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기밀해제한 문건은 ‘러시아 게이트’ 관련 자료”

잭 필립스
2022년 08월 22일 오전 9:12 업데이트: 2022년 08월 22일 오전 9:12

전 국방부 고위 관료 캐시 파텔, WSJ에 발언
“FBI 압수수색, 러시아 게이트와 관련 가능성”
“트럼프, 해당 문건 모든 미국인 봐야 한다고 생각”

전직 미국 국방부 고위 관료가 미 연방수사국(FBI)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 압수수색의 목표가 ‘러시아 게이트’ 관련 문서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장관 대행 비서실장과 백악관 대테러 담당관을 지낸 캐시 파텔은 21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에서 “마러라고에 보관 중인 기밀 문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기밀 해제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파텔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 해제한 정보들은 그가 미국 대중에게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라며 “법무부와 FBI는 그 문건들이 기밀 해제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텔은 또 FBI의 압수수색에 관해 “FBI 요원들이 가져간 상자에 뭐가 들어 있었는지는 모른다”면서도 “러시아 게이트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됐고 다른 많은 것들과 관련됐으며, (트럼프는) ‘이것은 모두 기밀 해제됐다’고 말했다”며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해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위기에 있어 긴급한 조치가 필요했다’는 법무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법무부와 FBI는 이번 압수수색 영장을 공개하고 11건의 기밀 표시된 문건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왜 전직 대통령 자택을 수색해야 했으며 정확하게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공식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에포크타임스를 비롯해 다수 언론이 이에 관해 문의했지만 법무부와 FBI는 답하지 않고 있다.

FBI가 압수수색 영장과 11건의 문건 압수 사실을 공개한 것 역시 이번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려는 법조단체가 정보 공개를 청구하면서 이뤄졌다.

압수된 문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공개된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FBI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관해 방첩법 위반, 사법 방해(증거 은닉, 허위 진술) 등의 혐의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일부 언론은 FBI 압수수색 영장 발부의 근거 자료로 법원에 제출한 선서 진술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8일 담당법원인 마이애미 연방법원의 브루스 라인하트 판사는 법무부에 진술서 편집본을 이달 25일까지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라인하트 판사는 제출된 편집본을 보고 일반 공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서 진술서를 편집 없이 전문 그대로 공개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법무부는 “민감한 정보가 너무 많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추후 편집본이 공개되더라도 편집 수준에 관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FBI의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 수사와 관련된 다양한 문건의 기밀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택에 보관 중인 문건이 기밀 해제된 것들이라는 파텔의 발언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미국 대통령은 기밀 정보 관리 최고 책임자로서 기밀을 해제할 권한이 있다. 현재 에포크TV의 시사프로그램 ‘카시의 코너’ 진행자인 파텔 역시 WSJ에 “대통령은 기밀 관리 최고 책임자로서 그가 서면이나 구두로 선언하면 기밀이 해제된다”고 말했다.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 수사는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으며, 트럼프 측과 공모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게이트’에 관한 FBI 수사를 가리킨다.

이 수사는 영국 전 정보요원 크리스토퍼 스틸이 작성한 ‘스틸 문건(트럼프 X파일)’을 기반으로 했으나, 이 문건에 실린 자료 다수가 FBI를 포함해 다른 단체들에 의해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2016년 대선 열기 속에서 FBI는 이를 근거로 그해 7월 말부터 미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AS)과 합동으로 대규모 수사를 벌였다.

2017년 출범한 로버트 뮬러 특검이 이 사건을 넘겨받아 2019년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며 수사를 마무리 지었으나, 트럼프 또는 그의 대선 캠프가 러시아와 협력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끝났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FBI는 ‘기밀’ 표시된 문건을 발견해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 문건은 ‘기밀’ 표시만 붙었을 뿐 기밀 해제됐다는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을 하루 앞둔 지난해 1월 19일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 자료를 기밀 해제했다는 내용의 문서를 발표한 바 있으며, 지난 18일에도 이 문건을 문서화해 보관 중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퇴임을 앞두고 기밀 문건을 검토해 해제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를 거쳤으며, 이 과정에서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 문건을 “가능한 한 최대한 기밀 해제해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FBI가 지난해 1월 17일 자로 발송한 서한에서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 문건의 추가적인 기밀 해제에 반대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한 기밀 해제 여부 검토 끝에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 사건으로 분류된 문건에 대한 추가 기밀 해제를 결정했으며, FBI가 보관 중인 모든 관련 문건을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적절히 편집해 제출하도록 법무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이번 압수수색이 차기 대선에서 공화당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관한 ‘정치적 공세’라고 반발하고 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17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지난해 1월 6일 미 국회의사당 점거 사건을 조사 중인 하원 조사위원회(하원 특위)에 뭔가 추궁할 거리를 물어다 주기 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 전원 찬성, 공화당 의원 35명 찬성으로 구성된 하원 특위는 의사당 점령 사건의 주된 책임자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목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크루즈 의원은 “압수수색 영장을 보면서 FBI가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생각하면 매우 괴롭다. 이는 낚시 원정대였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러한 주장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압수수색은) 기밀문건과 별 상관이 없다”며 “하원 특위는 FBI와 법무부에 조사팀을 보내 샅샅이 뒤져 뭔가 유죄처럼 보이는 것을 찾아내려 했다”고 주장했다.

* 한국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 에 관한 내용을 일부 추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