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하오의 심층분석] 中 압박에 발행중단한 대만 빈과일보, 무엇 남겼나

탕하오(唐浩)
2021년 05월 24일 오전 10:30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6

빈과일보(蘋果日報)는 대만과 홍콩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논란도 많은 언론사다. 그러나 2003년 창간한 대만 빈과일보는 지난 18일부로 지면 발행을 중단했다. 앞으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인터넷 뉴스만 제공한다.

홍콩판은 한동안 지면 발행을 계속할 예정이지만, 중국 공산당(중공)의 홍콩 탄압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앞으로 8~9개월 정도 버틸 여력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는 신문학과 출신으로, 빈과일보를 잘 안다. 홍콩에서 인기를 많이 얻은 후 대만에 지사를 낸 빈과일보는 여타 언론사들을 압도했다.

빈과일보는 당시 대만에서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언론이었을 뿐 아니라 대만의 여타 언론에 충격을 많이 줬으며, 심지어 대만의 언론 문화까지 바꿔놓았다. 빈과일보가 바꿔 놓은 언론 문화는 다음 4가지다.

첫 번째 충격 : 신문의 TV화

빈과일보가 충격을 준 것 중 첫 번째로 손꼽히는 것은 신문을 TV화한 것이다. 이는 이미지 위주로 지면을 구성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실현했다.

초기의 신문은 텍스트 위주였고 이미지는 곁들이는 정도였다. 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큰 차이가 없다. 당시 이미지는 텍스트를 부각하는 용도로만 쓰였다.

그러나 빈과일보는 독자를 시각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매우 중시했다. 그들은 과감하게 사진과 아트디자인을 활용해 지면을 TV 화면처럼 생동감 있게 만듦으로써 ‘신문의 TV화’라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자 대만의 주류 신문들도 이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충격 : 기자의 파파라치화

파파라치 기자팀은 빈과일보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 기자들은 24시간 내내 정재계 유명 인사나 연예인들을 미행해 그들의 사생활과 루머, 스캔들을 전문적으로 포착했다.

이 가십성 기사의 인기가 높자 대만의 여타 매체들도 잇따라 전문 파파라치팀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사생활 침해 논란과 뉴스의 가십화가 저널리즘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파파라치 수법은 심층보도나 탐사보도에도 활용됐다. 특히 공공안전을 해치는 수많은 비리의 내막과 진실을 캐내는 데 사용됨으로써 대만 사회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세 번째 충격 : 뉴스의 상품화

빈과일보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뉴스를 상품화한 것이다. 한마디로 시장 논리에 입각해 철저히 독자가 원하는 신문, 즉 상품성 있는 신문을 만들고 파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런 유형을 전문용어로 ‘시장지향형 저널리즘(market-driven journalism)’이라고 한다. 이는 모든 뉴스의 생산이 시장의 선호도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빈과일보는 한때 대만에서 가장 잘 팔리는 신문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루 최대 판매 부수는 71만 부였다.

이렇듯 독자의 관심사를 좇아 신문을 상품화하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연예, 스포츠, 소비, 범죄, 생활 등 흥밋거리 기사가 대부분인 반면, 정치나 국제 뉴스는 적었고 심지어 저속하고 선정적인 눈요깃거리가 넘쳐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빈과일보는 대만에서 가장 선정적인 신문이라는 혹평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도를 넘은 파파라치 수법으로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필자도 몇몇 인사들로부터 아침 식사 자리에서 시체나 나체를 보고 싶진 않기 때문에 빈과일보를 보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빈과일보가 독자의 관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독자의 의견을 가장 잘 경청하는 신문이 됐다는 점이다. 빈과일보는 독자들의 피드백, 특히  비판에 귀 기울이고 대중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는 등 쌍방향 소통에 충실했다. 이 측면에서 보면 빈과일보는 가장 친(親)대중적인 매체일지도 모른다.

네 번째 충격: 편집권의 독립화

경영자로부터 편집권 독립을 이뤘다는 점은 빈과일보가 거둔 쾌거로 꼽힌다. 중화권 대다수 언론사들은 사장이 뉴스 제작이나 뉴스룸 운영에 자주 개입한다. 언론사는 대부분 어느 정도 정치색을 띠거나 지향하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이전에 소속된 언론사 사장으로부터 ‘뉴스는 이런이런 식으로 써라’ ‘중공을 비난하는 기사는 쓰지 마라’ 등의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빈과일보의 경우 지미 라이(黎智英) 사장은 사업가임에도 불구하고 뉴스 운영에 완전히 손을 떼고 모든 관리를 전문 운영진들에게 맡겼다. 지금이야 편집권 독립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결정이었다.

