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 공격은 범죄…내 임기 땐 러시아 침공 없었다”

리다위(李大宇)
2022년 02월 28일 오후 3:28 업데이트: 2022년 02월 28일 오후 3:28

트럼프 CPAC 연설서 우크라이나 침공한 러시아 규탄
바이든·민주당도 비판 “러시아가 맘대로 하도록 방치”
나토 대(對)러시아 제재에는 “약한 대응, 효과에 의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인간성에 대한 공격”으로 규탄하면서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 최대 보수행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2022년 행사 셋째 날 연단에 올라 이같이 말했다.  24일부터 27일까지 열린 올해 CPAC 행사의 주제는 ‘Awake Not Woke’였다. 이는 미국 좌파의 ‘Woke’ 운동, 즉 비판적 인종이론(CRT)과 어린이 성전환(트랜스젠더) 교육 등 진보 진영의 어젠다인 ‘정치적 올바름(PC)’에 속지 말고 깨어나라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절대 일어나선 안 될 만행”이라며 “우리는 자랑스러운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그들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 그들은 정말로 용감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동안, 러시아의 타국 침공이 없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미국의 힘 덕분에 세계 평화가 유지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군중들은 간간히 “4년 더”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는 “나는 21세기에 러시아가 다른 나라를 침공하지 않는 것을 지켜본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라며 “러시아는 부시 대통령 때 조지아를 침공했고, 오바마 정권 때 크림반도를 점령했다. 그리고 바이든 정권이 되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미국이 강했기 때문에 세계는 평화로운 곳이었다”며 “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을 어떠한 전쟁에도 개입시키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다. 나는 당신들을 전쟁에서 벗어나게 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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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2022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 참석자들이 트럼프 지지 깃발을 흔들고 있다. 2022.2.26 | Joe Raedle/Getty Images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엉터리로 진행된 바이든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목격하고는 ‘바이든은 약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며, 이후 우크라이나 공격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푸틴은 물론 영리하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그가 영리한 게 아니라 우리 지도자들이 바보처럼 멍청하다는 것”이라며 “그들(바이든 행정부)은 지금까지 푸틴이 이러한 졸렬한 행위로 인간성에 대한 공격을 일으킬 수 있도록 방치해뒀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대해서도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토는 이미 25년간 러시아를 제재해왔는데 이번에도 또 제재를 거론했다며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는 “약해빠진 발언”이라고 혹평했다.

치솟는 국제 유가로 인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위력도 약해지고 있다고 관측했다. 현재 러시아는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17%, 석유 생산량의 12%를 차지하는 세계 2위의 원유수출국이자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trump at cpac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2022년 행사에 참석했다. | Chandan Khanna/AFP via Getty Images/연합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며 “푸틴이 긴장을 고조시켜 더 많은 사망과 파괴를 일으킬수록 유가는 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끔찍한 점은 유가가 오를수록 푸틴이 철군할 필요성이 더 없어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임기 때 에너지와 연료 비용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미국은 70년 만에 에너지 순수출국이 됐다며 “내가 퇴임할 때 유가는 배럴당 36달러였지만, 지금은 100달러를 넘었다. 15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바이든과 함께한다면, 유럽은 전란에 빠지고 미국 본토에서는 에너지와의 전쟁이 벌어진다. 하지만, 공화당과 함께한다면 여러분은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우위를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 남부 국경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모든 선출된 의원들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미국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며, 이는 국경 수호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바이든과 민주당은 수천km 떨어진 외국에서 그 나라에 대한 침략을 어떻게 막을지 고민하느라 수개월을 허송세월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즉각 불법 입국자들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 미국은 내부로부터 독살당하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