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 마스크’ 월드컵 보는 중국인들의 착잡한 심정

저우샤오후이(周曉輝)
2022년 11월 24일 오전 11:48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9

세계적 이벤트 월드컵, 중국 CCTV도 생중계
선수는 물론 관중, 길거리 행인도 ‘노 마스크’
제로 코로나와 극명한 대비…수천만 중국 축구팬 직격

카타르 월드컵이 11월 20일 막을 올렸다. 인구가 300만 명에 불과한 카타르에 축구팬 120만 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각양각색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거리, 술집, 지하철, 버스정류장 등을 누비며 웃고 떠들고 소리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렇다. 그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마스크를 쓴 중국 축구팬들에게는 이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다.

20일 밤 개막식과 개막전에 모인 8만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고, 곳곳에서 웃음소리와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 기쁨은 중국 축구팬들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다. 그렇다. 그들은 마스크를 썼기에 이 모든 것이 불가능했다.

물론 중국 관영 중앙방송(CCTV)도 월드컵을 놓칠 수 없기 때문에  중계를 하고 있다. 중국중앙방송총국(CMG)은 140명 규모의 세계 최대 중계진을 파견했고, 스포츠 채널인 CCTV-5는 64회 전 경기를 중계한다. 중국 시청률조사업체 CSM에 따르면 개막식 시청량은 1377만9000회, 개막전 CCTV 4개 채널 시청률은 평균 40.15%를 기록했다.

다시 말하면 중국 축구팬 수천만 명이 개막식과 개막전 생중계를 지켜봤다는 얘기다. 그들은 직감적으로 알아챘을 것이다. 경기장에 마스크를 쓴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그렇다. 카타르 당국은 월드컵을 맞아 이달 1일부터 입국자들에게 코로나19 검사 제도를 폐지했다. 백신 접종 유무도 따지지 않는다. 만약 감염이 확인되면 규정에 따라 격리 조치를 취한다.

카타르는 코로나 관련 제한을 완전히 풀었다고 할 수 있다. 바이러스 독성이 약화되고 감염 사례도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여전히 ‘제로(0)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한때 통제를 완화했다가 다시 엄격한 통제에 들어갔다. 세계 어느 나라도 중국처럼 대규모 핵산 검사, 대규모 봉쇄를 실시하며 막대한 경제적 희생까지 감수하는 나라는 없다.

월드컵의 생동감 넘치는 장면들은 분명 중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분명 부러움과 함께 중국 공산당의 극단적인 방역 정책에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에는 월드컵 관련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웨이보(微博) 이용자인 리인펑(李隱楓)은 “월드컵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강력한 일격이 됐을 것이다. CCTV-5를 비롯한 미디어 플랫폼들은 전 세계인이 자유롭게 경기장을 드나드는 현실을 눈앞에 가져다 주었다”고 했다. 중국 평론가 량훙다(梁宏達)도 “비교하지 않으면 상처받는 일도 없다”며 “우리는 3년 동안 전염병 때문에 봉쇄와 통제하에 있었다. 저런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11월 22일, 베이징의 한 PCR 검사소에서 한 소녀가 검사를 받고 있다. | Jade Gao/AFP

중공 당국은 이런 자유를 쉽게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중국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계속 참고만 있어야 하나?

이런 강력한 대비(對比)로 인해 베이징 당국의 황당함이 더욱 부각됐다. 한편 중국 매체들은 또 하나의 황당함을 연출하고 있다. 중국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경기장 곳곳에 중국적 요소가 있다고 자랑하는 촌극이다.

중국 관영 매체는 “월드컵의 중국 요소로는 중국 기업이 수주한 루사일 스타디움, 판다, 중국 심판, 각종 중국산 상품, 국산 전기버스, 잔디 기술 지원, 중국이 수주한 태양광발전소, 후원한 4개 중국 기업이 있다”고 전했다. 월드컵 축구팬들의 관심사가 과연 경기장, 팬더, 상품일까?

상처받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어줍잖게 늘어놓는 자기기만적 허세에 불과하다. 하긴 중국 축구팀이 변변치 못한데 누구를 탓하랴.

축구에 열광하는 시진핑 총서기는 2015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서라도 중국 축구의 수준을 끌어올리라고 지시한 바 있다. 축구를 통해 중국인의 자부감을 높이고,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제고하라는 것이었다.

그해 초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축구개혁 총체적 방안’을 승인하고 ‘중국축구개혁영도소조’를 설립했다. 그리고 축구를 전국 학교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2017년까지 축구특색학교 2만 개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축구협회는 거액을 들여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고, 유럽 축구 클럽들과 협력해 청소년 축구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유럽 최강 레알 마드리드, 리버풀, 바이에른 뮌헨 등 3개 팀은 중국 축구의 발전 전략을 짰고, 독일 프로축구 리그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 볼프스부르크는 중국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중국에서는 ‘축구개혁소조’가 설립되고 ‘축구 열풍’이 일었다. 기업가들도 눈치 빠르게 중국 슈퍼리그에 투자하고 해외 선수들을 사들였다. 왕젠린(王健林)의 완다(萬達)그룹, 쉬자인(許家印)의 헝다(恆大)그룹이 대표적인 예이다. 중국 슈퍼리그는 역대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국제 축구계에서 가장 비싼 리그 중 하나로 떠올랐고, 한동안 중국 슈퍼리그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축구 업계의 일부 관계자와 서방 언론은 이 같은 ‘돈 태우기’식 발전 모델이 척박한 중국 축구 토양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에 대한 사랑을 키우기보다는 명예와 돈, 겉멋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지시하고 축구협회가 노력하고 기업인들이 거액을 투자했는데도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최근 몇 년간 중국축구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2022년 2월 1일 중국대표팀(백)은 베트남대표팀(홍)과의 2022년 월드컵 예선에 출전해 1 대 3으로 패해 조기 탈락했다. | Nhac Nguyen/AFP via Getty Images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중국 올림픽 대표팀은 3전 전승으로 토너먼트에 진출했지만, 토너먼트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3 대 4로 패함으로써 5회 연속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또 2019년 시작된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서는 필리핀에 비긴 뒤 시리아에 이어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베트남, 암만 등에 잇따라 패해 탈락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를 외치며 기세등등하던 중국 축구팀은 결과적으로 ‘돈 태우기식’ 축구 굴기 프로젝트를 우스갯거리로 만들었다.

목하 한쪽(카타르)은 축제 분위기에 달아오르고 있고, 다른 한쪽은 봉쇄와 통제로 활기를 잃었다. 월드컵이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고, 그 가운데서 중국인들에게 인식의 대전환이 있지 않을까.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