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재판부, ‘화웨이 딸’ 멍완저우 제출 증거 채택 거부

2021년 07월 11일 오후 10:09 업데이트: 2021년 07월 11일 오후 10:09

중국 군을 배경으로 하는 기업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 멍완저우 부회장에 대해 미국 신병 인도 여부를 결정하는 심리가 캐나다에서 진행 중이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대법원은 9일(현지시각) 피고 측인 멍완저우가 새로운 증거물로 채택해달라며 제출한 서류의 접수를 거부했다. 이 서류는 피고 측 변호인단이 홍콩 법원을 통해 HSBC로부터 입수한 문서다.

앞서 지난 6월 변호인단은 이 문서에 대해 내부 이메일과 스프레드시트를 포함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가 멍완저우에게 혐의가 있는 것으로 꾸며 재판부의 오판을 유도하고 있음을 입증할 자료라고 밝힌 바 있다.

변호인단은 또한 미국 정부가 혐의 입증을 위해 준비한 기록물, 캐나다 당국이 멍완저우를 체포하도록 요청하면서 제출한 자료 등에서 밝힌 화웨이, 스카이콤, HSBC 사이의 관계는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멍완저우는 홍콩의 유령 기업 스카이콤을 통해 이란 통신업체와 거래하며 미국 정부의 대이란 제재를 회피했으며, 이를 위해 스카이콤을 내세워 HSBC 등 은행들을 속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반면 멍완저우 측은 HSBC가 화웨이와 스카이컴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사전에 알고 있었으며, 멍완저우를 체포하기 위해 HSBC가 미국과 공모해 증거를 조작하고 죄를 뒤집어 씌운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변호인단이 이번에 캐나다 BC주 대법원에 제출하려던 HSBC 문서는 이 같은 반박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당초 멍완저우의 미국 신병 인도 심리는 지난해 4월 시작되기로 예정됐었지만, 변호인단은 “새로 확인된 은행 문서를 검토할 수 있게 해달라”며 재판 연기 요청을 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같은해 8월로 연기됐다.

연금 중 재판 참석을 위해 집을 나서고 있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왼쪽 발목에 전자 발찌가 보인다. | 로이터=연합

멍완저우는 2018년 12월 캐나다 벤쿠버 공항에서 체포됐다. 이는 그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미국 정부는 2019년 1월 멍완저우를 기소하고 그의 신병 인도를 정식으로 캐나다에 요청했다.

중국 당국은 멍완저우가 체포되자 중국에 체류 중이던 캐나다인 2명을 즉각 체포하며 보복했고 이들을 간첩 혐의로 구금 중이다.

현재 멍완저우는 보석 석방돼 전자 팔찌를 착용한 채 밴쿠버의 대저택에 연금돼 있다. 하지만, 개인 미술 수업과 마사지를 받거나 쇼핑을 위해 외출도 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