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은 원팀”이라면서 민간기업 옥죄는 시진핑

리징위(李靖宇)
2023년 03월 18일 오후 8:21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8

뉴스 분석

중국 경제가 둔화함에 따라 청년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청년들의 미래가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

컴퓨터공학과 4학년생인 제니 바이(Jenny Bai)는 취업 면접을 4차례 본 끝에 다른 대학 학생 9명과 함께 베이징의 한 인터넷 회사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이들은 기쁜 마음으로 ‘7월 졸업과 동시에 입사한다’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회사는 이들에게 계약 취소 통보를 했다. 경기 침체로 신규 채용을 백지화했다는 설명과 함께.

제니의 경험은 개별적인 현상이 아니다. 현재 중국의 16~24세 인구 실업률은 20%에 육박해 미국의 2배가 넘는다.

中 당국, 최근 몇 년간 민간기업 엄격 규제

지난 몇 년간 중국 당국은 빅테크·플랫폼·부동산 기업에 강도 높은 규제를 가했다. 이로 인해 기업 의지가 꺾인 민간기업이 고용을 줄이면서 청년 실업률이 크게 높아졌다.

2020년 8월 중국 당국은 ‘3개 레드라인’ 정책을 도입했다. 부동산 회사의 대출 한도를 제한하고 부동산 거품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이로 인해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악화해 헝다그룹 등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부동산 개발업체 규제로 인한 고통은 민간 개발업자에서 국유 개발업자·투자자·지방정부로 번져 사회 곳곳에서 정책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 당국은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이른바 반독점 조사를 시작했다.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는 중국 당국에 의해 상장 예정일 직전에 중단됐고, 중국의 대표적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은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가 규제 당국의 탄압 대상이 돼 1년 만에 상장을 폐지했다.

이 밖에 알리바바는 벌금 182억 위안(약 25억2000만 달러)을 부과받았고, 텐센트는 당국으로부터 게임 판호(版號·게임 서비스 허가) 발급 중단 조치를 당했다.

2021년 7월, 중국 당국은 숙제와 사교육 등 학생을 짓누르는 2개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내용의 ‘솽젠’(雙減·쌍감) 정책을 발표했다.

사교육 기관을 비영리 기관으로 일괄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자본화 운영을 엄격히 금지하는 동시에 휴일 점유를 금지하고 엄격한 승인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른바 ‘쌍감’ 정책이 시행된 후 중국의 사교육 기관 70만 곳이 파산, 직원 해고, 업종 전환 등에 직면했다. 유명한 사교육 신둥팡(新東方)은 1500개에 달하는 지점을 폐쇄하고 강사 등 6만 명의 직원을 해고해야 했다.

중국 연구학자 펑충이(馮崇義) 호주 시드니과기대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국고가 텅 비고 중앙정부가 돈이 없자 ‘반독점’ 구호를 외치며 민간 자본을 약탈해 공공에 충당했다”고 했다.

시진핑은 또 2013년 집권 이후 ‘공동부유(共同富裕)’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공동부유’라는 표현은 시진핑의 20차 당대회 보고서에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당국의 ‘명시(明示)’ 아래 중국의 부자들은 다양한 형태로 ‘자발적’ 기부를 하며 당국의 ‘공동부유’ 정책에 빠르게 반응했다.

‘2022 후룬(胡潤) 자선 순위’에 따르면 중국 기업가 49명이 지난 1년 동안 기부한 금액은 728억 위안에 달했다. 이 중 징둥(京東·JD닷컴) 창업자 류창둥(劉强東) 회장, 중국 최대 배달 앱인 메이투안(美團) 창업자 왕싱(王興), 휴대전화 업체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회장이 각각 149억 위안, 147억 위안, 145억 위안을 기부해 기부액 1~3위를 기록했다.

中 공산당, 영향력 있는 민간 기업·기업가 용납 못 해

베이징 당국이 기업가를 때리는 또 다른 이유는 이들 민간기업이 중국 공산당의 정권 안정에 위협이 될 정도로 덩치를 키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2022년 10월 24일 중국 관영 경제일보(經濟日報)는 “경제 업무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전면적인 영도를 흔들림 없이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덱스터 로버츠(Dexter Roberts) 선임연구위원은 독일 공영방용 도이체벨레(DW)에 “시진핑은 이것이 시스템이 운영해야 할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업가들이 이윤을 얻고 세금을 내고 인력을 고용하지만, 그들의 사업이 중국 공산당의 목표와 일치하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이들 기업이 민감한 데이터를 통제하는 데 대해 우려할 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의 영향력도 경계하고 있다.

