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尹 대통령의 장진호 전투 언급, 급소 찔린 中 공산당

탕징위안(唐靖遠)
2023년 05월 2일 오후 11:20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8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두고 중국 공산당과 외교부는 강경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재미 중국문제 전문가 탕징위안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대중 포위망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한국을 지목하고 포위망 와해를 추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으로 중국 공산당의 기대가 무너졌다고 탕징위안은 분석합니다. – 편집부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 선언’에 합의한 것은 국가 전략 전반에 중대한 변화가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그 변화는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기존의 균형 잡기 패러다임을 포기하고 완전히 미국 편에 섰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한·미 핵협의 그룹(NCG)’을 창설하고 미군 전략핵잠수함을 한반도에 수시 배치하는 합의를 끌어냈다. 이 외에도 몇 가지 눈길을 끄는 활동을 했다. 우선 미 의회에서 한 연설을 꼽을 수 있다. 그는 4월 27일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이란 제목으로 44분간 영어로 연설했다. 이번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전통적인 외교안보 차원을 넘어 인공지능, 양자기술, 바이오 테크놀로지 등 첨단기술 분야의 혁신을 함께 선도하는 방향으로 한미동맹 관계를 전면 격상하고 첨단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이 남한을 침략한 전쟁에 중공군이 개입한 사실을 언급한 대목이다.

그는 북한의 기습침략으로 한반도의 평화가 위기에 빠지고 자유민주주의가 사라질 뻔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미국은 이를 외면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그는 “미 해병대 1사단이 ‘장진호 전투’에서 중공군 12만 명의 인해전술을 돌파하는 기적 같은 성과를 거두었다”며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의,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장진호 전투에서만 미군 4500명이 전사했다고 했다. 그는 또 “전쟁의 참혹한 상처와 폐허를 극복하고 번영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미국은 우리와 줄곧 함께했다”고 했다.

장진호 전투 당시 미국 해병1사단은 혹한 속에서 영웅적으로 분투하여 중공군의 남하를 저지했다. | 연합

윤석열 대통령의 이 연설로 인해 중국 공산당의 아픈 상처, 바로 장진호 전투에서 참패한 ‘치욕의 전사(戰史)’가 폭로됐다. 장진호 전투에서 대승을 거둬 미군을 3.8선 이남으로 내몰았다고 중국 인민을 속여 온 중국 공산당이 아연실색하기에 충분했다.

중공군이 장진호 전투에서 참패했다는 결론은 필자가 내린 것이 아니라 이미 중공군 류보청(劉伯承) 원수가 공개석상에서 밝힌 중공 내부의 자평(自評)이다. 류보청은 난징군사학원(南京軍事學院)에서 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진호 전투에서 1개 병단의 병력이 미 육전 1사단을 포위했으나 (미군을) 섬멸하지도 격파하지도 못했고, 적의 10배에 달하는 대가를 치르고도 미군이 부상자와 함께 무기를 모두 가지고 온전하게 철수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당국은 곧바로 반응했다. 마오닝(毛寧) 외교부 대변인은 “(중공군이) 항미원조 전쟁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다”며 “어떤 국가나 군대도 역사적 조류의 반대편에서 힘을 믿고 약자를 괴롭히고 침략을 확장하면 반드시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했다. 누가 침략자인가? 누가 누구더러 침략자라 하는가?

마오닝 대변인은 2017년 5월 4일 인민일보(人民日報) 해외판 위챗 공식계정 협객도(俠客島)에 실린 글을 잊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인민일보에 실린 이 글이 한국전쟁의 발발 원인과 중공군의 전쟁 개입 의도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2017년 5월 베이징과 평양의 관계 악화가 표면화되면서 양국 관영 매체들이 논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60여 년간 중국 공산당이 일관되게 선전해온 이른바 ‘항미원조 보가위국(抗美援朝 保家衛國·미국에 맞서 조선을 돕고 가정과 나라를 지킨다)’ 논리가 거짓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2017년 5월 4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해외판 공식계정인 협객도(俠客島)는 조선중앙통신이 전날 발표한 ‘조중(朝中·조선과 중국) 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하의 논평에 반격을 가했다. ‘조선중앙통신, 당신네가 중국을 비판하는 주장은 매우 억지다’라는 제목의 반박 논평에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조선은 70여 년간 조선이 반미의 최전선에서 중국 대륙의 안전을 지켜왔다고 여기고 있다. 따라서 조선은 중국이 조선의 모든 요구를 지지하고 만족시켜야 하며 조선에 감사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이는 중조(中朝) 관계, 나아가 동북아의 구도를 완전히 뒤바꾸는 것이다.”

“김일성이 한반도를 통일하려 하지 않았다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났겠는가? 중국이 말려들어 수십만 명의 목숨을 바쳤고, 20년 동안이나 지속된 중국과 미국의 대립을 촉발했으며, 심지어 양안(兩岸) 문제를 지금까지 방치하게 만들었다. 당시 조선이 져야 할 망동(妄動)의 대가를 중국이 대부분 졌다.”

중국 관영매체의 이 같은 언급은 중국 공산당 당국이 줄곧 부인해온 역사적 사실을 처음으로 시인한 것이다. 북한이 남침을 해 6·25전쟁을 일으키고 미국 등 여러 나라를 참혹한 전쟁에 휘말리게 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중국이 말려들어(사실상 코가 꿰여) 참전했고 또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을 실토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중·조 국경까지 쳐들어 온 미국에 맞서 조선을 돕고 국가를 보위하기 위해 참전했고,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고 60여 년 동안 선전해 왔다. 이른바 ‘항미원조, 보가위국’ 논리를 앞세워 참전의 정당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이 거짓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나 학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장진호 전투를 거론한 것은 한미가 피로 맺어진 동맹임을 강조하기 위함이지 중국 공산당과 분쟁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니다. 그의 이런 언급은 전형적인 차구유금(借古喻今·과거를 빌려 현재를 말함)식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했듯이, 당시 미국이 한반도에 출병한 것은 공산 세력의 침략과 전후 세계 신질서에 대한 공격과 전복을 막아내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세계 질서는 어떠한가? 그때처럼 공산 세력으로부터 전복될 위기를 맞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한국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행동을 함께할 것을 천명한 것이다. 이것이 그가 장진호 전투를 언급한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국제사회가 처한 국면과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당시의 국면이 정확하게 오버랩된다. 그래서 옛것을 빌려 현재를 말하는 것이다. 현재 공산주의가 또다시 자유세계의 질서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장진호 전투를 언급한 것은 강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민주 진영은 공산주의의 위협에 맞서 장진호 전투 때처럼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천명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분명 장진호 전투에서 “기적 같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했다. 당시 장진호 전투처럼, 현재 공산주의 집단의 위협 아래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지역은 어디일까? 바로 한반도와 대만해협이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은 새로운 기적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밝히기 위해 과거의 ‘기적’을 소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포괄적 지역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며 “포용, 신뢰, 호혜의 원칙에 따라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는 한국이 미국의 대만해협 전략에 참여한다는 공식성명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이 참여함으로써, 중국 공산당을 포위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보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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