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멍완저우 연금해제…중국은 ‘간첩혐의’ 캐나다인 2명 석방

한동훈
2021년 09월 25일 오후 2:46 업데이트: 2021년 09월 25일 오후 3:08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24일(현지 시각) 미 법무부와 기소 연기에 합의해 가택연금이 해제됐다. 중국은 간첩혐의로 수감했던 캐나다인 2명을 석방했다.

이로써 멍완저우 체포 이후 3년 가까이 갈등을 빚던 캐나다와 중국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경직된 미·중 관계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멍완저우 석방은 2018년 12월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미국 정부 요청에 따라 캐나다 경찰에 체포된 지 2년 9개월 만이다.

이날 멍완저우는 이란에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 홍콩의 위장회사를 활용,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그러나 범행은 인정했으나 죄목은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대신 멍완저우의 금융사기 혐의에 대해 기소연기(DPA) 해주기로 합의했다.

기소 연기는 검찰이 일정한 요구사항에 이행하기로 합의한 피의자를 대상으로 사면해주는 제도다. 이는 피의자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증언하면, 검찰은 그 대가로 형량을 낮추거나 조정하는 사전형량조정제도의 일환이다. 검찰은 수사에 들어갈 자원을 아낄 수 있다.

이 합의로 미 법무부는 2022년 11월 30일까지 유예기간을 주고, 이 기간에 멍완저우가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면, 그녀는 12월 1일 금융사기 혐의에 대한 기소를 기각 받게 된다.

이번 합의에 대해 미국은 실리를, 중국은 명분을 얻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은 멍완저우에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할 수 있으며, 위반 시 즉각 기소할 수 있다. 또한 유예기간이 끝난 뒤에도 멍완저우의 혐의점을 포착해 다시 기소할 가능성도 있다.

멍완저우는 화웨이의 이란과 사업에 관해 HSBC은행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은 인정했지만, 유죄까지는 인정하지 않았다. 즉 유죄가 아니라는 명분을 얻었다. 자신과 화웨이는 무죄라고 주장하며 당당하게 귀국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미국이 첨단 반도체 구매와 원천기술 활용을 완전 봉쇄해, 화웨이의 앞길을 차단한 상황에서 멍완저우를 자유롭게 풀어준 이유에 대해서는 별도의 계획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보복 아니라던 억류 캐나다인 2명 석방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간첩혐의로 수감됐던 캐나다인 2명이 석방돼 중국을 떠났으며, 다음날 오전 캐나다로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연임에 성공했지만 여소야대 정국으로 불안한 출발을 한 트뤼도 총리에게 이번 캐나다인 2명 석방은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석방된 캐나다인 2명은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와 전직 캐나다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으로 멍완저우가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된 지 9일만에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이에 대해 중국이 캐나다의 멍완저우 체포에 대한 보복으로 캐나다 민간인 2명을 억류했다는 비난이 제기됐지만, 중국은 두 사건이 무관하다며 부인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이날 멍완저우 석방 직후, 캐나다인 2명을 석방하면서 사실상 보복 조치였음을 인정한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