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이재민 “中 관영매체 기자, 현금 건네며 자국 정부 비판 요구”

정향매
2023년 02월 13일 오후 4:00 업데이트: 2023년 02월 14일 오후 9:01

중국 관영 매체 기자가 돈을 앞세워 튀르키예 강진 이재민들에게 튀르키예 정부의 재난 구조 현황을 비판하고 불만을 표출할 것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 

12일, 대만 중앙통신사(CNA)는 인터넷 소식을 종합 인용해 “튀르키예 지진 피해자들이 최근 튀르키예 언론에 ‘중국 관영 매체 기자들이 재난 현장에서 이재민들을 돈으로 꼬드기려 했다’고 제보했다”며 “그 대신 튀르키예 정부의 부실한 재난 구호 활동과 이에 대한 불만을 카메라 앞에서 공개적으로 고발하라는 조건이 붙었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 관영 매체 기자들은 이재민들에게 중국 구조대의 활동과 신속하게 구조지원을 지시한 중국 구조 당국을 칭찬하도록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 구호 활동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튀르키예 정부와 비교하려는 의도라고 통신은 분석했다. 

금전적인 유혹에도 불구하고 이재민들이 중국 기자의 요구를 거절하자 그는 휴대전화를 켜놓고 생방송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재민들에게 저지당했고, 결국 중국 관영매체 기자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튀르키예 경찰에 연행됐다. 

지난 9일 ‘무틀루 에일 수틀라르(Mutlu Aile Sürlar)’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영상이 게시됐다. 계정 관리자는 영상과 함께 “지금은 튀르키예 국민들이 다 함께 고통을 극복해야 할 때”라며 “이런 정치 게임을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해당 게시물은 나흘 만에 조회수가 120만 회에 육박했다. 

해당 영상은 또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한 네티즌은 중국어로 “중국 내에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것도 모자라서 해외에서도 같은 짓을 하고 다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은 “중국에서 사용한 수법을 온 세상에 써먹을 셈인가? 튀르키예 국민은 중국인들처럼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지난 6일(현지 시간) 발생한 두 차례 강진으로 12일 기준 3만 3000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강진으로 약 260만 명이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9일부터 튀르키예 안타키아 지역에서 구조활동을 펼쳐온 한국 긴급구호대는 11일 기준 생존자 총 8명을 구조했으며 시신 18구를 수습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