로버츠 연구원은 “시진핑이 보기에는 이들 민간기업이 너무 커져서 국유기업에 도전하기 시작했고 또 중국 공산당에 마땅히 보여야 할 존중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버츠 연구원은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 고위 당원들은 기업인들을 위협하면서도 자신들이 ‘기업인들이 사업을 계속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도록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 경제가 이렇게 나쁘니 베이징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사기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 침체되자 기업 다독이는 시늉… 기업가들 되려 불안

2012년 중국 최고 경제학자상을 수상한 쉬청강(許成鋼)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 경제·제도 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베이징이 민간기업을 강하게 규제함으로써 중국의 경제 성장이 타격을 받았다”며 “중국의 진정한 경제 성장의 동력은 민간기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진핑은 중국 경제가 심각하게 쇠퇴하자 다시 민간기업에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다. 그는 6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회의에 참석한 중국민주건국회와 공상업연합회 관계자들에게 “시종일관 민영기업을 지지하며 늘 민영기업과 민영 기업인을 우리 편으로 생각해왔다”고 했다.

쉬청강은 “요즘 기업인들은 안전감을 갖지 못하고 재산의 안전도, 신변의 안전도 확보할 수 없어 불안하고 두려울 것”이라며 “지금의 실제 상황은 시진핑의 말과 거리가 멀다. 그의 말과 행동은 모순된다”고 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영화배우 판빙빙(范冰冰)·자오웨이(趙薇), 전자상거래 인플루언서 리자치(李佳琦) 등은 모두 갑자기 실종된 적이 있다. 중국 금융계의 거물로 통했던 바오판(53·包凡) 차이나 르네상스(華興資本) 회장이 최근 실종됐다. 또 유명한 부동산 재벌 런즈창(任志强)과 다우(大午)그룹 창업자 쑨다오(孫大午)는 그들이 한 발언 때문에 모두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허베이(河北)성 가오베이뎬(高碑店)시 인민법원은 2021년 7월 28일 위챗 계정을 통해 허베이 다우大午) 농업목축그룹 유한공사의 쑨다우(孫大午) 회장에게 징역 18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사진은 쑨다우 회장이 2019년 9월 24일 허베이 사료 창고에 있는 모습. | Noel Celis/AFP via Getty Images

中 공산당, 깡패조직의 우두머리

중국 공산당은 기업을 불신한다. 이것이 민간기업을 억압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중국 공산당은 기업가는 ‘당성(黨性)’이 부족해 “공산당의 영도를 견지”할 수 없다고 보며, 그래서 런즈창이나 쑨다우와 같은 대담한 기업가들의 영향력을 두려워한다. 이들이 목소리를 높여 자유민주주의 의식을 일깨우면 공산당 정권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공산당은 대내적으로는 젊은이들의 ‘백지혁명’과 노인들의 ‘백발혁명’에 직면해 있고, 대외적으로는 민주국가들의 포위와 견제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기업가들까지 저항하기 시작하면 정권 전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은 민간기업의 발전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 공산당은 민간기업이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를, 그리고 그들이 갈취할 부를 창조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것이 중국 공산당이 민간기업을 때리는 한편 “늘 민간 기업인을 우리 편으로 생각한다”고 다독이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펴는 이유이다.

이에 시사평론가 왕허(王赫)는 이렇게 평가했다.

“이들 민간기업가는 공산당을 내심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공산당에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조아리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다. 공산당의 목적은 이들을 모조리 죽이는 것이 아니다. 공산당은 그들을 노새처럼 부리고, 안대를 씌워 영원히 쉬지 않고 그들을 위해 돈을 많이 벌기를 바란다.”

중국 공산당 치하의 중국 대륙은 암흑가와 같아 권력과 돈만 인정한다. 공산당은 이 암흑가의 우두머리로, 법도 없고 하늘도 없는 듯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중국이 진정으로 곤경에서 벗어나려면 공산당을 철저히 버리는 길밖에 없다.

공산당이 없는 세상이 되면 대학생들은 각종 정치학습을 할 필요 없이 자신의 전공에 집중하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민간기업도 자유롭고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고, 시장경제 메커니즘에 따라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 합리적인 이윤을 얻고 우수한 인재를 흡수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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