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공산당의 금기 깬다

샤샤오창(夏小強)
2016년 12월 7일 오전 10:21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6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37년 만에 외교적 관례를 타파하고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직접 통화했다. 이는 트럼프가 또 다시 미국 정치인들의 ‘정치적 금기’를 깬 것이기도 하다.

미국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가 미국의 외교정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한 민주당 상원의원은 심지어 트럼프는 책략이라는 것을 몰라 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황급히 트럼프와 선을 그으면서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밝히고 나섰다. 이에 비해 중국의 반응은 오히려 비교적 차분했고, 전화통화 사건을 ‘대만의 장난질’이라고 규정하며 비난의 화살을 대만에 돌렸다.

하지만 트럼프 측의 반응은 당당했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 국무장관 후보 중 한 명인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된다면 그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미국이 누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 중국이 정해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은 “예의상의 전화통화였다”고 설명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에 먼저 다가가 살인마 쿠바 독재자와 접촉하고도 영웅 대접을 받았는데 트럼프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만 지도자가 걸어온 축하 전화를 받았을 뿐인데 논란이 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트럼프를 두둔했다.

트럼프는 직접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대만에 수십억 달러의 무기를 팔았는데 축하 전화도 받지 말라는 것인가, 참 흥미롭다”라고 응수했다. 두 번째로 올린 게시물에서는 “중국은 위안화를 평가 절하할 때 미국의 동의를 구했는가? 중국은 미국 수입품에 무거운 관세를 매기거나 남중국해에 군사 시설을 늘리면서 미국의 의사를 물어봤는가? 나는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고 재차 자신을 향한 비판에 맞받아쳤다.

관례를 타파한 전화통화와 이에 대한 트럼프 측의 대응은 미국의 ‘정치적 금기’에 다시금 도전한 것이며, 미·중 정치적 거래의 암묵적인 룰과 금기를 깨부순 것이다.

이른바 ‘하나의 중국’과 ‘대만 독립’은 국가 주권과 영토 문제와 연관된 민감한 사안이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대만이 처한 고립과 미·중과의 관계는 역사와 현실의 여러 가지 요소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중국공산당은 많은 경우, 대만의 활동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문제 삼으면서 미국을 상대로 한 정치 게임 카드로 이용했다. 다시 말해 이른바 대만 문제는 중국공산당이 만들어 낸 것이고, 이와 관련된 정치 게임 규칙도 중국공산당이 만들어 낸 것인데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미국은 그동안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과 왕래를 유지했는데 이는 최소한 대만을 중국공산당 치하의 한 지역으로 여기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중국공산당이 정한 게임 규칙을 엄격히 따르면서 대만과 자유로운 대화는 자제해왔다.

트럼프가 이런 게임규칙과 정치적 금기를 타파하자 오바마 정부 인사들은 당황한 나머지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은 오히려 차분한 모습이었다. 이런 기현상이 조성된 원인은 무엇일까?

미국은 당초 중국공산당과 접촉 및 협력을 통해 점차 국제사회로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중국의 체제와 가치관이 국제사회와 궤를 같이 하게 만들고,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질줄 아는 국가가 되게 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가 됐다.

중국공산당이 국제 경제 무대에 진입하면서 공정한 무역질서가 파괴됐고 국제 시장경제 환경은 심각하게 파괴됐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맹 후에도 금융, 에너지, 통신 등 핵심 업종에서 자국 기업을 보호했을 뿐만 아니라 환율 조작, 수출 관세 환급 등 우회적인 방식으로 자국 시장을 키웠다. 그 결과 서방과 협상할 수 있는 힘이 생기면서 인권유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서방 정치가, 학자와 언론을 매수해 독재통치에 유리하게 이용했다.

이에 따라 이른바 ‘차이나 컨센서스(중국모델)’은 국제사회에서 추앙을 받기 시작했는데, 중국공산당과 서방 대기업 및 일부 서방 정부가 손잡은 결과였다.

중국은 ‘선물보따리’ 외교를 벌이면서 미국 제품을 구입하고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저렴하게 투자하도록 혜택을 주는 동시에, 미국의 정치 구조를 이용해 미국 내 이익집단이 자신들을 위해 말하게 하고 정부에 압력을 가하게도 했다.

중국공산당이 ‘오래된 친구’라고 부르는 대변인들 중에는 월스트리트의 금융, 법률과 회계 등 분야의 엘리트들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은 중국공산당 이익집단이 소유하고 있는 국유기업들이 해외에서 상장하여 발을 붙일 수 있게 도와줬다. 그들은 큰 이익을 얻어가는 동시에 중국공산당의 연명에 필요한 피를 수혈해줬다.

이 같은 거래에서 이익을 본 것은 미국 사업가들과 중국공산당 기득권층이며, 미국 국민과 중국 국민은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했다.

중국공산당과 접촉에서 인권문제는 원래 미국의 유력한 카드였지만 미국은 주도권을 잃고 말았다. 미국이 티베트, 위구르와 대만 문제를 지적하면 중국공산당은 역사적 민족적 원인 및 ‘국가통일’을 내세워 중국인들을 선동, 인권문제를 ‘반중국세력’의 문제로 왜곡시켰다.

이는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에 해답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미국 의회는 강제 장기적출 중단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여러 번 중국공산당의 파룬궁 박해를 중지할 것을 요구했지만 미국 정부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유린에 대해 한 번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동안 중국공산당은 경제적 이익으로 미국을 협박 또는 회유하여 대중국 정책을 수정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다시 말해 미중 외교에서 중국공산당은 경제적 이익을 정치적 이익으로 바꿔 독재 통치와 인권 유린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이번에 새로운 세력으로 우뚝 선 트럼프의 솔직한 발언은 공식 취임 전부터 이미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의 행보는 혼탁할 대로 혼탁해진 암흑 정치에 신선한 공기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와 대만 총통의 전화통화는 대만 문제에서 미국이 오랫동안 지켜온 금기를 깼고 중국공산당이 정한 게임 규칙도 깨부쉈다. 대략 1년 전인 작년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을 만났다. 이들의 회동은 대만을 투쟁 대상으로 삼았던 중국공산당의 관례를 타파한 행보로, 시 주석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보면 트럼프와 시진핑은 최소한 대만 문제에서 관례를 타파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향후 트럼프가 취임하고 또 시진핑 지도부와 협동하게 되면 중국공산당이 과거에 정한 게임 규칙은 갈수록 많이 깨지고, 새로운 규칙이 생겨날 것이다. 또 이에 따라 새로운 국제 질서가 만들어지고 중국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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