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병사 월급 200만 원 시대를 열자

오세라비 /작가·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2022년 05월 3일 오후 4:00 업데이트: 2022년 05월 3일 오후 5:26

병사 월급 200만 원이 많다?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병사 월급 200만 원이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시계를 돌려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면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각 정당 후보자들은 국방개혁 부문 중 병사 처우 개선 방안으로 월급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윤석열, 이재명 후보는 동일하게 병사 월급 200만 원 지급을 약속했다. 심상정 후보는 더 나아가 병사 월급 300만 원 지급을 제시하였고, 안철수 후보만 병사 월급 인상에 반대하며 대신 전역하면 사회진출지원금 명목으로 1,0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이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었던 병사 월급 200만 인상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주요 국정과제로 확정하였다고 해서 반대할 이유가 있는가? 지급 방안에 대해서는 매달 지급이냐, 전역할 때 인상분 일괄 지급이냐에 관해서는 중지를 모으면 된다. 중요한 관건인 재원 조달에 대해서도 약5조 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 아닌가. 

인수위가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을 공식화하자 일부 여성학자나 좌파 언론 그리고 일부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친민주당 계열임에 확실한 이들은 이재명 전 후보가 낙선하자 입장을 바꾸어 여성 역차별이니,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느니 하면서 논쟁 확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

페미니즘 운동의 패러독스, 남성들 독박병역 외치다

대한민국 국적의 남성은 18세부터 병역준비역에 편입된다. 남성들은 성인이 됨과 동시에 국방의 의무 수행, 즉 강제적 군 복무를 해야 한다. 여성은 병역의무 사항이 아니므로 하사 이상 장교 혹은 부사관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남성들은 공통적으로 병역 의무를 남성 역차별 사례의 첫 번째로 꼽는다. 특히 근래 들어, 그러니까 약 7년 전 발발한 페미니즘 운동으로 인해 여성들의 목소리가 드높아지자 남성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병역 의무에 대해 진지하게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된 이래 남성들은 국방의 의무를 묵묵히 수행해 왔다. 또 병역법 3조 1항에 따라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였다. ‘군 복부 가산점’만 해도 40년간 유지하다 2001년 폐지되었을 때도 남성들의 불만이 높긴 했지만 지금처럼 남성 역차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페미니즘 운동은 전체 여성계, 정치계, 언론계 등 모든 분야에 이르기까지 지원사격을 받으며 승승장구하여 페미니스트들에게 유리한 생태계를 만들었다. 또한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가장 큰 우호 집단은 586세대 정치인과 식자층이다. 이들은 각계각층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로써 남녀갈등은 1020세대 남성들에게는 역차별, 아니 차별로 인식되었다. 페미니스트들은 독박 가사노동, 독박 육아 등 자신들의 개인적인 선택마저 독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남성들을 옥죄고 규탄 대상으로 삼았다.

위에서 말했듯 페미니즘 운동이 만든 부작용은, 역으로 그동안 남성들에게는 보상 없는 의무였던 군 복무에 대해 일대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그래, 우리도 이제는 독박 병역에 대해 말하겠다! 젊은 남성들은 군 복무로 인한 학업 단절과 그로 인한 사회 진출이 늦어진다는 점을 들어 손해로 여기기 시작했다. 또한 군 복무 중 부상 혹은 장애를 입거나 사망 사고 등에 대한 두려움도 존재한다. 국방부 행정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군 사망사고는 군기사고와 안전사고 합계 103명이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게다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전 등 북한의 서해 도발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 

페미니스트들의 군인 비하 

바로 이 지점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대한민국 군인 비하는 2015년 8월 급진 페미니스트 집단이 모여 개설한 ‘메갈리아’ 사이트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군인을 조롱하는 은어로 군무새, 고기방패, 육병기, 군무군무 등 신조어를 만들어 불렀고, 더욱 극단적인 ‘워마드’로 변모한 후 계속 이어져 왔다. 군인이 순직할 때마다 극단적인 모욕과 조롱은 빠짐없이 워마드 게시판에 등장하였다. ‘6.25 전쟁’이 발발한 6월 25일에는 해마다 워마드 사이트에는 “대한민국 최대 고기파티 날”이라는 전사자 군인을 극단적으로 모독하는 글이 게시되어 왔다. 

