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알아두면 평생 득이 되는 지식…중국 전통문화에 담긴 ‘천인합일’

평생 득이 되는 전통이념④

왕요췬(王友群)
2022년 06월 17일 오전 10:49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0

중국학의 대가 전목(錢穆) 선생은 만년에 중국 전통문화 속의 ‘천인합일(天人合一)’관(觀)을 확연히 깨달았다. 그는 과거 중국 문화의 가장 위대한 공헌은 ‘천(天)’과 ‘인(人)’의 관계를 연구한 것이며, 천인합일관은 중국 고대문화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크게 공헌한 사상이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이 평가가 아주 정확하다고 본다.

자고로 중국 전통문화의 3대가(大家)인 유(儒)·석(釋)·도(道)는 모두 천인합일을 말했다. 기원전 300년 ‘곽점초간(郭店楚簡)’에서는 “역(易)으로써 천도(天道)와 인도(人道)를 회통(會通·이치나 뜻이 잘 통하도록 해석함)한다”라고 했다. 즉 ‘주역’은 천인합일 사상을 논술한 책이란 뜻이다.

또 ‘주역’ 문언전에서는 “대인은 하늘·땅과는 덕이 부합하고, 해‧달과는 밝음이 부합하고, 사계절과는 질서가 부합하고, 귀신과는 길흉이 부합하여 하늘보다 먼저 해도 하늘과 어긋나지 않고 하늘보다 뒤에 해도 하늘의 때를 받든다(夫大人者, 與天地合其德, 與日月合其明, 與四時合其序, 與鬼神合其吉凶, 先天而天弗違, 後天而奉天時)”고 했다. 이는 ‘천인합일’의 경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도가의 ‘도덕경’에서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고 한 것 역시 ‘천인합일’을 말한다.

불가에서 문수보살의 화신으로 알려진 한산선사(寒山禪師)의 시 “뭇별 널려 있어 밤빛 그윽하고 바위에 일점 외로운 등(燈), 저 달 여태 원기 잃지 않았느니. 원만한 빛 닳아 없어지는 법 없으니 청천에 걸린 이내 마음일세(眾星羅列夜明深, 岩點孤燈月未沉. 圓滿光華不磨瑩, 掛在青天是我心.)” 역시 천인합일을 의미한다.

역대로 ‘천인합일’에 관한 설명이 아주 많았다. 그렇다면 천인합일관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왜 천인합일관이 종신토록 이로움을 주는 전통 이념일까? 여기서는 그중 핵심만 추리고자 한다.

속세를 초탈한 경지, 천인합일

중국은 예부터 신주(神州)로 불렸다. 신(神)의 땅 혹은 사람이 신(神)에 의해 신으로 수련 성취할 수 있는 땅이란 의미다. 중국 전통문화 역시 신이 전해준 문화라는 뜻에서 ‘신전문화(神傳文化)’로 불린다. 때문에 중국 고대에는 수련문화가 대단히 발달했다. 많은 사람이 불가 수련과 도가 수련을 통해 부처가 되고 진인(真人)이 돼 생사윤회를 벗어났다.

가령 상고시대 기백(岐伯), 광성자, 신농, 황제, 이윤(伊尹), 노자 등은 모두 수도인(修道人)으로서 마침내 수련 성취해 진인(真人)이 됐다. 이런 상태를 노자는 ‘현동(玄同)’이라 했고, 황제(黃帝)는 ‘제설천지(提挈天地·천지를 몸에 지니어 가지다)’라 했다. 그리고 장자는 ‘제물(齊物·외물과 나, 즉 물아가 서로 다르지 않다)’이라고 했다. 이는 ‘대도와 일치하고, 천지와 나란히 생겨나고, 만물과 하나가 된다’는 의미다. 여기서 ‘제설천지’, ‘현동’, ‘제물’은 모두 같은 의미가 담겨 있으니 바로 수련의 가장 높은 경계인 반본귀진(返本歸真), 천인합일(天人合一)을 가리킨다.

중국인들은 염황(炎黃)의 자손이라 불린다. 황제는 중화민족의 인문시조(人文始祖)로서 치우(蚩尤)와 싸워 이기고 천하공주(天下共主·천하 공동의 주인)가 된 후 관직을 설치하고, 전장(典章)을 제정하고, 어질고 능력 있는 이들을 선발하고, 하늘에 제사를 올리고, 덕(德)으로 천하를 교화했다. 그는 또 신하들에게 명령해 건물을 짓고, 오곡을 파종하고, 옷을 만들고, 배와 수레를 제작했다. 황제 시대에 문자, 의학, 산수, 역법(曆法), 악기, 도기, 양잠 등 각종 발명이 잇따랐다. 이 때문에 중화문명의 기초가 황제시대에 다져졌다고 하는 것이다.

