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세기의 재판’ 될까…법적 쟁점은?

한동훈
2023년 04월 4일 오후 2:27 업데이트: 2023년 04월 4일 오후 3:11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공소장 공개가 임박한 가운데 법적 쟁점이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의 정치 입문 초기부터 비판적이었던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공소장이 공개되기 전부터 이번 사건에 대해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으로 보도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제기되는 가장 유력한 혐의는 ‘기업 장부 조작’이다.

이 의혹과 관련해 지금까지 사실로 밝혀진 것은 트럼프의 전직 변호사가 성추문을 주장한 성인물 여배우에게 13만 달러를 지급했으며 트럼프 그룹이 이를 회사 법률 비용으로 처리했다는 점이다. 해당 여배우가 트럼프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가 기각된 일도 있다.

아직 공소장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맨해튼 지방검찰은 트럼프가 유권자를 속일 의도로 회사 문서 조작을 지시했으며 이는 중범죄인 연방 선거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펼 것으로 추측된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퇴직한 저명 법학자 앨런 더쇼비츠, 두 차례 법무장관을 지낸 윌리엄 바 등 법률 전문가들은 이를 ‘무리한 시도’라고 지적한다. 두 사람은 뉴욕주 법률상 경범죄인 회사 문서 조작을 연방 선거법 위반으로 엮으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고 봤다.

미국에서는 종종 유명인이 자신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한 인물에게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 소송 대신 비공개 계약을 맺고 합의금을 줘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공화당은 민주당 소속인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찰 검사장이 정치 행위를 하고 있으며, 그 배후에 조지 소로스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거물 투자자인 소로스는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전 세계 언론과 시민단체에 자금을 지원, 특정한 정치 이념을 확산시키고 있다.

회사 문서 조작 혐의를 선거법 위반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은 브래그 지검장의 전임자였던 사이러스 밴스 주니어 지검장도 2019년 검토했다가 포기한 바 있다. 전임자가 포기한 전략을 브래그 지검장이 다시 들고 나온 이유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린다.

앨빈 브래그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 검사장.|Michael M. Santiago/Getty Images

현재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마이클 바흐너 전 맨해튼 지검 검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뭔가 달라진 것 같다”면서 “브래그 지검장이 확실한 증거를 잡았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바흐너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전직 대통령이었다고 기소 못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기소할 수 있다고 해서 다 기소하면 검찰권 남용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거가 다가오는 미묘한 시점에서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래그 지검장은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리 혐의를 검토한 뒤 기소를 포기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맨해튼 지검 직원들이 항의하며 사임하기도 했다.

조지워싱턴대학교 로스쿨의 조나단 털리 교수는 기소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무기화라는 지적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털리 교수는 “브래그 지검장은 연방법과 주법의 일부를 조합해 죽은 범죄 이론을 되살리려고 한다”며 “프랑켄슈타인”, “무덤 파헤치기”라고 꼬집었다.

재판 개시, 빠르면 2024년 대선 전에도 가능

이번 기소는 빠르면 재판까지 6~8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대선 전에 재판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시간에 쫓기는 쪽은 브래그 지검장으로 분석된다.

바흐너 변호사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대선 유세 기간에 재판을 받는 것보다는 시간을 끌어 재판을 늦추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형사 소송 자체가 취하된다. 현직 대통령은 감옥에 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출마 조건은 ▲미국 출생 ▲35세 이상 ▲후보 등록 직전 최소한 14년간 미국 내 거주의 3가지다. 이론상 형사범죄 유죄판결을 받아도 대선 출마에 문제가 없다.

바흐너 변호사는 트럼프 측 변호인단이 다양한 카드를 쥐고 있다고 했다. 회사 문서 조작이 고의가 아니라 실수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정당한 사유가 있기에 조작이 아니라고 호소할 수도 있다고 봤다.

검찰 측이 내세울 증인의 신뢰성도 논란거리다. 현재 브래그 지검장은 혐의 입증을 위해 트럼프의 전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증언에 상당 부분 의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코언 전 변호사는 의회 청문회에서 위증을 반복해 변호사 면허가 박탈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코언은 이미 가족회사와 관련한 사기 혐의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복역한 바 있으며, 또한 공개적으로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 그의 증언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도 브래그 지검장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트럼프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배심원 중 민주당을 지지하는 인물이 다수 구성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한 재판을 맡은 후안 메르찬 맨해튼 지방법원 판사는 과거 트럼프 그룹 관련 사건에서 트럼프에 반감을 가진 배심원을 배제하면 안 된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브래그 지검장의 강력한 기소 의지도 변수다. 그는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트럼프 행정부를 100번 이상 기소했다”며 트럼프와 그의 행정부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 캠프는 지난달 성명에서 브래그 지검장을 가리켜 “수년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을 끌어내리려고 노력한 불량 검사”라고 지칭했다.

성명은 “브래그 지검장은 취임 첫날 검사들에게 ‘무장 강도를 경범죄로 취급하고, 소매 절도를 무시하고, 체포에 저항한 사람들을 기소하지 않고, 여러 폭력 사건에서 중범죄 혐의를 부인하라’고 말했다”며 트럼프에게만은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고 했다.

한편, 브래그 지검장은 이번 기소와 관련한 에포크타임스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 이 기사는 제니스 아일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