또 하나의 사례로, 2019년5월24일 발생한 사고다. 경남 창원시 진해 해군기지사령부 부두에서 열린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행사 중 갑판에서 홋줄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해군 최 모 하사가 이 사고로 순직했다. 워마드는 최 모 하사의 순직을 두고 극단적인 비하로 고인을 모욕하는 글을 수차례 게시하여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뿐인가. 지난해 연말에도 서울에 있는 한 여자고등학생이 군인을 조롱하는 위문편지를 보내 논란을 일으켰다. 올해 1월 14일에는 서울 A 여대 에브리타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군인 개저씨에게”로 시작하는 군 장병을 조롱하는 글이 게시돼 물의를 일으켰다. 20대 여성들이 모인 최대 여초사이트에도 군인 비하 글은 단골 메뉴다.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대목은 또 있다. 이러한 급진 페미니스트 메갈리아, 워마드를 페미니즘으로 공식 인정한 것이다. 2016년 9월 22일, 한국여성재단이 주최한 ‘2016년 여성회의: 새로운 물결 페미니즘 이어달리기’ 행사가 열렸다. 1세대 페미니스트, 여성학자, 메갈리아 세대 등 약 160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메갈리아-워마드를 페미니즘의 새로운 물결로 공식적으로 승인하고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여성 역차별, 젠더 갈등?

위 사례들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남녀갈등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은 남성 중심사회의 희생물”이라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자, 남성들도 맞받아치기 시작했다. 현재 군 복무 기간도 예전에 비해 상당히 단축되어 역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020년부터 육군은 18개월이다. 청춘의 가장 빛나는 시기에 있어 18개월이라는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나이가 같은 또래 여성들은 학업과 동시에 스펙 쌓기, 청춘의 황금기를 보내는 것과 달리 남성들은 강제 군복무를 한다. 필자가 청소년들과 소통해 보면 이들 역시 군복무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은 열에 아홉은 군 입대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며 “군대 가기 싫다”라는 의사를 거리낌 없이 표출한다. 

시대적 상황이 이럴진대, 군복무 기간에 대한 보상이 당연히 따라야 한다. 병사 월급도 최저임금에 준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게 맞다. 병사 월급 200만 원 인상을 두고 과거의 잣대나 다른 부문과 비교하는 것도 맞지 않다. 20대 여성 일각에서는 여성들에게도 1년 정도는 구직비로 200만 원씩 지원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는 말을 한다. 국방의 의무 사항과 사회서비스는 엄연히 다르며 비교급이 아니다.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병사 월급 인상 문제를 가지고 또 다른 젠더 갈등의 도구로 비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좀 더 살펴보자. 다름 아닌 인구 변화로 인해 청년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구구조 문제가 있다. 저출산. 고령화 가속으로 19~34세 청년 인구가 최근 10년 동안 약100만 명 감소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1년 20살 청년 남성 인구는 약33만 명이다. 청년 남성 인구 감소는 우리나라처럼 징병제 국가에서 대규모 병역과 사단 유지에 치명적이다. 향후 국방개혁 계획에 따라 한국군 약50만 명에 달하는 현역병을 줄이는 등 다각도로 방안이 논의되겠지만 병력 자원 부족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러므로 최저임금에 준하는 병사 월급 인상은 불가피하다. 2022년 국가 예산은 607.7조원에 달한다. 불필요한 예산 감축 등을 통해 재원 마련은 가능하다. 여성계도 병사 월급 인상에 대해 남녀갈등 이슈로 확산시키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현실적인 시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병력 자원 부족에 대해 남성만 징병 대상이 아니라 여군 병사 모집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남녀 공동 병역 의무제가 실현될 때 명실상부한 양성평등의 시대가 열리는 법이다. 페미니스트계도 열린 자세로 사회적 논의에 나서야 할 시기다. 그렇게 된다면 남성들이 “국가에서 징집할 때는 조국의 아들, 군 복무 중 죽거나 다치면 남의 아들”이라는 자조적인 말로 박탈감을 드러내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