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바이러스 자가격리 어겨 국립발레단 최초로 ‘해고’된 발레리노의 사연

황효정
2020년 03월 18일 오전 9:40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4:59

국립발레단이 창단 이래 역사상 최초로 발레리노를 해고했다.

지난 16일 국립발레단은 징계위원회를 통해 중공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자체 자가격리 기간 방침을 어긴 발레리노 나대한(28)을 해고했다.

이는 지난 1962년 국립발레단 창단 이후 최초의 해고 처분이다.

국립발레단은 “국가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국립단체로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이번 사태를 국립발레단을 쇄신하는 기회로 삼고 기강 확립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공연 / 연합뉴스

나대한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출신으로 실력파 발레리노다.

과거 여러 발레 콩쿠르에서 1, 2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지난 2013년에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에서 입상해 병역 면제 혜택을 얻기도 했다.

그런 그가 해고된 최초의 단원이 된 연유는 이렇다.

나대한은 앞서 지난 2월 14일과 15일 이틀간 대구에서 열린 ‘백조의 호수’ 무대에 올랐다.

이후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국립발레단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 모든 직원과 단원들을 자체 자가격리 조치했다.

나대한 인스타그램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을 비롯한 130명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 자가격리하며 발열과 인후통 여부 등을 매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대한은 이 기간 자택에만 머무르는 국립발레단의 방침을 어기고 여자친구와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평소 활발하게 SNS 활동을 해온 나대한은 이번 일본 여행 사진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자연히 나대한의 일본 여행 소식은 여론에 퍼졌고, 나대한은 뒤늦게 SNS 계정을 폐쇄했으나 이미 논란이 불거진 뒤였다.

일본 불매 운동 분위기가 여전히 거센 가운데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자가격리 기간을 어기고 일본을 다녀왔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여기에 나대한의 여행 기간이 삼일절과 맞물리기까지 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나대한 인스타그램

또 일본이 대구와 경북에서 머문 적이 있을 경우 입국을 제한했는데, 대구 방문 사실이 있는 나대한이 일본 입국을 할 때 허위로 입국 서류를 기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국립발레단 소속 단원은 준공무원으로 취급받는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 국립발레단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내에서는 손꼽히는 무용 엘리트들이 입단하며, 웬만한 해외 발레단 못지않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고, 대우도 안정적이다.

이런 국립발레단의 단원이 가뜩이나 중공 바이러스 확산으로 정부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

파장이 커지자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은 직접 사과에 나섰다.

강수진 단장은 “국립발레단 소속 단원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지른 것으로, 예술감독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엄중한 조처를 하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따라 결국 가장 무거운 징계를 받게 된 나대한. 나대한의 해고 조치는 17일부터 곧바로 적용됐다.

나대한은 국립발레단 규정에 따라 재심 신청을 청구할 수 있으며, 결정에 수긍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현재 국립발레단은 혹시 모를 중공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3월 공연 일정도 모두 취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