등학교 때부터 남성선수로 각종대회에 출전했으나 별 주목을 받지 못했고, 성전환 수술 이후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대학 여성부 경기에 참가해 각종 대회를 휩쓸기 시작했다. 여자 자유형 1500m 결승에서는 2위 여성 선수를 무려 38초 차로 따돌리며 승리해 논란을 일으켰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이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500야드 자유형에서 가장 뛰어난 여성 수영선수는 엠마”라며 “NCAA가 대중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플로리다에서는 그런 일들을 분명히 드러내겠다. 그들이 꿈을 실현하는 능력있는 여성들을 억누려 할 때, 우리는 그것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NCAA는 성전환 선수의 출전도 허용한다. 다만, 성전환 수술 뒤 1년 이상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억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근력과 근육량 등이 감소하게 된다. 일부 언론은 이로 인해 신체능력에서 이점이 사라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남성으로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남성 스포츠 선수로서 훈련받은 이점이 성전환 수술과 호르몬 요법으로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작년 1월에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트렌스젠더의 여성경기 참가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두 딸의 아버지로서, 나는 내 딸들과 플로리다의 모든 딸들에게 스포츠 분야에서 기울어지지 않은 공평한 운동장에서 경쟁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드산티스 주지사는 지난해 플로리다 의회가 통과시킨 ‘출생기록부의 생물학적 성별에 근거한 대회 출전 자격 제한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여성 선수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기 위해, 생물학적 남성의 여성 경기 출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플로리다 주지사가 여성 선수를 우승자로 선언했다고 해서 NCAA가 결과 발표를 번복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미국 사회를 뒤덮는 ‘젠더’ 이슈에 대해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수호하려는 공화당의 가치관을 명확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마스에 대해서는 펜실베니아대학 선수들 내부조차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16명이 공동으로 보낸 이 서한에서는 “우리는 리아 토마스의 성정체성을 인지했으며,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하려는 그녀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리아는 그녀의 삶을 진실되게 살 권리가 있다”라고 썼다.

하지만 서한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서한에서는 “다만 스포츠 경쟁에서 생물학적 성별은 개인의 성정체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리아는 남성대회에서 462위였지만, 여성대회에서 1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부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주(州)마다 트렌스젠더 선수의 경기 출전을 놓고 가치관 정립을 분명히 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10개 주 의회에서는 생물학적 성별이 아닌 성정체성에 따른 스포츠 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플로리다를 비롯해 아칸소, 앨라배마, 텍사스, 아이다호, 미시시피, 몬타나, 사우스다코타, 웨스트 버지니아, 테네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