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조지아 선거 개혁법 반대한 MLB·코카콜라·델타 보이콧 촉구

하석원
2021년 04월 3일 오후 10:50 업데이트: 2021년 04월 4일 오전 8:00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공화당이 주도한 선거 개혁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는 메이저리그(MLB)와 코카콜라, 델타항공 등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촉구했다.

진보 성향 개인 활동가나 시민운동단체가 정치적 견해가 다른, 주로 보수 성향의 유명인사나 기업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이 그동안 미국 사회의 일상화된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조지아주라는 하나의 지역 사회를 대상으로 보이콧 움직임이 보이자 트럼프가 나서서 맞불 작전을 펴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미국을 구하라) 정치행동위원회(PAC)’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야구는 이미 엄청난 수의 팬들을 잃고 있다. 이제 그들은 민주당 급진좌파가 두려워서 올스타전을 챙겨 애틀랜타를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지난달 조지아주에서 우편투표를 규제하고 사진이 든 신분증 확인을 강화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올 7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올스타전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민주당 급진좌파는 유권자 신분증을 원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의 선거와 아무런 관련 없는 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야구를 보이콧하라. 그리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방해하는 모든 ‘의식화된’ 기업들을 보이콧하라. 코카콜라, 델타 항공 그리고 모두들 듣고 있나?”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발언은 선거권이 없으면서도 투표에 참여해 결과를 왜곡시키려는 이들이, 신분증 검사 등 유권자 신분 확인을 강화하려 하는 내용의 선거 개혁법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공화당 소속인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지난달 25일 선거법 개혁안에 서명해, 사전투표 기간과 투표 시간을 조정해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접근성을 확대했다.

새 선거법은 부재자 우편투표 시, 투표지와 함께 신분증 사본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신분증 확인은 이미 현장 투표에서는 시행되는 정책이다.

지난 대선 경합주였던 조지아는 대선 후 트럼프가 선거 결과에 문제를 제기한 6개 주의 하나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조지아 선거가 부정선거로 얼룩졌으며, 선거법 개정 권한이 있는 주의회를 거치지 않고 위헌적으로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치러졌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조지아는 기계 재검표와 수작업 재검표, 부분적인 포렌식 등을 거친 끝에 조 바이든의 승리 결과를 그대로 인증됐다.

선거가 끝난 후 공화당 주도로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적법한 입법 절차를 거쳐 켐프 주지사가 서명하며 새 선거법이 확정됐다.

새 선거법에 가장 먼저 격렬한 반응을 보인 것은 조지아주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었다.

코카콜라, 델타항공, 애플랙(보험사), 홈디포(건축자재 판매업체) 등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어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72개 기업의 흑인 임원들 명의로 비난 서한이 작성됐다. 새 선거법이 우편투표를 선호하는 흑인들의 선거권을 제약한다는 이유였다.

일부 영화계 인사들과 비아컴CBS, AT&T(워너미디어 소유기업)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새 선거법에 대한 비난 성명을 냈다.

할리우드의 좌 편향 행보는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비교적 정치와 거리를 두던 기업들과 스포츠계가 선거법 개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대한 분석도 분주하다. 급진좌파들이 주도하는 불매운동이 두려워 미리 ‘태도 표명한 것’이라는 것, 새 선거법이 트럼프 측의 부정선거 문제 제기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라는 일부 매체들의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델타항공의 에드 바스티안 최고경영자(CEO)는 31일 전 세계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조지아의 새 선거법은) 지난 대선 당시 조지아에서 대규모 유권자 사기가 벌어졌다는 것에 근거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업 총수가 연방정부도 아닌 주의회가 합법적 절차를 거쳐 통과시키고 주지사까지 서명한 법안을 두고 정치적 입장을 직원들에게 설파한 것은 다소 의아한 대목이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발표하기 몇 분 전에 부정선거에 대한 별도의 성명도 발표했다.

그는 성명에서 “2020년 선거에서의 부정행위가 거론될 때마다 가짜뉴스 미디어는 근거 없고 부당한 의혹이라는 주장으로 일관한다. 왜?”라며 질문을 던졌다.

이어 “슬프게도 2020년 대선에는 엄청난 부정행위가 있었다. 격분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광란한 급진좌파들에게는 불행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팩트가 밝혀지고 있다”고 자답하며 자신의 견해를 강조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31일 연설에서 MLB의 결정을 환영하며 “프로 선수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고 생각한다”며 새 선거법 반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새 선거법과 관련해 잘못된 사실을 퍼뜨리기도 했다. 이 법이 오후 5시로 투표 마감 시간을 앞당겨 퇴근 후 투표하는 흑인과 히스패닉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으로 소셜미디어에서는 좌파성향 이용자들의 비난이 더 고조됐다.

하지만 새 선거법에서는 투표 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기존보다 더 확대해 정당한 유권자의 선거권을 더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는 게 팩트다.

이와 관련 켐프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의 보좌진들이 모두 새 선거법의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켐프 주지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 누구도 내가 서명한 SB202 법안(선거 개혁법)을 실제로 읽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법안은 투표권을 확대하고, 개표 절차를 간소화하며, 선거의 무결성을 보장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