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더 긴 전문’에 담긴 美 대중전략…‘시진핑 교체’ 의미인가

왕요췬(王友群)
2021년 02월 9일 오후 4:47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8

미국의 싱크탱크 아틀란틱 협의회가 지난달 28일 ‘더 긴 전문(The Longer Telegram) : 미국의 새로운 대중 전략’이라는 80쪽에 달하는 장문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더 긴 전문’은 조지 케넌(1904~2005) 전 소련 주재 미국 대리 대사가 1946년 2월 22일 모스크바에서 미 국무부로 보낸 8천 자가 넘는 장문의 전문보다 더 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제목이다. 

당시 케넌이 보낸 ‘긴 전문’은 소련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국제 문제에서 소련과 협력한다는 순진한 환상을 버리고 언론을 통해 소련의 실상을 알리고 소련을 봉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더 긴 전문’의 핵심은 무엇인가?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최근 ‘더 긴 전문’의  발췌문을 발표했다. ‘중국의 부상에 맞서 미국은 시진핑을 겨냥해야 한다 : 미국의 대중 전략 전면 재시동에 대한 제안서’라는 제목의 글은 ‘더 긴 전문’의 핵심이 시진핑을 교체하는 것임을 명시했다.

이 글은 미국과 민주주의 세계가 21세기에 직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은 시진핑 지도하에서 날로 전체주의적, 침략적으로 돼가는 중국의 부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은 오랫동안 종합적이고 시행 가능한 대미 전략을 쓰고 있지만, 미국은 지금까지 그런 대중 전략이 없다면서 이는 국가적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의 대중 전략과 정책은 반드시 시진핑과 그의 핵심 지도층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목표와 행동을 바꾸고 그들의 전략적 노선을 변화시켜야 한다”며 “시진핑의 리더십과 야망으로 인한 공산당 엘리트들과의 갈등은 일반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즉 미국은 중국 공산당 내부의 반시진핑 세력과 협력해 시진핑을 교체해야만 최대의 지렛대 효과를 일으켜 중국의 전략적 결정과 행동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국경을 확대하거나 중국의 정치 모델을 해외로 수출함으로써 미국과 대립하고 경쟁하는 구도 대신 중국이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 내에서 계속 활동하는 것이 최선책이며 미국은 중국 내부의 시진핑 반대 세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80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한마디로 ‘시진핑을 교체하고, 과거의 유화적인 체제로 되돌리는’ 것으로, 미국과 중공의 시진핑 반대 세력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난 8년간 중공 내부의 시진핑 반대 세력에 기대하는 미국의 최고, 최적의 정책이다.

2016년 3월 4일, 신장위구르 자치구 지역 온라인 신문인 무계신문망은 시진핑의 퇴진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게재했다. 공개서한은 “시진핑이 고압적인 반부패 운동으로 권력을 모두 자기 손에 집중시켜 정치·경제·사상·문화 등 각 분야에 전례 없는 문제와 위기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같은 해 3월 29일 미국에 서버를 두고 중국 정세를 중점 보도해 온 명경우보는 ‘시진핑의 직무를 파면한다’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17일 차이샤 전 중국 공산당 소속 중앙당교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중공 내에서 시진핑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보편적 여론이다. 이 여론은 최근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미중 무역전쟁 1단계의 후반부터 시작됐다. 우리는 이미 이 일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고 했다.

‘더 긴 전문’은 누가 썼을까?

이같이 중요한 글은 상식대로라면 실명으로 발표해야 더욱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 글은 익명으로 발표됐다. 프레데릭 캠프 아틀란틱 협의회 최고경영자(CEO)는 “익명의 필자는 중국에 대해 깊은 인식과 경험을 지닌 전직 고위 정부 관리”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더 긴 전문’의 핵심 내용으로 볼 때 필자가 중국에 대해 깊이 알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기본 관점이 ‘판다 허거(Panda Hugger·중공을 지지하는 서구 정치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공에 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시절, 트럼프부터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까지 모두 깊은 견해를 갖고 있다. 

백악관이 지난해 11월 2일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의 연설문을 모아 ‘트럼프의 대중 정책’을 발표했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성명을 통해 이런 연설들을 종합하면 미국 전 외교관 케넌의 ‘긴 전문’과 유사하다고 했다.

그중 지난해 7월 23일 폼페이오 전 장관이 닉슨도서관에서 발표한 연설은 역사와 현실, 미래, 이론, 실천, 전략, 전술 등 다양한 면에서 중공에 대한 태도와 대책을 천명했다. 폼페이오는 미국 역사상 중공을 가장 잘 파악한 국무장관일 것이다. 중공에 대한 그의 견해는 중공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더 긴 전문’의 필자는 미국이 지금까지 종합적이고 시행 가능한 대 중공 전략이 없다고 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출한 한 세트의 구체적이고 분명하며 효과적인 대중공 전략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이다.

이는 이 글의 필자가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장쩌민 집권 시절 또는 장쩌민이 수렴청정했던 시절 중공 고위 관리와 교류한 경험이 있는 미국 고위 관료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왜 시진핑을 교체하려 하는가?

지난해 11월 14일 한 지인이 나에게 바이든이 집권하면 월가가 장쩌민·쩡칭훙과 손잡고 시진핑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알려주었다. 그 후 두 달가량 지나 ‘더 긴 전문’이 발표됐는데, 그 안에 포함된 내용이 당시 지인이 말했던 것과 거의 일치한다.

