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 미중 회담에서 4개 함정에 빠졌다

왕허(王赫)
2021년 03월 23일 오전 10:45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8

양제츠 ‘16분 발언’, 원고 있었다…미리 짠 대본

알래스카에서 가장 큰 도시인 앵커리지의 아침 기온은 영하 18도를 기록했다. 이 혹한 속에서 이틀 동안 미·중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중국 공산당 ‘늑대전사’는 기세등등하게 울부짖었고, 미국 측의 대응은 매우 나약해 실로 우려스럽다.

한마디로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중공의 교묘한 함정에 빠졌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라 네 개의 함정에 빠졌다.

첫째, 미·중 고위급 회담을 개최한 자체가 중공의 함정이었다.

바이든이 1월 20일 취임한 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한 번,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공 총서기가 한 번 전화 통화를 했다. 양측의 공개 성명을 보면 서로 다른 소리를 한다. 사실 미·중 관계의 현주소로 볼 때 중공은 미국에 디커플링과 제재를 중단하라고 부탁해야 할 판이다. 중공의 실질적인 양보가 없다면 이번 회담을 열 필요가 전혀 없었다. 미국은 중공에 대한 분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에서 중공을 회담에 ‘초대’했다. 하지만 중공은 예부터 ‘대화의 함정’을 만드는 데 매우 능하다. 이는 미국이 중공이 만든 ‘대화의 덫’에 스스로 빠진 꼴이 아닌가?

양제츠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이틀간 협상은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유익했다. 물론 쌍방의 견해 차이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는 양측이 서로 다른 분야에서 소통과 대화를 강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둘째, 양제츠는 회담 규칙을 깨고 예정 시간의 8배가 넘는 16분간 발언했다. 발언 원고가 있었던 점으로 볼 때, 이는 분명 의도적인 것이었다.

특히 양제츠는 발언에서 “나는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이 주장하는 보편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며, 미국의 관점이 국제 여론을 대변한다고 인정하지 않으며, 소수자가 만든 규칙, 이른바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여긴다”고 했다. 이는 앞으로 중공은 미국이 정한 규칙을 더는 따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한 것이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도발이다. 마샤 블랙번(Marsha Blackburn) 미 연방 상원의원은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 대표단이 합의된 회담 규정에 따르기를 거부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이 규칙에 근거한 국제질서에도 따르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미국 측은 순순히 앉아서 끝까지 듣고만 있었다. 미국의 보수 정치 운동가 잭 포소비엑은 트윗에 “블링컨과 설리반이 미국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중공이) 존중심이 없다는 이유로 중공 대표단을 쫓아내버리는 것이 단호한 처사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들은 내일 회담장으로 돌아가  체면을 더 잃게 될 것이다. 더욱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세 번째, 양제츠가 미국 측에 ‘레드라인’을 제시한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우선 양제츠는 “당신들은 중국 앞에서 힘의 논리로 대화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중국 인민은 중국공산당의 리더십과 중국의 정치제도를 진심으로 옹호하고 있다. 중국의 사회제도를 바꾸려는 그 어떤 노력도 헛된 일이다”라고 했다.

미국 측은 중국 측에 일련의 안전과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에는 위구르인 박해, 홍콩 진압, 미국 동맹국에 대한 경제적 협박,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대만 침략 등이 포함된다. 양제츠는 이런 것들이 모두 중국의 내정이라며 미국의 간섭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 미국은 중국의 인권이나 민주주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할 게 아니라 자기네 일이나 잘하라고 했다.

양제츠의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모두발언에서 한 “아무도 중국(중공)의 목을 죌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중공은 미국과 대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이것을 미국이 싸우지 않고 물러서게 하는 협박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을 암시한다.

넷째, 치열한 대립 상황에서도 미국 측은 중공에 협조를 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미·중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언급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또한 광범위한 의제에 대해 몇 시간 동안 매우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란과 북한, 아프가니스탄, 기후에 대한 우리의 관심사는 서로 엇갈린다”고 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린 일부 중국인에 대한 비자 규제를 완화하는 데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공수(攻守)가 뒤바뀌는 형국이고, 미국 측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기꺼이 내주고 스스로 얻어맞은 꼴이다.

한마디로 중국 공산당의 교활하고 사악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공은 이번 회담을 통해 물의 깊이를 알아보고 미국의 의도를 분명하게 파악했을 것이다. 다음 단계는 홍콩을 먹어치우고 마수를 대만으로 뻗는 강력한 전술을 펼치는 것이 될 것이다.

물론 미국에도 통찰력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이 미중 첫 회담에 대한 평가를 하는 듯한 트윗을 올렸다. 그는 “강함은 악당을 제압하고, 연약함은 전쟁을 부른다(Strength deters bad guys. Weakness begets war)”고 했다.

미국은 좋은 카드를 들고 있었지만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결론적으로 미국 정책 결정권자가 중국 공산정권의 악(惡)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상대를 알아야만 승리할 수 있다.

양제츠가 “아무도 중국(중공)을 목 졸라 죽일 수 없다”고 말한 데 대해 미국의 중국문제 전문가 고든 창은 “사실 (목 죌 수) 있다. 베이징의 행보가 위험해질수록 세계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고, (그러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든 창의 이 같은 목소리를 미국 정책 결정자들이 듣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