황제가 도(道)를 구했다는 전설은 많다. 전설에 따르면 광성자(廣成子)라는 신선이 하남 임여(臨汝)의 서남쪽 공동산(崆峒山)의 한 석굴에 머물고 있을 때 황제가 직접 그를 찾아갔다. 광성자는 황제의 극진한 구도열에 감동해 수련 비법을 전수하면서 “내면 수양을 중시하고 외계의 교란을 배제해야 합니다”, “나의 도는 장차 그대를 무궁지문(無窮之門)으로 이끌어 무극(無極)의 들판에서 놀게 하여 일월과 함께 빛나고 천지와 공존할 것이오”라고 했다.

황제가 마음을 닦고 덕을 중시하자 나라는 안정되고 천하는 태평해졌다. 역사서에 따르면 황제 재위 100년이 되자 나라에 도둑과 싸움이 사라졌고, 인심이 후하고 온정이 넘쳤으며, 기후도 순조로웠고, 심지어 호랑이나 표범 같은 맹수조차 사람을 해치지 않고 새나 짐승, 벌레까지도 황제의 교화를 받았다. 이것이야말로 태평성세의 본보기로서 ‘도가 천하에 행해지니 그 혜택이 팔방에 미친다(道行天下, 德澤八方)’는 도리를 입증한 것이 아닌가?

또 한 전설에 따르면 기원전 2598년 황제가 교산(橋山) 자락에서 큰 솥을 주조했다. 주물이 완성되자 곧 하늘이 열리더니 황룡(黃龍) 한 마리가 내려와 그를 맞이했다. 황제는 자신을 따르는 무리 70여 명과 함께 황룡을 타고 백일비승(白日飛升·한낮에 하늘로 날아오름)했다. 수련 성취해 원만(圓滿·결함이나 부족함이 전혀 없는 ‘초탈의 경지’에 이름)한 것이다. 이 신성한 장관을 목격한 뭇 백성이 신의 존재를 믿게 됐고 도덕을 숭상하게 됐다.

황제가 대낮에 하늘로 올라감으로써 염황자손들은 사람이 수련을 통해 하늘로 돌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여기서 하늘이란 바로 신(神)이다. 중국인들은 늘 “사람이 하는 일을 하늘이 지켜본다”, “황천(皇天)은 편애함이 없고 오직 덕이 있는 자를 돕는다”, “천명(天命)은 어길 수 없다”, “덕으로 하늘의 뜻을 따른다(以德配天)” “하늘에 죄를 지으면 기도를 해도 소용없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하늘’은 모두 ‘신’을 가리킨다. 사람이 신과 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수련(修煉)’이다.

‘천인합일’하면 태평성세 도래

나라를 다스리는 측면에서 보면, 옛사람은 천상(天象)이 인사(人事)와 대응하고 감응한다고 보았다. 집정자는 천상 변화에 순응하고 천상과 합일해야만 천시(天時)·지리(地理)·인화(人和)를 얻어 모든 업종이 흥성하고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해질 수 있다. 반대로 천상에 어긋나면 내우외환이 생기고 천재인화(天災人禍)가 끊이지 않게 된다.

한무제(漢武帝) 때의 대유학자 동중서(董仲舒)는 “하늘은 뭇 신의 군주이고 왕 중의 지존이다(天者, 百神之君也, 王者之所最尊也)”라고 했다. 즉 ‘하늘’은 일체를 지배하는 가장 높은 주재자이다. 군주는 ‘하늘의 아들(天子)’로서 하늘을 대표해 나라를 다스리는 자이다. 따라서 군권(君權)은 신성불가침의 권한이다. 하지만 군주라고 해서 전혀 구속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하늘과 사람은 상호 감응하기 때문이다.

천자가 왕도(王道)를 행하고 선정을 베풀면 자연히 기후가 고르고 사계절이 분명하며 모든 것이 순조롭게 된다. 하지만 동중서는 “나라가 도를 잃어 장차 망할 지경이면 하늘은 먼저 재해(災害)를 내려 꾸짖는다. 그래도 반성하지 않으면 괴이(怪異)한 일을 내어 깨우치고 두렵게 한다. 여전히 변고를 모르면 마침내 나라가 상패(傷敗·상하여 망함)에 이르게 된다. 이를 통해 천심(天心)은 군주를 사랑하고 혼란을 멎게 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동중서의 ‘천인합일’설에서 나온 ‘천인감응설(天人感應說)’이다.

