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새 연방 대법관에 배럿 판사 지명

하석원
2020년 09월 27일 오후 12:37 업데이트: 2020년 09월 27일 오후 12:5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새 연방 대법관에 에이미 코니 배럿(48) 제7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지명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상원에서 열띤 인준 공방전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지난 18일 타계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으로 배럿 판사를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배럿 판사를 “독보적인 업적, 탁월한 지성, 헌법에 대한 확고한 충성심을 지닌 여성”이라고 소개한 뒤, 상원에 신속한 인준을 요청했다.

배럿, 남편과 7자녀 앞에서 지명 수락

배럿 판사는 이날 가족과 함께 백악관 지명식에 참석했다. 그녀는 남편과 7명의 자녀가 보는 앞에서 대통령의 지명을 수락했다. 자녀 2명은 아이티 출신의 입양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고 긴즈버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여성 판사를 임명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는 45명의 후보자를 5명으로 압축한 뒤 최종 2명 가운데 배럿 판사를 선택했다.

배럿 판사에 대해서는 최근 진보 성향으로 기우는 미 연방 대법원의 중심을 잡아줄 인물로 보수 측에서는 평가한다.

보수 성향 판사 임명을 지원하는 민간단체 ‘사법위기네트워크'(JCN)의 캐리 세베리노 대표는 “배럿은 판사이자 법학자로서 헌법과 법치주의에 매우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온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존 로버츠 대법원장처럼 공화당의 지명을 받았지만, 좌측으로 기울어진 대법관들에 대해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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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후보 지명자인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의 가족들과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대법관 후보자 지명식을 지켜보고 있다. 2020년 9월 26일 | AFP=연합뉴스

상원 공화당이 우세, 인준 무리 없을 듯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배럿 지명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상원은 차기 대통령과 의회가 결정되기 전까지 공석이 된 대법관에 대해 행동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며 의원도 지명안을 반대했다.

대법관 임명에는 통상 70일 정도 걸린다. 그러나 30일 이내로 임명한 전력도 있다.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까지는 35일 정도의 여유가 있다.

공화당은 인준 절차를 최대한 앞당길 방침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10~12일께 인사청문회를 열고 29일 인준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상원 의석은 전체 100석 가운데 공화당이 53석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인준안 자력 통과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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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 | AFP=연합뉴스

임명 성공 시, 대법원 보수 우위 강화

긴즈버그 대법관이 별세하기 이전 미국 연방 대법원의 이념구도는 보수 5대 진보 4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진보 측에 유리한 판결에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배럿 판사가 대법관에 임명되면 보수 6, 진보 3으로 보수 진형이 확실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7명의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배럿 판사는 여성 낙태에 반대해 왔다.

그녀는 1973년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대법원 판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보수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연방 대법원은 낙태 문제 외에도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도입된 의료제도 개혁정책인 ‘오바마케어’와 찬반 논쟁이 격렬한 ‘총기 소지권’ 등 미국 사회에 향후 수십 년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굵직한 사안들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