장쩌민이 집권할 때와 그가 실권을 쥐고 수렴청정했던 후진타오 집권 시절, 장쩌민과 쩡칭훙 세력은 미국에서 수십 년간 이른바 ‘경영’을 해왔다. 워싱턴 정가에는 이들의 오랜 친구들이 많아 크고 작은 일은 돈만 쓰면 해결할 수 있다.

당시 미중 양국의 고위 관리들은 소리소문없이 큰돈을 벌었는데 아마도 양쪽 모두 그때의 좋은 시절을 가장 그리워할 것이다.

시진핑의 부패 척결은 국내 탐관오리들의 돈줄을 끊었을 뿐 아니라 중공 권력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권력자들의 돈줄도 끊었다. 예를 들면 장쩌민의 측근이었던 예젠밍 전 화신 그룹 회장은 대량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 바이든의 아들 헌터와의 큰 거래를 준비했지만, 시진핑이 예젠밍을 체포하는 바람에 헌터의 돈줄이 끊겨버렸다.

이 때문에 미국 전 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시진핑을 교체하고 중공의 옛 권력자들과 큰돈을 버는 ‘옛꿈’을 다시 한번 꾸고 싶어 한다.

중공 내부에 시진핑을 끌어내리려는 사람은 좌·중·우 모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시진핑을 끌어내리고 싶은 사람은 장쩌민·쩡칭훙 등 중공의 가장 악독한 세력일 것이다.

시진핑이 중공 총서기에 취임하기 전부터 장쩌민의 측근인 저우융캉 당시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 서기와 보시라이 당시 충칭시 서기는 18차 당대회 직후 적절한 시기에 쿠데타를 통해 시진핑을 제거할 음모를 꾸민 바 있다.

장쩌민의 또 다른 측근인 쉬차이허우 전 중공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그(시진핑)가 5년만 하고 물러나게 하라”고 말했다.

시진핑은 취임 후 첫 5년 동안 반부패 운동을 통해 부성급 이상 고위 관리 400명을 척결했다. 이들 대부분은 장쩌민과 쩡칭훙이 발탁한 사람들이다.

중공 19차 당대회 이후 3년여 동안 70명의 성(省)급 고위 관료와 상장 1명도 척결됐는데 역시 대부분이 장쩌민이 발탁하고 중용한 측근이었다.

시진핑은 지난달 22일 중앙기율검사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부패는 여전히 중공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신화통신은 이에 대해 “정치 부패는 가장 큰 부패”라며 “일부 부패분자들은 이익집단을 결성해 당과 국가의 권력을 탈취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시진핑이 중기위에서 연설하기 하루 전인 21일, 톈진시 고등법원은 2심에서 라이샤오민 전 화룽 자산관리 회장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시진핑 연설 후 7일 만인 29일에 사형이 집행됐다. 

라이샤오민은 쩡칭훙 세력의 정치적 기반인 장시방(江西幫)의 중요 인물 중 하나다. 시진핑이 라이샤오민을 서둘러 처형한 것은 쩡칭훙에게 경고하는 것이 분명하다.

라이샤오민이 처형당하기 하루 전에 시진핑 교체에 관한 ‘더 긴 전문’이 미국에서 발표됐다. 이는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미국에 있는 쩡칭훙 세력이 익명의 필자를 통해 시진핑에 반격을 가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긴 전문’이 바이든의 정책이 될 수 있을까?

바이든 취임 이후 시진핑 당국은 바이든 진영을 향해 거듭 메시지를 보냈지만, 바이든은 지금까지 시진핑과 한 번도 통화하지 않았다. 바이든이 ‘더 긴 전문’의 제안을 받아들여 장쩌민·쩡칭훙과 손잡고 시진핑을 끌어내릴지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소에 달려 있다.

첫째, 중공의 은폐로 인한 대역병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려있다. 올해 더 큰 역병과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면 각국이 중공에 책임을 물을 것이고 바이든은 중공에 시진핑 교체를 촉구할 수도 있다.

둘째, 시진핑이 장쩌민·쩡칭훙 세력이 파놓은 함정에 계속 뛰어들어 안팎으로 공격의 대상이 되면 바이든은 이 틈을 타 손을 쓸 가능성이 있다.

셋째, 중국에서 천재지변과 인재사고, 중공의 폭압이 극에 달해 대규모 민중 항의를 불러오고 중공이 붕괴에 직면하면 바이든은 중공 정권의 교체를 재촉할 수 있다.

시진핑은 벼랑 끝에 서 있다

2020년은 시진핑 출범 8년 동안 국내외에서 비난을 가장 많이 받고 쿠데타 대한 우려가 가장 많이 제기된 해다.

지난 달 28일 바이든이 취임 선서를 한 지 겨우 8일 만에 전 미국 정부의 고위 관리가 공개적으로 ‘더 긴 전문’을 발표해 시진핑을 직접 겨냥했다. 시진핑을 교체하는 새로운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

시진핑은 반부패 운동 당시 장쩌민과 쩡칭훙을 체포하지 않았다. 오늘날 이들 세력은 이미 국내외에서 “시진핑은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 긴 전문’은 이러한 외침에 대한 명확한 응답으로 볼 수 있다.

시진핑은 중기위 5차 전체회의에서 “반부패는 질 수도 없고 져서도 안 되는 정치투쟁”이라고 말했다. 이는 시진핑이 이미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진핑이 장쩌민과 쩡칭훙을 끝까지 체포하지 않고 공산당을 보전하려고 애쓴다면 그는 더 비참하게 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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