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중국의 오판, 동맹 손잡고 협공하는 바이든에 놀랐다

스산(石山)
2021년 03월 24일 오전 10:53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8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양측은 시작부터 강경하게 맞섰다. 이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필자는 중공이 상황을 오판해 결국은 노발대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중공의 최고위 외교관이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마침내 만났다. 마침내 만났다고 하는 것은 지난해 7월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하와이에서 만난 이후에는 미중 고위 당국자가 공식적으로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미·중 간에는 중국 측 말대로 고위층의 소통 통로가 거의 차단된 상태다. 따라서 이번 앵커리지 회담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양측 모두 과거에 보지 못했던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어느 모로 보나 미·중 간 회담은 별 성과 없이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

양측이 만난 자리에서 양국 관리들은 무슨 말을 했고, 누가 먼저 약속한 규칙을 깨고 2분 이상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각자 나름대로의 판단이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한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뉴스맥스TV 진행자 그랜트 스틴치필드(Grant Stinchfield)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은 미국이 쇠퇴하고 있고 그들이 부상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들을 적이라고 부르든 상대라고 부르든 원하는 대로 불러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는 그들이 글로벌 주도 세력이 되겠다는 것이고, 또 이를 신속히 달성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중공은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며 바이든 행정부가 긴장을 풀면 중공은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폼페이오는 “그들이 이 문제를 거론하는 방식은 그들이 주도적인 힘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세계 어디서나 정치적 영향력과 군사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그들에게 유익한 결과로 전 세계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했다.

폼페이오는 또 “내가 ‘그들’을 언급할 때는 중국 공산당을 가리키는 것이지 중국 국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실은 그들(중공)의 말은 큰 의미가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지연 및 압박 술책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가 해야 하는 것은 ‘강경’이다. 중국(중공)이 나쁜 행동을 했을 때 중국(중공)이 진정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모든 대중 정책에서 미국의 자유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신임 국무장관은 공개 석상에서는 강경하게 말하지만 결국 미국인의 이익이 아닌 중공의 조건에 맞춰 중국 측과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고 폼페이오는 우려를 표했다.

폼페이오는 분명 두 가지를 우려하고 있다. 하나는 지금의 미 행정부가 겉으로는 강경하지만 사적으로는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공이 협상을 통해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국무장관으로서 외교정책을 이끌었던 폼페이오는 당연히 중공의 ‘협상 기법’을 잘 알고 있다. 중공은 정권을 잡을 때부터 이 같은 전략을 써왔다. 그러나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중공은 실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때만 협상을 통한 지연 전술을 쓰고 실력이 상대를 추월했다고 판단하면 절대로 상대를 봐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또 다른 우려는 현 미 행정부, 특히 토니 블링컨이 겉으로는 강경하지만 사석에선 약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점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회담 전 미 국무부가 밝힌 회담 주제를 보면 이 회담은 성과가 있을 수 없었다. 동양인의 체면치레는 미 국무부 관리도 다 아는 일이다. 협상에 앞서 중국 측이 제시한 몇 가지 요점은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를 철폐하고, 과학기술 관련 각종 제재를 해지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신장·홍콩·대만 등 중국의 모든 ‘내부 사안’은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강경한 태도를 표했다.

미 국무부는 미국 측 담화에 이런 이슈를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고, 또 회담을 하루 앞두고 홍콩의 민주화 탄압과 관련된, 중국과 홍콩의 고위 관리 24명을 무더기로 제재했다. 이것은 면전에서 뺨을 때리는 조치이다.

미국은 중공으로서는 체면치레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같은 행동을 취했다는 것은 이번 회담에 기대를 걸지 않았다는 것이고 심지어 ‘긍정적인 성과’를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공은 이번 회담에서 큰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일부 건설적인 성과는 기대했다. 회담 시작 전 중국 측은 두 가지 주요 목표를 드러냈다. 하나는 정기적인 의사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진핑과 바이든이 4월 하순에 화상통화를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측의 태도는 극히 냉랭했다. 미국 측은 이번 회담이 ‘고위급 전략적 대화’라는 것을 부인했을 뿐만 아니라 “일련의 정례회동의 시작”이라는 점도 부인했다. 심지어는 시진핑과 바이든의 화상 회동도 고려하지 않음을 암시했다. 이는 중공의 요구를 전면 거부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의 강경한 태도는 미·중 관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미국 측의 인식에 기초한 결과이지, 표면적인 태도 표명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CNN은 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중국 측 대표가 보여주기식 연출을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알래스카에 왔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측이 실질보다 보여주기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며 “과장된 연기에 전념했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중공 대표의 과장된 외교적 발언은 통상적으로 국내 시청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자는 이 관리의 말이 맞다고 본다. 양제츠와 왕이는 확실히 강경함을 연출했다. 물론 중국 내에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왜 이 시점에 국내에 보여줘야 하느냐는 것이다.

