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제시한 미·중 무역협상 향방 가늠할 3가지 카드

리무양(李沐陽)
2019년 10월 17일 오전 8:34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9

제13차 미·중 무역 협상이 10일부터 (현지 시간) 이틀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됐다. 두 달 만에 재개된 이번 고위급 회담에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미국 측 대표로, 류허 부총리가 중국 대표로 나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류허 부총리로부터 시진핑 주석의 친서를 전달받았으며, 협상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 전쟁의 종결이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15일부터 2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 5%(기존 25%) 인상을 잠정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 고위층으로 추정되는 위챗 공식계정 ‘위위안탄톈(玉淵潭天)’은 이번 무역 협상으로 긴장이 완화될 수 있지만, 미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세 가지 ‘극한 압박’을 가함으로써 양국 관계가 더욱 복잡한 국면에 부딪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첫 번째 카드, 28개 기관과 기업에 대한 제재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일, 중국 내 이슬람 소수 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에 연루된 중국 28개 기관과 기업을 ‘엔티티(Entity list) 리스트(미국 거래 제한 기업 명단, 일명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리스트에는 중국 20개 정부 기관과 8개 기업이 포함됐다. 제재 명단에 오른 중국 기관 및 기업은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미국이나 미국 기업으로부터 부품 구매 등의 거래를 할 수 없다.

미 상무부는 관보를 통해 “이들 정부 기관과 기업체는 위구르족과 카자흐족을 비롯한 이슬람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억압과 임의구금, 첨단기술을 이용한 감시 등에 참여해 인권 침해와 인권 유린에 연루됐다”라고 밝혔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미국은 중국 내 소수 민족에 대한 잔혹한 탄압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대상은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민 정부 공안국과 19개 산하 기관 및 동영상 모니터링과 안면인식 선두기업인 항저우 하이크비전, 매그비, 센스타임, 다화, 아이플라이텍, 메이야보커, 이씬 과학기술, 이투커지 등 8개 기업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하이크비전, 다화를 비롯한 CCTV 설비업체들은 14억 인구를 모니터링하는 중국 공산당의 정책에서 직접적인 이익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중국의 거리와 빌딩, 공공장소에 약 1억 7600만 대의 영상모니터링 장비가 설치됐다.

이중 감시 카메라 제조업체인 하이크비전과 다화는 글로벌 영상 감시 장비 업계에서 각각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하이크비전은 중국 공산당이 전 세계 모니터링 시스템의 최대 수출국이 되려는 야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핵심 기업으로, 시가총액 420억 달러(약 50조 3160억 원)의 세계 최대 동영상 모니터링 장비 제조업체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지분 42%를 보유하고 있다.

두 번째 카드, ‘인권’을 기준으로 비자 발급 제한

미 상무부가 중국 기관 및 기업 28곳을 수출제한 리스트에 올린 지 하루 만에 미국 국무부는 위구르족 등 이슬람 소수민족 탄압에 참여한 중국 관료들에게 ‘비자 발급 제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비자 제한 대상 관료들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중국 정부 관료와 공산당 간부 및 가족에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 정부에 “신장지역 소수민족에 대한 대대적 구금과 감시, 기타 인권 침해에 연관된 행위를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위터에 “신장의 종교와 문화를 말살하려는 체계적 조치 속에서 중국 정부는 100만여 명의 무슬림을 강제 구류했다”라고 밝혔다.

중국 관료들 사이에 가족과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풍조가 만연해 ‘뤄관(裸官, 가족을 해외로 보내고 재산을 빼돌린 기러기 공무원)’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이들은 가족을 출국시키고 자신은 국내에 남아 고위 관직에 종사하면서 부정 축재한 재산을 해외로 빼돌려 중국 공산당 정권이 무너지면 즉시 제3국으로 도망갈 출로를 마련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피처는 미국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들의 비자를 제한함으로써 미국 도피 가능성을 차단했다. 또한, 이미 미국에 정착한 중국 공산당 관료의 자녀와 친지들도 비자와 영주권을 취소당하고 국외로 추방될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그들의 재산도 동결되며 국제여행 역시 제한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의 부회장 겸 CFO였던 멍완저우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대 이란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구속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관과 기업들이 멍완저우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기술에 크게 의존하던 화웨이는 지난 5월 미국의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오른 후 곧바로 실적 하락과 대폭 감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 번째 카드, 홍콩 문제의 평화적 해결 촉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홍콩 문제에 대한 ‘인도적’ 접근을 중국 당국에 재차 촉구하며 홍콩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과 인도적 처리가 명확히 있어야만 무역 회담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위대에게 나쁜 일이 일어난다면 무역 협상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사태를 무역 협상과 직접 연계시킨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미국 공화·민주 양당 협력으로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홍콩 인권법)’이 상·하원 소관 상임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이달 하순에 열리는 본회의에서도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이 시행되면 미국은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홍콩의 ‘글로벌 금융허브’ 지위는 중국 정부가 홍콩의 일국양제를 얼마나 보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또 홍콩의 인권 자유를 침해한 데 연루된 홍콩 관료는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입국 금지될 수 있다.

처음부터 미·중 협상은 불균형 상태였지만, 미국이 ‘인권 카드’를 들고나오면서 중국 공산당은 더욱 거대한 압박을 받게 됐다. 이 때문에 ‘위위안탄톈’은 회담 결과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면서 중국 공산당이 물러서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고문인 마이클 필스베리는 “이번에 합의가 안 되면 미국은 다른 분야의 행동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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