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스타’ 성룡, 시리아서 중국 공산당 선전영화 제작

강우찬
2022년 07월 27일 오후 3:48 업데이트: 2022년 07월 27일 오후 3:48

내전으로 황폐해진 시리아의 한 도시에서 홍콩 영화배우 청룽(성룡·68)이 제작하는 중국 공산당 선전용 영화가 이달 중순 시작됐다.

이 영화는 2015년 내전이 시작된 예멘에서 중국인 수백 명을 대피시킨 중국 정부 작전을 소재로 했다. 제목은 <홈 오퍼레이션(Home Operation)>, 중국명은 <자웬씽둥(家園行動)>.

영화는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합작으로 제작되며, 쏟아지는 총탄 속에서도 대피 작전에 성공한 중국 공산당 외교관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공산당을 미화하는 영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자오싱(李肇星) 전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제작 고문을 맡았고, 촬영 개시 당일에는 시리아 주재 중국 대사 펑뱌오(馮飈)가 참석했다.

영화는 예멘을 배경으로 하지만, 제작진은 내전이 계속되는 예멘 대신 안전을 위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하자르 알아스와드를 촬영장소로 선정했다.

그러나 성룡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겸사겸사 하자르 알아스와드를 촬영지로 삼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성룡이 촬영을 위해 시리아 정부에 얼마를 지불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리아 활동가들은 수많은 시리아인이 사망한 잔해 위에서 영화를 촬영하겠다는 발상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현 시리아 대통령 알아사드는 2000년 7월부터 지금까지 22년간 장기 집권 중인 독재자이자 수많은 시리아인이 숨진 시리아 내전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학살해 국제사회의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현지 매체 ‘뉴아랍’은 언론인 파레드 알마흘루를 인용해 “아사드 정권과 러시아, 이란에 의해 파괴된 시리아 가옥의 폐허에서 이런 영화를 찍는 것은 수치를 모르는 행위”라며 “중국 파시스트 정권은 시리아의 동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 기업과 재키 찬(성룡)은 돈만 생각하고 집과 도시, 모든 것을 잃은 시리아 사람들은 존중하지 않는다”고 했다.

2018년 이슬람 극단주의자 추방 작전 이후 유령도시가 된 하자르 알아스와드가 성룡이 제작하는 중국 공산당 선전 영화 ‘홈 오퍼레이션’의 촬영지가 됐다. 2022.7.17 | Louai Beshara/AFP=연합뉴스

중동연구소 시리아 연구담당 찰스리스터 소장은 “아사드 정권과 ISIS의 손에 수천 명은 죽었을 것”이라며 “중국(공산당 정권)을 찬양하고 시리아 정권을 끌어들인 영화로 돈벌이를 하는 것은 끔찍하게 악한 취향”이라고 지적했다.

성룡은 특히 국내에서 친근한 이미지로 알려졌지만, 올해 10년째 중국 공산당의 입법자문기구인 전국정치인민협상회의(정협·政協) 위원으로 활동하는 홍콩의 대표적 친중·친공 스타이기도 하다.

그는 2012년 10월 자신이 출연한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보차 대만을 방문했을 때,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를 언급하며 “역사적으로 봐도 댜오위다오는 중국 땅”이라며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그대로 따랐다.

2019년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발생했을 때는 중국 국영방송 중국중앙(CC)TV에서 “모든 사람이 ‘나는 오성홍기의 수호자’라고 크게 함께 외쳤으면 좋겠다”라고 했고 이듬해 5월 홍콩 안전법에도 지지를 나타냈다.

성룡은 또한 2021년 7월 베이징에서 열린 영화인 심포지엄에 참석해 “내겐 공산당의 위대함이 보인다. 나 또한 공산당에 입당하고 싶다”고 말해 홍콩과 해외 팬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