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비용, 2030년까지 47조4천억 추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한동훈
2023년 05월 23일 오후 2:28 업데이트: 2023년 05월 23일 오후 2:28

문재인 정부 5년간 진행된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한 에너지 손실 비용이 2017년부터 2030년까지 47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탈원전 비용 추정 결과’ 보고서를 통해 지난 5년간 탈원전 비용으로 22조9천억 원이 이미 발생했고 그 파급효과로 올해부터 2030년까지 24조5천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보고서 링크).

건설 중인 원전 공사를 중지하거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원전 ‘계속운전’을 제한했으며,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 조치에 따른 원전 용량 감소 및 가동률 저하를 그 이전과 비교해 비용으로 계산한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7월 확정한 제7차 전력기본계획에 따라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원전 발전량을 확대하는 한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 사용량을 줄이는 저탄소 전원믹스(Mix)를 늘려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추진했다.

녹색연합, 민노총, 가톨릭환경연대 등 좌파 성향의 단체들은 당시 “전력수요가 줄어들고 있으며 발전설비 과잉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산자부가 오히려 전력수요를 부풀리고 있다면서 “핵발전소를 축소하고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여론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성명서 링크).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공약의 일환으로 ‘탈원전 및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 20% 확대 정책’을 내세웠다. 당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공약을 이행하더라도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인상은 차기 정부로 넘겨졌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집회 . | 연합뉴스

같은 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도 발표했다. 이 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전력소비량을 연평균 1.0%, 최대전력은 연평균 1.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7차 계획에서 전력소비량 2.1%, 최대전력 2.2% 증가를 전망한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낮춰 잡은 것이다.

이에 한국원자력학회는 2018년 5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검토보고서’를 내고 8차 계획이 “과거 최대 전력 실적과 최근 잦아지는 이상기후를 반영하지 않은 채 미래 최대 전력수요를 예측했다”며 “과소예측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었다(보고서 링크).

원자력학회는 또한 “8차 계획에서 원자력과 석탄 신규 설비가 배제되고 신재생은 용량이 결정돼 있다”며 전력 공급원 구성의 다양성이 부족해 예상치 못한 수요 증가 시 가스발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일정 규모 이상의 전력시스템을 갖춘 국가 중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추진하는 곳은 없지만 8차 계획에서는 이를 추진했다”며 에너지 전환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독일도 원전 축소를 추진하면서도 석탄발전은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독일은 탈원전을 추진했다가 작년 7월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자, 예비전력원으로 보존하던 석탄화력발전을 재가동하는 임시조치를 통해 위기를 넘겼다. 독일은 올해 4월 마지막 원전 3기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완전히 탈원전 국가가 됐다.

‘탈원전 없었더라면’ 비교 시뮬레이션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7차 계획대로 진행됐을 경우의 원전 발전량과 8차 계획에서 줄인 원전 발전량을 비교해, 줄어든 발전량을 전부 가스 발전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시뮬레이션해 비용을 추산했다. 그 결과 2017~2022년 추가비용이 22조 9천억 원이다.

다만, 생태계 부실화에 의한 비용 증가, 원전 비중 증가에 따른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 절감 편익 등의 외부 효과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전원별(원전·가스) 정산단가, 발전량 변동에 따른 공급비용에만 한정했다.

연도별 탈원전 비용은 2017년 1조9천억 원, 2018년 3조7천억 원, 2019년 3조1천억 원, 2020년 1조4천억 원으로 1조 원대에 머물렀으나 2021년 3조2천억 원, 2022년 9조6억 원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발생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원자력정책센터는 지금까지 발생한 비용 외에 앞으로 발생할 탈원전 예상비용도 추산했다. 2023~2030년까지 총 24조5천억 원이다. 원전용량 감소에 의한 비용 19조2천억 원, 계속운전 지연에 의한 비용 5조3천억 원이다.

탈원전 정책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와 맞물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한전) 영업손실 32조의 주요 원인으로도 지적됐다. 센터는 7차 계획에 따라 원전이 정상 가동됐다면 한전 적자가 22조 원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22일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공장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을 둘러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시절 전면 백지화됐던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계획을 재개했다. | 연합뉴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한국 원전의 고사 위기도 탈원전의 또 다른 폐해로 거론됐다. 센터는 “(한국) 원전사업은 문 정부 5년간 원전산업 매출이 41.8%, 종사자 수가 18.2% 감소해 붕괴 직전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계점도 지닌다. 센터가 밝힌 가장 큰 한계점은 원전 발전량 감소분을 전량 가스 발전으로 대체한다는 가정하에 비용을 산정했다는 점이다. 2023~2030년 정산단가를 과거 5년간의 평균 정산단가로 추정했다는 점도 부정확한 계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센터는 “이상의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본 검토는 탈원전 비용 규모를 실적에 근거해 비교적 정확히 산정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추후 별도 연구과제를 통해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탈원전은 전기료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전날 5.3%의 전기료 인상을 언급하며 “탈원전과 방만한 지출이 초래한 한전 부실화는 한전채의 금융시장 교란을 더 이상 놔둘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현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해 “이념적, 정치적 정책을 완전히 폐기하고 세계 최고 수준인 원전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