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홍콩 특별지위 박탈…자치권 저해한 관리들 제재”

에바 푸
2020년 05월 30일 오전 11:13 업데이트: 2020년 05월 30일 오전 11:5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중국 정부가 “홍콩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으로, 글로벌 금융·무역 중심지로서 홍콩의 위상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1997년 이전에 제정된 법안을 바탕으로 홍콩을 무역·투자·이민 분야에서 중국 본토와 별개의 국가로 대우했다. 중국산 상품에 부과했던 추가관세도 홍콩산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중국 정책 관련 기자회견에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고 중국 중앙정부 정보기관의 감시·처벌 위험성이 높아진 상황을 반영해 미국 관광객에 대한 권고안을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홍콩 자치권 훼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중국·홍콩 관리들을 제재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이 홍콩과 맺고 있는 수출입 관리, 범죄인 인도, 관세 등 광범위한 협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hong kong police
홍콩 보안법 제정에 반발한 시위대가 경찰에 붙잡혀 앉아 있다. 2020.5.27 | Tyrone Siu/Reuters=연합뉴스

홍콩은 지난 1997년 중국에 반환됐고, 중국은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를 도입해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50년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약속을 어기고 일국양제를 일국일제로 전환했다”며 “중국 정부가 최근 제정한 법(홍콩 보안법)은 홍콩의 유서 깊고 자랑스러운 위상을 실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콩인, 중국인 그리고 세계인의 비극”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7일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저해해 근본적으로 홍콩은 더 이상 미국 법률상 특별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자 다음날인 28일 홍콩 캐리 람 행정장관은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에 대해 “미국 기업에도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9일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정례 기자회견에서 “홍콩 문제에 간섭하는 어떤 외국 세력에도 반대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결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오리젠 대변인은 “중·영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에 따라 중국은 모든 권리와 의무를 이행했다”며 이번 홍콩 보안법 제정이 홍콩반환협정 위반이라는 국제사회의 지적에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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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이 쏜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으며 이동하고 있다. 2020.5.27 | Tyrone Siu/Reuters=연합뉴스

홍콩 보안법은 중국 정부가 홍콩 내 국가정권 전복, 내란 선동, 테러 활동, 외국 세력의 적대 행위를 감시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또한 중앙정부 정보기관이 홍콩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방도를 열어 놓았다.

홍콩 보안법은 아직 초안 단계로 향후 수개월에 걸쳐 구체적인 조항이 추가·수정된다. 이 과정에서 훨씬 강력한 법안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 법에 대해 홍콩 민주 진영에서는 “사실상 홍콩 자치권의 종말, 일국양제를 끝내겠다는 의도”라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자오커지(趙克志) 중국 공안부 부장(장관)이 “홍콩의 안전과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홍콩 경찰을 전적으로 지휘하고 지원하겠다”고 발언하면서 홍콩인들의 우려가 더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