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법관 후보 20명 명단 발표…“급진좌파 대법원 진입 막자”

하석원
2020년 09월 11일 오후 1:22 업데이트: 2020년 09월 18일 오후 2:07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각) 연방대법관 후보 2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앞으로 대법관에 공석이 생기면 이 가운데 한 명을 지명하겠다는 의도다.

명단을 사전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급진 좌파 운동에 동조하는 판사들이 최고 법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 앞에서 동등해야 한다는 원칙을 거부하는 급진 좌파 운동이 미국에서 확산하고 있다”며 이에 동조하는 판사들이 대법원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면 의회를 거치지 않고 국가 체제를 전환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명단에는 대중 강경파이자 보수 성향으로 유명한 테드 크루즈, 톰 코튼, 조시 홀리 상원의원 등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들이 포함됐다.

대법관 임명은 결원이 발생해야 가능해진다. 현재로서는 올해 87세인 진보 성향 긴즈버그 대법관이 암 치료 등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 미국 대법원은 이념적으로 보수 5명, 진보 4명의 구도를 이루고 있지만, 판결은 진보와 보수를 오간다.

보수 쪽으로 분류되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던 다카(DACA) 법안을 놓고 4:4 의견이 갈리자 반대표를 던져 입법을 좌절시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경고한 ‘급진 좌파 운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 운동을 주도하는 이들이 “특정 단체와 개인에게 유리한 선별적 치료를 추진”하거나 “다른 사람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수법을 즐겨쓴다”고 했다.

그는 “급진적 재판관들은 수정헌법 제2조를 삭제하고, 정치적 발언을 차단하고, 납세자의 세금을 임신 말기의 낙태에 쓰이도록 할 것이며 선거로 임명되지 않은 정부 관료들에게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파괴할 힘을 줄 것”이라고 했다.

수정헌법 제2조는 총기 소유권을 보장한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소유권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 좌파 운동에 동조하는 판사들이 국민 의례에 있는 ‘하느님 아래’(under God)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타락한 대량 살인자에 대해서도 ‘사형은 위헌’이라고 판결하리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이 국경을 없애고 경찰을 무력화하고 무정부주의자·폭도·강력범죄자·테러리스트에 대한 보호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했다.

무정부주의자·폭도라는 표현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대의 폭력 행위 또는 폭동을 가리킨다.

지난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플로이드가 사망하자 미국에서는 인종차별 및 경찰 폭력 반대 시위가 촉발해 과격해지면서 사상자와 약탈, 시설파괴 등이 발생했다.

minneapolis police precinct
2020년 5월 28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제3경찰서 앞 바리케이드에 폭도들이 모인 가운데 인근에 발생한 불길에 이들을 비추고 있다. | Kerem Yucel/AFP via Getty Images

이 사태에 관해 공산주의 운동 분석가인 트레버 루돈은 에포크타임스 기고문에서 “억눌린 불만의 자연적 표출이 아니라 잔혹한 수단을 동원한 일종의 혁명”이라고 주장했다.

루돈은 “시위는 첫날부터 폭력적이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의도된 것”이라며 시위의 본질을 인종 차별에 대한 항의가 아닌 “극단주의 세력의 기습”으로 규정했다.

이어 미니애폴리스에 본부를 둔 사회주의 단체 FRSO가 폭동을 촉발했음을 인정했던 사실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편, 이날 명단 공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 같은 미국인이 당연시하는 많은 자유가 대법원에서 단 한 표 차이로 보호되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려스러운 이념에 수용적인 판사들이 대법원을 장악한다면 이 밖에도 여러 자유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