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후 재생 에너지 전환, 기하급수적 에너지 비용 상승 우려

김태영
2022년 08월 13일 오후 4:13 업데이트: 2022년 08월 16일 오후 11:08

미국이 탄소배출 저감을 이유로 원자력 발전소 대신 태양광 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위주로 전력을 생산할 경우 에너지 생산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에너지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원자력 발전소 제외한 전력 생산 시, 생산 비용 2배가량 치솟아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을 위한 협의체 ‘에스엠알스타트’는 2021년 기존 전력망을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PDF).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만으로 미국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려면 메가와트시(MWh)당 발전 비용이 216.4달러(28만 원) 내지 274달러(35만 원) 발생한다. 풍력 발전으로 대체할 경우에는 MWh당 87.8달러(11만 원) 내지 106.4달러(13만 원) 발생한다.

반면 원자력 발전의 경우 MWh당 71.57달러(9만 원)에서 79.73달러(10만 원)밖에 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앞서 2018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는 기존의 발전 시설을 모두 재생 에너지로 전환할 경우를 예측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PDF).

이 논문에 따르면 “전력 생산에 원자력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미국 정부의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며 “경우에 따라 2배가량 비용이 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 에너지, 다른 발전용 에너지원과 비교해 월등히 효율 높아

원자력에너지연구소(NEI)의 신규 원자로 설립 책임자 마커스 니콜은 2022년 미국 주(州) 의회 회의에서 “원자력 에너지를 제외할 경우, 향후 몇 년 동안 미국의 에너지 생산 비용이 급격하게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NEI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현재 원자로 93기가 가동되고 있으며 미국 전체 ‘카본 프리(Carbon-Free)’ 전기 생산량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하는 전기가 미국 전체 전기 생산량의 19%밖에 되지 않는데도 그렇다.

원자력 발전소의 숫자가 적음에도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우라늄의 에너지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나의 우라늄 펠릿은 석탄 1톤이나 석유 560리터 혹은 천연가스 450세제곱미터와 맞먹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2020년 미국 원자력 발전소의 평균 발전능력지수는 93%였다. 발전능력지수는 발전소의 최대 용량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생산하는지 나타내주는 수치이다.  다시 말해 ‘발전능력지수 100%’는 항시 최대 용량의 전기를 생산한다는 의미이다에너지부 발표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과 비교할 때 석탄의 발전능력지수는 49.3%, 천연가스는 54.4%, 풍력발전은 34.6%, 태양광은 24.6%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원자력 발전은 탄소 배출량도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낮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은 전체 수명 주기 동안 이산화탄소를 킬로와트시(kWh·시간당 킬로와트)당 약 12g 배출한다. 이에 비해 풍력 발전은 kWh당 14.4g, 태양광 발전은 kWh당 50.9g 배출해 원자력 발전이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성인 72%, 원자력 발전소 보다 대체 에너지 시설 선호

원자력 발전은 이처럼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초당파적 싱크탱크 퓨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원자력 발전소는 1990년 107개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그 수가 감소하고 있다.

지난 1월 퓨 리서치센터의 설문 조사(PDF)에 따르면, 미국 성인 69%가 2050년까지 미국이 탄소 중립국이 되는 것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설문 조사에서 ‘연방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장려해야 한다’고 답한 미국 성인은 약 3분의 1이었다. 나머지 3분의 2는 ‘연방 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저지’하거나 ‘원자력 발전에 대한 중립을 유지하고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미국 성인 72%는 원자력 발전소보다 석유·천연가스 시설이나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퓨 리서치센터는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도 원전 사업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공화당원이나 보수 성향의 미국인은 연방정부가 원전 사업을 장려하길 선호(42%)하는 반면, 민주당원이나 진보 성향의 미국인은 원전 사업을 반대하기를 원한다(32%)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 떨쳐내야

센터 조사 결과 미국인들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해 원자력 발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인식과 반대되는 발표도 있다. 지난 3월 UN 과학위원회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20년간 5000건의 갑상선암(이중 15건은 사망)이 발생했지만, 이 외에는 방사선 피폭이 공중보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역시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방사선 피폭으로 사망한 사람은 단 1명이었다. 그 외 2313명으로 보고된 사망자들은 방사선 피폭이 아닌 일본 정부의 대피 명령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이 밖에도 발전 과정에서 공해가 생기는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원자력 발전은 공해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버드대학교가 2018년에 내놓은 환경연구 보고서(PDF)에 따르면, 그해 8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화석 연료로 인한 공해로 사망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13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가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를 막아준다고 밝혔다.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한 덕분에 연간 64기가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대기 유입을 막고,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매년 184만 명 줄여준다는 게 NASA의 발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