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자유 호송대’ 시위대 해산 “경찰 샌드백 될 순 없어”

하석원
2022년 02월 21일 오후 12:46 업데이트: 2022년 02월 21일 오후 12:46

캐나다 트럭 시위대가 자진 해산을 선언했다. 경찰의 체포와 차량 압류 등으로 인한 물리적 손해가 심각하단 판단에서다.

트럭 시위 대변인 톰 마라초는 19일 오타와 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잔혹한 행위를 견디면서 얻을 것이 없다”며 “현 상황에서 트럭 운전사와 가족들이 더 이상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평화적 해산”이라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시위대의 대화 요청에 응하는 대신, 초강경 대응을 선택했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 14일 내란 상황에 대처하도록 제정된 ‘비상사태법’을 사상 최초로 발동했다. ‘자금세탁방지법’을 확대해 시위대를 지원한 은행계좌도 동결했다.

지난 18일에는 본격적 시위대 해산 작전이 진행됐다. 비상사태법 발동에 따라 기마 경찰대까지 투입된 이 작전은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기마 경찰대는 해산 명령에 불응하는 시위대를 향해 돌격했고, 시위 참가자 여러 명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저항하는 이들은 결박돼 무릎 꿇려졌다. 돌격용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이 트럭 운전석 유리창을 깨고 운전사를 위협하기도 했다. 191명이 체포되고 79대의 차량이 견인됐다. 206개의 은행계좌가 동결됐다.

지금껏 캐나다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장면을 목격한 시위 참가자들은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마라초 대변인은 “오늘은 우리 역사에서 어두운 날”이라며 “총리가 평화적인 시위대와 대화를 거부하고 폭력을 선택했다.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오타와 경찰은 이번 시위를 불법이라고 규정했지만, 마라초 대변인은 “트럭 운전사들이 경적을 울리는 등 불편한 소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불법행위는 없었다. 거리 시위는 헌법에서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행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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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캐나다 하원에서 비상사태 선포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2022.2.15 | The Canadian Press/Adrian Wyld

마라초 대변인은 “주류언론은 이번 시위를 ‘반정부’로 몰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대화를 요구했다”며 “그러나 정부는 성의 있게 응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대화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번 백신 접종 강요 반대 시위 초기부터 사태 해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9일 캐나다 전국에서 수천 명이 의회 청사로 몰려들자 트뤼도 총리는 관저를 비우고 피신했다. 총리실은 “안전”을 이유로 총리의 행방을 공개하지 않았다.

트뤼도 총리는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후에도 시위대의 대화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고, 2주가 넘도록 사태를 방관했다. 그러다가 “시위대가 미국과의 교역로를 봉쇄하고 있어 캐나다 경제에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갑작스럽게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일부 주류매체는 정부가 시위대가 권총으로 무장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는 기사도 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마르코 멘디치노 공안부 장관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시위대가 오타와에 무기(총기)를 반입했나’라는 질문을 받자, “오타와에 무기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도로 봉쇄 시위가 급진적 이념과 관련됐다는 보고가 있다”며 말을 돌렸다. “소셜미디어에도 급진적 이념과 관련 있다는 글들이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정부는 ‘급진적 이념’이라고 표현했지만, 주류언론은 이를 ‘극우 세력의 개입’으로 보도했다.

퀸즈대학 법학과 브루스 파디 교수는 “정부가 누군가의 말만 가지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비판했다. 시민권 보호활동을 펼치는 보수단체인 ‘라이츠 프로브’에서 활동 중인 파디 교수는 “폭력 시위는 없었고 정부는 전혀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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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호송대’ 시위를 주도했던 화물트럭 운전사 크리스 바버(가운데), 타마라 리치(오른쪽)와 이들을 지원한 법조단체 헌법자유사법센터 고문변호사 키스 윌슨(왼쪽)이 시위 취지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2.3 | NTD

시위대 마라초 대변인은 “자진 해산하지만, 이번 시위는 사실 한두 명이 주도해서 이뤄진 게 아니라 풀뿌리 시민운동이었다”며 “누군가 끌려가더라도 그 자리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채워질 것이다. 자유 호송대를 반정부 시위로 선동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헛수고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마라초 대변인은 “몇몇 사람들이 운전사들과 시민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하라고 직접 지시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들은 지난 2년간 각종 규제에 진절머리가 났다. 어떻게든 무슨 일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기 때문에 이런 시위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강제 해산으로 다친 사람들에게 의료적 지원을 하고, 체포된 사람들을 위해 법적 도움을 주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마라초 대변인은 “헌법에서 보장한 집회와 언론의 자유를 행사한 일이 범죄가 돼 체포까지 당하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