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카드사 빅데이터로 동선 추적 한방에…정부 ‘스마트시티’ 기술 본격 가동

남창희
2020년 03월 25일 오후 11:18 업데이트: 2020년 03월 26일 오전 7:41

정부가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에 역학조사에 ‘스마트시티’ 기술을 도입해 감염자 이동동선을 자동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26일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질병관리본부 3개 부처는 합동으로 이날부터 우한폐렴 역학조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정식 운영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가 주관하는 이 시스템은 경찰청·여신금융협회·이동통신3사·신용카드22개사로부터 제공받은 빅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감염자의 이동동선과 시간대별 체류지점을 자동으로 파악한다.

감염자가 어디를 돌아다니며 어디에서 얼만큼 머물렀는지, 지금까지 하루 걸렸던 역학조사를 10분 이내면 끝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획기적 이동동선 추적은 ‘스마트시티’ 기술로 가능해졌다.

정부가 1조7천억원(세종7천억원,부산1조원)을 들여 세종시와 부산 에코델타시티에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를 오는 2021년까지 만든다.

건설 총괄책임자(마스너플래너·MP)는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얼굴을 알린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임용됐다.

도시개발과 무관한 정 교수에게 초대형 국책사업 책임자 자리가 주어진 건, 중국 웨이팡 지역 스마트시티를 개발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웨이팡 지역의 스마트시티 사업은 현재 2019년 말까지 실제로 진행된 것이 없고 중국 사업파트너도 페이퍼컴퍼니에 가깝다는 게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이 지난 2019년말 중국 현지취재를 통해 밝혀낸 사실이다(유튜브 링크).

그렇다고 중국에 스마트시티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작년 6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관영매체 보도와 정부 자료, 컨설팅기업 딜로이트 분석을 인용해 중국에 스마트시티 500곳이 건설 중이거나 예정이라고 전했다(기사 링크).

FT는 스마트시티에 지능형 조명이나 스마트 교통관리 등 현대적 기술의 결실이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 생활에 얼마나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스마트시티 개발에 쏟아부은 자원이 국민감시 기술을 개발하는데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스마트시티 기술 전시 | STR/AFP via Getty Images

그러면서 FT는 중국이 지난 10여년간 국방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내부안보에 지출해왔다고 했다. 즉 공산당이 외부의 적보다는 국민 감시에 더 많이 투자한다는 것이다.

“감시가 중국의 스마트시티 콘셉트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인 것은 확실하다”는 중국 법·통치 전문가 로저 크리머스(Rogier Creemers) 네덜란드 레이든(Leiden) 대학 박사 발언도 FT는 덧붙였다.

중국의 스마트시티에 대해서는 미국 의회 미중경제안보심의위원회(USCC)에서도 몇년 전부터 주목해왔다.

USCC는 지난 1월 발주한 제안 요청서(링크)에서 중국 스마트시티 정책과 안보, 주민감시 기능,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한 해외진출 등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한편, 중국 보건당국은 우한폐렴 감염관리를 위해 지난 2월부터 스마트폰 앱과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건강코드(健康碼) 앱을 설치하고 자신의 건강상태를 입력하면, 빅데이터로 여행 경력 등을 추적해 개인별로 녹색(안전), 황색(의심), 적색(감염)의 등급을 부여한다.

등급에 따라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이 달라지며, 공공장소에는 방역요원들이 큐알(QR)코드를 스캔해 출입 가능한지를 판단한다.

이러한 건강코드 등급제는 중국 전역에서 시행되는데, 감염관리를 빌미로 인권침해와 주민감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