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강제북송’ 논란, 태영호 “현장 영상 공개해야”…청년연합 “文 전 대통령에 해명 촉구”

이연재
2022년 07월 16일 오후 4:02 업데이트: 2022년 07월 16일 오후 4:02

판문점을 통해 북송된 탈북 어민들의 사진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는데 국민의힘 의원들과 북한시민단체, 변호사들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태영호 의원 “송환 현장 영상자료 있을 것…공개해야”

15일 오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탈북 선원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한 법적 고찰 및 재발 방지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당시 북한 어민들이 안대를 쓰고 포승줄에 묶여있는 건 호송을 담당했던 경찰 측의 조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 고위 관계자 증언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태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1월 당시 경찰청 경찰특공대가 관계 기관으로부터 ‘서울 모처로 출발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총기와 포승줄, 안대 등의 장비 없이 경찰특공대원 8명이 출동했고, 관계기관이 말한 장소에 도착해보니 이미 북한 어민 2명이 포승줄에 묶인 채 안대를 착용한 상태였다는 증언이 있었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최근 공개된 사진을 보면 북송 당시 영상 자료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방부, 경찰청, 유엔사령부 등에 당시 영상 자료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5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탈북선원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법적 고찰 및 재발 방지 방안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NTD

전문가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에 들어와서 ‘대한민국에 남겠습니다’라고 의사 표시를 하면 그 사람의 신분이 무엇이고 어떤 목적으로 왔든 대한민국은 수용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선택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측 주장대로 그들이 범죄자라 하더라도 한국 법을 적용해 한국에서 조사하고 처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소장은 이어 “북한인권정보센터의 현재 축적된 13만여 건의 북한 인권침해 사건과 인물 기록 중 한국 정부와 국가기관 담당자가 가해자로 기록된 최초의 북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제 북송 사건의 진실은 이미 다 규명돼 있고 쟁점은 누가 강제 북송 결정을 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김태훈 명예회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건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으로서 직무유기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북한 이탈 주민이 일단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된 이상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 북송하는 것은 헌법 및 법률 그 어디에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불법행위”라며 “이는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가입해 있는 국제법상 의무 위반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 선원들이 한국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강제 송환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자국민의 강제 퇴거를 금지한 세계인권선언 제9조, 제15조를 어긴 것”이라고 밝혔다.

탈북민, “한국행 꿈꾸던 북한 주민에 엄청난 공포”

장세율 전국탈북민연합회 상임대표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이 던진 반국가적, 반사회적 결과는 참혹하다.”고 표현했다.

특히 “이 사건은 탈북민 사회에 심대한 정신적 타격을 주었다.”며 “탈북민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재발 방지 첫걸음은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북민들은 해당 사건 이후 미국과 유엔, 국제형사재판소 등 국제사회에 관심을 호소하는 한편 광화문에서 500명이 모여 규탄대회를 가졌다.

통일부 북송 당시 사진 공개 후 파장 일어

한국 통일부가 지난 2019년 11월 7일 발생한 ‘탈북 어민 북송’ 조치가 잘못됐다는 입장을 밝히며 판문점을 통해 이뤄진 북송 당시의 사진 10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통일부는 지난 12일 “통상 판문점에서 북한 주민 송환 시 기록 차원에서 사진을 촬영해왔다.”며 “오늘 국회 요구 자료로 2019년 11월 발생한 북한 어민 강제 북송 당시 판문점을 통한 송환 사진을 제출하였으며 이 사진 자료를 기자단에도 공개한다”고 밝혔다. 통일부에 사진 제출을 요구한 이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다.

당시 송환을 위해 판문점에 도착한 탈북 어민들이 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이 공개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2019년 11월 한국에 온 탈북어민이 판문점에서 강제 송환되는 모습 | 태영호 의원실 제공

청년단체,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해명 요구

부산·경남의 청년들로 구성된 청년단체 ‘바른청년연합’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 단체는  15일 2시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국민 생명 버린 국가, 이런 국가 못 믿는다’, ‘인권 말살, 사람이 먼저라며?’라는 피켓을 들고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의 반헌법적이고 비상식적인 행위를 규탄했다.

부산·경남의 청년들로 구성된 청년단체 ‘바른청년연합’이 15일 2시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 바른청년연합 제공

바른청년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2019년 11월 21일 한반도 평화정책 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처리한 사건이라고 말했다.”며 “그의 증언이 맞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유를 찾아 돌아온 탈북 어민들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주적 북한 정권에 갖다 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직 국가 원수로서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국민들의 질문에 성실히 해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청년연합 회원들이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인권 말살, 사람이 먼저라며?’ ‘국민 생명 버린 국가, 이런 국가 못 믿는다!’라는 문구의 피켓을 들고 있다. | 바른청년연합 제공

 2019년 11월 무슨 일이 있었나

당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오징어잡이 어선을 타고 있는 탈북 어민 2명이 나포됐다. 이들은 한국 해군 함정에 구조된 직후 ‘남측에 귀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진행된 조사에서도 자필로 귀순 의향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한국에 온 탈북민들은 최소 두 달간의 합동조사를 거치지만 이들에 대한 조사는 3일 만에 마무리됐다. 당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은 ‘귀순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나포 5일 만인 11월 7일 이들을 북측에 넘겼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선상에서 동료 16명을 살해했다”며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일 경우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이들이 귀순 의향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 의회 ‘북한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면밀히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16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이 모임을 이끄는 무소속 데이비드 알톤 상원의원은 전날 윤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공개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남북한 사이 합법적인 범죄인 인도 조약이 없는데, 어떤 근거로 북송이 이뤄졌느냐”며 “한국의 새 정부가 두 어민의 북송을 누가, 왜 지시했는지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법치와 민주주의, 인권의 가치를 준수하는 국제적 의무를 훼손한 자들에게 책임을 묻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은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자체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북한 인권 감시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