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가족 앞에서 임신한 여성 경찰 처형”…대변인은 부인

하석원
2021년 09월 7일 오전 6:33 업데이트: 2021년 09월 7일 오전 6:52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테러조직 탈레반 조직원들이 가족 앞에서 임신 8개월 된 여성 경찰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탈레반 정권하에서 아프간 여성들에 대한 탄압 우려와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BBC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같은 혐의를 부인했으며 현재 살인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탈레반이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해된 여성 경찰은 네가르 마소미라는 인물로 아프간 중부 지역의 한 교도소에서 근무했다고 피해자의 가족들은 외신에 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4일 탈레반 조직원 3명이 무장한 채 마소미의 자택에 강제로 들어가 함께 있던 가족들을 모두 묶고 집안을 수색했으며, 칼로 그녀를 처형했다.

Negar Masoomi, a female Afghan police officer who was brutally murdered in front of her family in Ghor on Sept. 4, 2021. (Courtesy of Negar family/CNN)
네가르 마소미 | Courtesy of Negar family/CNN

피해자 아들은 외신에 “그들은 우리 눈앞에서 어머니를 칼로 살해했다”고 말했다.

아직 살해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지난 정권 시절 교도소에 수감됐던 탈레반 조직원들의 보복일 가능성이 있다.

탈레반은 정권 수립 후 과거의 적들에게 복수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을 사면하고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자히드 대변인 역시 지난 정권에서 근무한 사람들에 대한 사면 약속을 재확인하며 이번 살인 사건이 “개인적 적대감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지난 1996~2001년 아프간을 통치했으며, 이 기간 여성들은 직장에 출근할 수 없었고 거의 모든 여성은 대부분의 시간을 자택에 머물러야 했다. 여성은 남성이 동반할 경우에만 외출할 수 있었고 몸 전체를 덮는 옷차림을 해야 했다.

지난 8월 아슈라프 정권을 무너뜨리고 다시 아프간 정권을 잡은 탈레반은 조직원들에게 여성을 존중하는 훈련을 실시하는 동안 여성들에게 집 안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와 관련 “우리 보안군은 여성들을 다루는 방법, 즉 여성들과 대화하는 방법에 대해 훈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Epoch Times Photo
9월 4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수도 카불에서 남성들과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며 실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Kathy Gannon/AP/연합

여성 경찰관 살해 사건이 발생한 4일,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는 남성들과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이틀째 이어졌다.

수십 명이 참가한 이 시위는 국방부 청사 앞에 탈레반과 싸우다 전사한 정부군을 추모하기 위한 화환을 놓은 뒤, 행진을 시작하는 것으로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시위대가 대통령궁에 접근하면서 폭력 진압으로 강제 종료됐다.

현지 언론의 영상과 참가자들이 외신에 전한 내용에 따르면, 시위대가 대통령궁에 도착하자 탈레반 조직원 수십 명이 시위대 속으로 뛰어들어 최루탄을 뿌리고 공중으로 경고 사격해 시위대를 뿔뿔이 흩어지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