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토 정상회의서 동맹 적극 옹호 “환상적인 일”

Ella Kietlinska, Epoch Times
2019년 12월 4일 오후 8:00 업데이트: 2019년 12월 5일 오후 3:37

창립 70주년을 맞이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영국 런던에서 3~4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리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조직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며 NATO 동맹을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ATO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3일 오전 옌스 스톨텐베르크 동맹 사무총장을 만나 조찬 회동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찬이 끝난 후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에게 “환상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년간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점점 감소했다며 계속 이렇게 되면 NATO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미국이 국내총생산(GDP)의 4~4.3%에 달하는 방위비를 부담하고 있으며, 다른 동맹국에 비해 훨씬 많이 지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비해 독일은 GDP의 1.2%를 지불하고 있다고 대조했다. 미국은 그동안 NATO 운영 예산의 22%를 충당했으며 2021년부터는 독일과 같은 수준인 16%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요구사항은 각 회원국이 2014년에 약속한 대로, 2024년까지 자국 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NATO 회원국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이후 방위비 삭감을 중단하고 예산을 늘리기로 합의했으나, GDP의 최소 2% 지출을 준수한 나라는 몇 되지 않았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NATO 정상회의에 앞서 지난달 29일 벨기에 브뤼셀의 기자회견에서 ‘2%의 방위비 지출’을 이행하는 나라가 올해 9개국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2016년까지 이를 지킨 나라는 29개국 중 4개국뿐이었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2016년부터 캐나다와 유럽 동맹국들이 국방예산에 1300억 달러를 더 투자했고, 2024년까지 누적 증가액이 4000억 달러(약 4조1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NATO의 새로운 방향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29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군사 동맹체인 NATO를 이끌어 가는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세계의 변화에 부응하며 이 기구가 담당한 역할을 잘 해왔기 때문에 70년 역사의 성공적인 동맹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NATO는 처음 12개의 서방 연합국이 사회주의 국가 구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1949년 워싱턴 DC에서 창립됐다. 회원국의 안보와 북대서양 지역의 민주주의를 증대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돼 회원국 중 어느 한 국가에 무장 공격이 발생하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돕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후 NATO는 세계 분쟁지역을 누비며 군사 작전을 펼쳐왔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NATO는 오늘날 변화하는 정세에 맞춰 대응할 만큼 성장했으며, 테러와의 전쟁·군비 통제·러시아와의 관계·중국의 부상 등 광범위한 다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며 특히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NATO의 안보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무총장은 중국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음을 거론하며, 최근 유럽과 미국을 사정거리 영역에 조준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첨단 무기체계를 대거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회원국이었더라면 조약 위반에 해당할 중거리 미사일 수백 발을 실전 배치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NATO는 남중국해와 관련해 아무런 계획이 없지만, 중국은 북극권·아프리카·사이버 공간 및 유럽의 인프라 구축에 입지를 다져 NATO 지역에 더 가까이 진출하고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소련과 별개 국가로서 존속하는 러시아에 대해 “NATO는 항상 러시아와 대화의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며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도록 촉구했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 또한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이를 위해 우선 NATO가 강해져야 안보 위협을 받지 않고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군비 억제가 우선 해결해야 할 핵심 사안이라고 동의했으며, 러시아와 협상에 진전이 있다면 중국과도 이러한 방안으로 결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영국 런던 윈필드 하우스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19. 12. 3. | Ludovic Marin/AFP via Getty Images

NATO가 ‘뇌사 상태’?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초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NATO를 비난하며 ‘뇌사 상태’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기자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질문하자 “NATO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훌륭한 사람들에게 매우 부당한 발언”이라고 답했었다. 그러나 두 정상이 직접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은 동반자로 함께 협력해 왔다”며 부드러운 모습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을 고수하면서도 “미국이 20여 년 동안 (방위비 분담금에) 충분한 투자를 했다. 지금까지 (방위비 지출에서) 1위”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했다. 프랑스는 GDP의 1.9%를 방위비에 투자하고 있으며 지출을 늘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마크롱 대통령은 NATO의 전략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는 “우리는 방위비를 내고, 병력을 투입해야 한다. NATO는 (방위비와 병역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본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유럽의 평화는 어떤가?”라며 NATO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한 미국이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폐기했기 때문에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여러 유럽 국가가 위험에 빠졌고 이제 러시아마저 새로운 미사일을 노출시키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NATO 회원국인 터키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터키는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적과 싸우고, 때로는 ISIS(이슬람 무장 세력)의 대리자들과 협력하기도 한다”면서 애매모호한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 민병대를 향해 군사작전을 벌였을 때 NATO 회원국은 이를 강하게 비난했다. 아울러 마크롱 대통령은 미군의 철군이 터키의 군사작전을 도왔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발언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터키가 NATO 회원국이어서 안보, 무역, 이주와 관련해 많이 협력하고 있으면서 “러시아에서 S-400(미사일 방어망)을 구입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며 터키 측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 대통령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며 터키의 S-400 미사일 시스템 구매를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미국과 다른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S-400 시스템이 NATO군과 양립할 수 없으며 F-35 전투기를 약화시키고 러시아 정보기관을 도와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NATO 정상 회담은 영국에서 개최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리셉션을 위해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도착했다. 2019. 12. 3. | Leon Neal/Getty Images

이날 저녁 버킹엄궁에서는 영국 여왕이 주최하고 왕세손비인 케임브리지 공작부인 케이트 미들턴이 함께한 가운데 NATO 정상들이 만찬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