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수수색, FBI 왜 영장 공개 안했나…미 정치권 쟁점

한동훈
2022년 08월 11일 오후 1:12 업데이트: 2022년 08월 11일 오후 1:12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 자택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수색영장 공개 여부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FBI 압수수색 영장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봉인해 아무도 열람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FBI는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게 제시하지 않았으며 영장 사본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변호사인 크리스티나 밥에 따르면, FBI는 약 10피트(3m) 떨어진 곳에서 영장을 보여주고는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트럼프 측 인물 누구도 현장을 감시하지 못하도록 했다.

밥 변호사는 “FBI가 10시간의 수색 끝에 상자 하나 분량의 서류를 들고 나갔다”며 “이 서류를 트럼프 대통령이 가져다 놓거나 가져다 놓도록 지시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으며, FBI가 이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FBI가 전자기기나 중요한 뭔가를 가져갔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나 밥 변호사는 “모두 종이 문서였다”고 확인했다.

WSJ “법무부·FBI, 위험한 선택” 비판

FBI는 지금까지 압수수색의 목적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수색영장을 봉인한 것은 앞으로도 밝히지 않겠다는 의도가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편집위원회 명의로 ‘FBI의 위험한 트럼프 자택 수색’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발표해 “법무부는 통제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정치적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며 법무부와 FBI가 무리한 수색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사설에서는 “전직 미국 대통령에 대한 FBI의 압수수색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법무부가 언론에 세부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FBI가 무엇을 찾으려 했던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수색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이나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과 관련됐을 수 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압수수색은 직권남용과 부적절한 실수”라고 밝혔다.

사설은 또한 기록물 관련 분쟁에서 소환장 발부나 협의로 해결해 온 전례를 언급하며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로 기밀정보를 주고받은 혐의를 받았지만 결국 불기소 처분된 사건을 거론했다.

즉 FBI와 그 감독기관인 법무부가 트럼프와 공화당에는 과도한 법 집행을 가하지만, 민주당 측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마라라고 레지던스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자택. 2022.8.9 | Giorgio Viera/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보수단체,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 공개 청구

미국의 보수성향 법조단체인 ‘사법감시단(Judicial Watch)’는 관할 법원인 플로리다 남부 지방연방법원에 봉인된 압수수색 영장 공개를 청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10일 “수색영장이 집행됐고, 수색 대상자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충분히 인지했으므로 수색영장을 공개한다고 진행 중인 수사에 지장을 주리라고 볼 수 없다”며 영장 공개를 요청했다.

담당 판사인 부르스 라인하트 판사는 이를 승인했으며, 법무부에 “영장 공개 청구에 응답하라”고 명령했다(문서 링크).

사법감시단은 “영장이 공개되면 이를 검토해 법무부와 FBI가 사법권을 남용하고 사법체계를 무기화해 바이든 대통령의 잠재적 정치적 라이벌을 괴롭히고 있는지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법무부를 비롯해 사법체계를 정치적 무기화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번 압수수색이 승인된 경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며 “법조계 원로들 역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압수수색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미국의 대통령이나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이번 압수수색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와 FBI는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FBI는 에포크타임스의 연락을 받고 “언급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매코널 대표는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과 법무부는 이미 미국 국민들에게 답변을 내놨어야 했다”고 말했다.

갈랜드 법무장관이 이번 압수수색에 관해 직접 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사안의 중대성으로 볼 때 법무부 고위층이 승인했으리라는 관측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