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한 사회 통제는 독재의 수단

김봉수
2021년 08월 12일 오후 2:06 업데이트: 2023년 08월 26일 오후 10:44

지난 7월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위원회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였다. 개정안에 따르면, 언론사 등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따라 허위·조작 보도를 했을 때 손해액의 5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하며, 정정보도는 원보도와 같은 분량·크기로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일정한 경우 언론사 등의 고의, 중과실을 추정하는 규정도 추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위 법안을 8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대부분의 언론사들과 언론인들이 위 법안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악법이라면서 반대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여론은 언론에 우호적이지 않다. 그동안 언론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집단이 잘못해 왔다는 이유로 정권이 개혁을 외칠 때 우리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현 정권의 사이비 검찰개혁이 그 선례를 보여 준다. 검찰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잘못을 저질러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하였다. 그러나 여당의 검찰개혁은 검찰을 개혁하여 제 역할을 하게 한 것이 아니라 검찰의 권한을 빼앗아 공수처와 경찰에 나누어 주었을 뿐이었다. 그 결과 조직적 대형사기를 막을 조직이 와해되었고, 공수처는 검찰과 줄다리기를 할 뿐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막기 위해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정권마다 정권 말기가 되면 검찰에 의해 각종 비리들이 수사 대상이 되어 왔다. 과연 이 정권은 정말 깨끗해서 그런 것이 없는 것일까?

이제 검찰에 이어 언론마저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정치권력은 정말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그저 가짜뉴스를 막기 위한 법안이라고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정권은 박근혜 정권의 붕괴를 통해 만들어졌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문고리 3인방과 최순실의 존재에 대한 언론의 보도였다. 그것을 잘 아는 현 정권은 언론을 통제하지 않으면 자신들도 위험하다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에 소위원회를 통과한 위원회 대안이 나오기까지 무려 16개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는 것만 보더라도 현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얼마나 언론 통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전부가 아니다. 21대 국회 들어와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7개 발의되었으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무려 43개 발의되어 있다. 이 중에는 포털의 알고리즘이나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제하려는 법안도 포함되어 있다.

검찰개혁이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결국에는 정권의 치부를 수사하는 검찰의 칼을 꺾어 버린 것과 같이 정권은 이번 언론중재법을 통하여 언론마저 지배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언론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는지 몰라도 그래도 나름대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기여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망각한 채 작은 잘못들을 저질렀다고 해서 악법을 지지한다면 우리는 지금 누리고 있는 언론의 자유를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논평하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은 언론자유의 훼손에 관한 것이었다. 그 점은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고 중요하다. 그런데 민법 전공자인 필자는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필자는 얼마 전 시민단체 미래대안행동의 유튜브 방송을 하면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다루었는데, 현 정권의 손해배상의 일반적 법리를 훼손하고 징벌적 손해배상과 입증책임 전환을 마구잡이식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었다.

그런데 방송 후 일주일만에 실제로 그러한 법안이 발의되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은 8월 9일 평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는데, 그 법안에도 징벌적 손해배상과 입증책임 전환에 관한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차별이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될 경우 차별피해자에게 3배 이상 5배 이하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하고, 외견상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한 경우에도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불리한 결과를 야기한 경우에는 그 기준의 합리성 내지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차별로 본다는 규정이 그것이다.

이번 정권은 시장의 자유에 대해 적대적인 것으로 비난받고 있지만, 시장이나 자본의 속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국가 형벌권의 발동보다도 효과적인 것이 금전적 불이익을 주는 것임을 그들은 깨닫고 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나 평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쉽게 규정하면서도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보면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하여 근로자나 노동조합에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 경우에도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현 정권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때로는 손해액의 몇 배에 달하는 과도한 손해배상을 입법하고,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조직이 손해배상을 해야 할 때에는 배상액을 제한하도록 입법하려고 하는 것이다. 총칼이 아닌 손해배상을 통한 사회 통제 시도는 새로운 형태의 독재 또는 연성 파시즘이 시작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이나 평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다.

/김봉수·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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