대만 빈과일보에 18년째 재직 중인 한 배테랑 직원은 “지미 라이 사장은 뉴스에 전혀 간섭하지 않고 기자와 편집자에게 편집권을 전적으로 위임했다. 이런 사장은 지금껏 대만에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면이 빈과일보가 다른 언론사들과 확실히 다른 점이다. 그들은 정치색을 띠지도, 특정 정당에 치우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뉴스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대기업에 밉보이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2013년, 대만에서 음료수에 ‘가소제’를 첨가한 사건이 터졌다. 당시 한 식품 대기업이 가소제를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았으나, 이 대기업은 거의 모든 매체의 중요한 광고주였기 때문에 어떤 언론도 감히 이 사건을 보도하지 못했다. 당시 빈과일보만 보도했고, 그 바람에 빈과일보는 이 대형 고객의 미움을 샀다.

필자가 빈과일보를 집중 거론하는 것은 이 신문사가 지난 18년간 대만에 ‘신문 혁명’을 가져왔고 신문 시장을 리드했음을 알리기 위함일 뿐 맹목적으로 치켜세우기 위함이 아니다. 그들은 분명 독자뿐 아니라 다른 언론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빈과일보의 뉴스는 상당히 전문적이고 진실을 추구하지만, 약간은 ‘착하지 않은’ 점이 있었다. 그래서 과거에는 시체 사진과 나체 사진이 자주 등장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해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뉴스의 진실을 쫓는 그들의 용기는 높이 살 만하다. 특히 빈과일보는 현재 홍콩과 대만의 언론계에서 중공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중공의 실상을 폭로하는 극소수 언론 중 하나다. 그들의 사장 지미 라이도 이 때문에 중공 사법기관으로부터 탄압을 받고 있다. 그는 현재 수감 중이다.

지미 라이의 자산은 동결됐고, 그가 대주주로 있는 넥스트디지털 주식도 거래가 정지됐다. 이 때문에 대만 빈과일보가 자금난으로 지면 발행을 중단했다. 또한 홍콩 정부가 7월 1일 전에 홍콩 빈과일보까지 단속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홍콩 빈과일보 직원들의 이직이 줄을 잇고 있다.

홍콩 빈과일보도 대만 빈과일보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한때 잘나가던 언론사가 중공의 탄압으로 하루아침에 생존 위기에 몰린 사실이 개탄스럽다.

하지만 빈과일보를 비롯한 홍콩·대만의 언론 상황을 통해 중공이 홍콩과 대만 언론을 재편성하는 ‘통일전선’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통일전선 침투에는 크게 세 가지 수법이 있다.

하나는 매수다. 중공은 언론사 사장에게 금전적 이익을 주거나 중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그 언론사를 매수한 후 언론사의 정신과 입장을 중공과 일치시키도록 요구한다. 중공은 이를 통해 중공이 홍콩과 대만 지역에 통일전선 여론을 퍼뜨리고 국민을 세뇌하는 데 협조하게 한다.

경제적 압박도 중공의 통일전선의 하나다. 말을 듣지 않거나 매수당하지 않는 언론사의 경우, 중공은 사법기관과 정치수단을 동원해 언론사 자산을 동결하거나 기업(광고주)을 압박해 광고 수입을 차단한다. 결국 이 언론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안 되면 마지막 수단으로 육체적으로 위해를 가한다. 중공은 말을 듣지 않는 언론사 사장과 주요 책임자에게 사법기관을 이용해 누명을 씌우고 그들을 감옥으로 보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준다. 지미 라이가 대표적인 예이다.

또 중공은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언론사 기자와 주요 책임자를 폭행하기도 하고 언론사를 공격해 시설을 파괴하기도 한다. 홍콩의 에포크타임스도 이런 수법의 피해자이다.

앞으로도 중공의 통일전선 수법과 종류를 더 심도 있게 분석해, 대만은 물론 홍콩과 아시아권, 전 세계가 대응할 수 있는 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