회담 전까지 중국 측은 내심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들의 기대는 미국의 현재 상황에 대한 몇 가지 기본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첫 번째는 중공은 미국이 사회적으로 불안정하고 정치적 갈등이 심각하기 때문에 미국의 상황은 하루하루 악화돼 쇠락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중공은 전체주의 정권으로, 그들은 그들 내부 정치 환경에 대한 인식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한다. 이것은 그들의 본성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우리 모두가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소인의 마음으로 군자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만약 미국이 안고 있는 현안, 즉 정치적 반대파가 공개적으로 대립하고, 민족 갈등이 고조되고, 내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문제에 중공이 직면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이는 중공이 사회를 통제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고, 정권 붕괴의 징조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필자는 중공은 같은 논리로 미국을 가늠했을 것으로 본다.

결론적으로 중공은 상당한 오판을 했다. 그래서 회담을 앞두고 미 국무부가 홍콩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예고하자 베이징은 상당히 당황했다. 베이징은 분노가 가시지 않은 채 회담에 임했고, 그 감정은 강경한 표현으로 이어졌다.

양제츠는 중공 내에서 선비형 외교관으로, 언제나 온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강경 발언을 하는 일이 드물었다. 그래서 필자는 그가 앵커리지에서 한 발언은 사실 시진핑의 분노를 대신 표출했다고 생각한다.

중공은 바이든 행정부에 협상 카드로 두 가지 혜택을 제시할 예정이었다. 즉 이 미끼에 미국이 걸려들기를 바랐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기후 문제에 대한 지지이다. 현재 미국 민주당 정부가 글로벌 환경과 기후 개선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중공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 문제다.

북한이 최근 들어 극단적으로 강경해진 이면에는 베이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베이징을 통해 북한을 움직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중공 레버리지(지렛대)를 폐기하고 김정은을 직접 만났다. 베이징은 바이든이 트럼프 이전의 대북 전략으로 되돌아갈 것이고, 결국 중국에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보면 이 두 당근은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미국으로서는 파리기후협약 복귀가 원래부터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트럼프 비판용으로 쓴 이 이슈는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자 무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미국은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트럼프의 방법을 채용해 베이징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시진핑을 극도로 불만스럽게 한 ‘사건’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시기의 전략을 이어받아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일본·호주·인도 등 국가와 화상으로 정상회의를 열었고 군사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으로도 중공을 겨냥한 협력 기반을 구축했다. 이어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일본과 한국을 방문해 2+2회담을 가졌다. 미국과 일본이 회담 후 발표한 성명서는 직접 중공을 비판했다. 한국 측의 최근 외교정책에도 방향 전환 조짐이 보였다.

다만 한국은 양측의 성명에서 중공을 직접 거명하지 않고 에둘러 표현했다. 하지만 그 뜻은 분명했다.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에 동의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의 미사일 방어 능력에 대해 “미사일방어국(MDA)은 3가지 특정 능력(specific capabilities)’을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2일 전문가와 군 소식통을 인용해 ‘이는 미 미사일방어국이 주한미군의 합동 비상작전 요구에 따라 추진 중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단계 성능 개량 계획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사드는 중공의 심복지환(心腹之患)으로, 이 때문에 한국과 사이가 틀어질 뻔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3불 정책’을 중국에 약속하고 나서야 양국 관계는 풀렸다.

‘3불 정책’은 한국이 사스 시스템을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MD 시스템에 가입하지 않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3자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2+2회담에서 중공을 공개적으로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한미 안보관계 강화와 사드 업그레이드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시진핑은 지난 5년간의 외교적 성과를 거의 상실한 셈이다.

이 몇 가지 사건은 모두 최근 열흘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중공이 노발대발하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마오쩌둥은 미국 공화당을 좋아하고 민주당을 싫어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공화당은 이익을, 민주당은 이데올로기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년 동안 확실히 이익 측면에서 중공에 대응했고 마지막 해에 비로소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중공을 압박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 정부는 처음부터 인권과 민주주의, 자유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베이징은 크게 불만을 품고 있다.

대선 때 바이든은 트럼프가 중공을 독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자신이 집권하면 동맹과 함께 중국을 상대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블링컨은 일본에서 “미국이 돌아왔다”고 말한 것이 바로 이 뜻이다.

흥미로운 것은 민주당 정부가 국경 장벽을 포기하는 것처럼 트럼프의 대중공 정책을 버리기를 바랐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더 많은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트럼프의 수단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중공의 눈에는 트럼프 시기보다 더 위험한 환경이다. 중공이 노발대발하는 이유를 이해할 만하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