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재판 변호사, 로스쿨 강의 ‘취소’ 됐다

이은주
2021년 02월 18일 오후 1:30 업데이트: 2021년 02월 18일 오후 4:43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팀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션 변호사는 자신이 맡기로 돼 있었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강의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미국을 휩쓸고 있는 ‘캔슬컬처'(Cancel  Culture)의 또 다른 피해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로스쿨 가을 학기 개강을 앞두고 강의를 진행할지에 대해 대학 측과 의견을 교환 중이었으며 수업 계획 단계까지 왔지만, 탄핵 변론을 맡은 사실 통보 뒤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다.   

션 변호사는 17일(현지시간)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번 가을에 로스쿨 민권법(civil rights) 강의를 진행하길 원했다”면서 “그것에 대해 대학 측과 논의해왔고 계획 중이었다”고 말했다. 

션 변호사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변론을 맡게 되면서 그 사실을 대학 측에 알렸다. 대학 측은 미리 통보해줘서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면서도 ‘일부 학생과 교수진이 불편해할 수 있다’는 답을 보내왔다. 사실상 강의 불가 통보였던 것이다. 

그는 “교직에 들어가길 원했기 때문에 내게는 슬픈 일이었다. 나는 가르치는 걸 좋아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탄핵 변론을 맡은 데 대한 후폭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션 변호사는 탄핵재판 이후 민권 변호사 메일링 리스트에서도 제외됐다고 했다. 

그는 이사회가 메일링 리스트에서 그를 제외할지 여부를 두고 48시간의 논의를 거쳤고, 제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했다. 

그는 “이건 내게 매우 중요한 것이다. 저명한 민권 변호사들과 훌륭한 사람들이다”라며 씁쓸해했다.  

션 변호사는 본인의 강의를 취소한 로스쿨과 메일링 리스트에서 제외한 법조인 단체의 이름을 밝히기는 거부했다. 

앨라배마 출신의 션 변호사는 브루스 카스트로 변호사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대응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민권법 관련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공익활동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1995년 미국변호사협회(ABA)로부터 ‘프로보노상’을 받기도 했다. 

ABA 자료에는 그가 “남부 지역의 투표 참여와 경찰서, 위탁 보호시설, 교도소, 학교에서 변화를 가져오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쓰여 있다.  

탄핵심판 첫날 션 변호사는 “퇴임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트럼프 탄핵의 부당함을 역설했다. 

변론을 마무리하는 도중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의 1842년 시 ‘선박의 건물’을 낭독하며 울음을 참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분열된 모습이 아브라함 링컨 시대와 유사하기 때문”이라며 시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매우 위험하고 분열된 시대에 있다고 본다”면서 “선거도 그렇지만 모든 미사여구가 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션 변호사는 탄핵 대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녀들의 도움을 받았다. 롱펠로우의 시 인용은 그의 딸이 먼저 제안했다. 아들은 탄핵심판에 참석해 변론하는 그에게 힘을 보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변론을 맡은 이유로 불이익을 받은 건 션 변호사가 처음이 아니다. 

마이클 반데르 빈 변호사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이들의 공격을 받아 자택 창문이 부서지고 벽에는 그래피티 낙서가 그려졌다.

그는 안전을 위해 무장 경비원을 고용하고 자녀들을 비밀 장소로 대피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캔슬컬처는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개인, 연예인, 정치인, 기업 등을 괴롭히고 따돌리며 불매운동하는 문화다. 주로 좌파적 견해를 가진 이들이 자주 선동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변이된 형태로 등장한 일종의 ‘사회주의적 독재’다.

앞서 13일 상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한 탄핵안을 표결에 부쳐 유죄 57대 무죄 43으로 트럼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션 변호사는 무죄판결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통화에서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재판 진행 중 하루에 두세 차례 나눈 통화에서도 트럼프가 ‘감사한다’, ‘지지한다’는 격려와 지지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탄핵이 부결된 지 며칠 만에 민주당과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의사당 폭동을 계획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소송을 제기했다. 

션 변호사는 이에 대해 “정치극”이라고 비난한 뒤 “(소송은) 아무런 이점이 없다고 본다”면서 “법을 남용하는 것이고, 더 큰 분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아이번 펜초코프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