사마천은 “하늘과 사람의 관계를 탐구하고 고금의 변화를 살펴 일가언(一家言·독자적인 견해나 학설)을 이루려 했다”고 ‘사기’를 쓴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사기’ 악서(樂書)에 이런 글을 남겼다.

“하늘이 사람과 통하면 양자는 마치 실체와 그림자의 관계와 같고 함께 호흡하는 관계와 같아 하늘은 선(善)을 행하는 자에게는 복을 내리고 악을 행하는 자에게는 재앙을 내린다. 이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과 같은 자연의 섭리다. 그래서 천도를 따라야 인사가 밝아진다고 하는 것이다. 임금이 하늘처럼 행동하고 지성(至誠)을 다하면 하늘을 감동시켜 음양을 바꿀 수 있다. 만약 임금이 음양을 거스르고 천심과 등지면 재앙과 괴이한 일이 일어나는바,이는 하늘의 경고다.”

또 ‘사기’ 천관서(天官書)에서는 천상과 인사의 대응관계에 대해 상세히 기술했다. 이 기록에 따르면 국력의 성쇠(盛衰), 임금의 화복(禍福), 문무 대신의 현우(賢愚·현명함과 우둔함), 전쟁에서의 승부(勝負) 등은 모두 하늘이 미리 배치한 것이다. 그러므로 각종 상응하는 천상(天象)의 변동 속에서 하늘의 뜻을 읽고 길흉화복(吉凶禍福)을 관찰할 수 있다. 일식, 월식, 혜성 등의 성상(星象·별의 모습)이 재이(災異·재앙과 괴이한 일)와 상서로움을 미리 알려주는 것 등이다. 사마천은 사실(史實)을 열거하면서 천상에서 나타낸 징조가 인간세상에서 맞아떨어지지 않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고대의 현명한 군주들은 모두 하늘을 공경하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자신의 언행이 하늘의 뜻에 부합하는지 늘 점검했다. 그들은 천재인화가 발생하거나 질서가 혼란한 상황이 벌어지면 늘 자신을 성찰하고 탓했으며 심지어 ‘죄기조(罪己詔·임금이 자신을 꾸짖는 조서)’를 내리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죄기조를 가장 많이 내린 황제가 바로 당태종인데 총 28차례에 달했다. 628년, 가뭄과 메뚜기 떼 피해가 우심하자 조서를 내려 “풍년이 들고 천하가 태평할 수 있다면 재앙을 짐의 몸으로 옮기길 진심으로 바라노라”라고 한 것 등이다. 이렇듯 당태종은 백성을 위해 자신을 책망했으니 그가 하늘의 도움과 신의 보살핌을 받아 ‘정관(貞觀)의 치’란 태평성세를 열게 된 것 역시 우연이 아니다.

‘천인합일’에 부합하는 삶이 무병장수의 지름길

양생(養生) 측면에서 보면, 중국의 옛사람들은 천체를 대우주로 보고 인체를 소우주로 보았다. 대우주와 소우주 사이에는 일종의 대응관계가 있다. 만약 사람이 하늘의 이치에 따라 행동하고 하늘과 합일할 수 있으면 무병장수하며, 반대로 하면 병약·단명하고 심지어 급사할 수도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중의학(中醫學)에서는 하늘에 음양이 있으니 사람에게도 음양이 있고, 하늘에 오행이 있으니 사람에게 오장이 있다고 보았다. 또 하늘에 12개월이 있으니 사람에게 12경락이 있고 하늘에 1년 360일이 있으니 사람에게 360혈(穴)이 있다고 했다. 사람과 하늘은 서로 통하는 관계이므로 사람은 반드시 하늘의 이치와 조화롭게 어울려야 한다.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는 “상고시대 사람은 음양을 본받고 술수(術數·음양이나 복서 따위로 길흉을 점치는 방법)에 부합하고 음식에 절도가 있고 행동거지에 규칙이 있어서 멋대로 행동하지 않았기에 형(形·신체)과 신(神·정신)이 온전히 갖춰져 타고난 수명을 다하고 100살이 넘어 떠나갔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사람은 반드시 계절·주야(晝夜) 등 음양의 변화에 근거해 몸과 마음을 조절하고 의·식·주와 행동이 음양의 법칙에 부합해야 정(精)·기(氣)·신(神)이 충만하고 심신이 온전해져 무병장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주색에 빠져 정력을 소진하고 무절제한 생활로 신기를 해하는 등 하늘의 이치를 따르지 않고 양생의 도를 거스르면 50세도 안 돼 노쇠하게 된다.

황제내경이 ‘천인합일에 부합하는 삶을 사는 것이 양생(養生)의 지극한 비법’임을 2천 년 넘게 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