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우리 엄마가 있었다

김연진
2020년 12월 29일 오전 10:0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1:20

우연히 놀러 간 친구네 집에서 엄마와 만났다.

이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딸은 눈물을 흘렸고, 엄마는 한없이 미안하다고 말씀하실 뿐이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우리 엄마가 있었다”라는 제목으로 학생 A양의 사연이 공개됐다.

A양은 “몇 개월 전부터 우리 엄마가 일을 다니셨는데, 어디에서 일하는지를 말해주지 않으셨다.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넘겼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던 어느 날, A양은 친구네 집에 놀러 갈 일이 생겼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친구네 집에 가려고 A양과 친구들 5명 정도가 모였다. 함께 만나 영화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기로 했다. A양은 한껏 들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집주인 친구는 전화를 걸어 “아줌마, 저 지금 친구들이랑 집으로 가고 있어요. 맛있는 것 좀 해주세요. 거실이랑 제 방도 치워주시고요”라고 말했다.

그 친구는 “집에서 집안일 도와주시는 아주머니”라고 설명했다. 친구들은 “너네 집 잘 사나 보다”라며 깜짝 놀랐다. 그뿐이었다.

그렇게 수다를 떨며 친구네 집으로 향한 A양은 깜짝 놀랐다. 그곳에서 자신의 엄마를 만난 것이다.

“인사를 하고 고개를 딱 드는데, 우리 엄마가 서 있는 거야”

“그 집안일 도와주신다는 아주머니가 우리 엄마였던 거야. 내 친구가 요리해놓으라고 시키고, 청소하라고 시킨 사람이 우리 엄마였어”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A양은 눈물을 꾹 참고 고개를 숙였다. A양의 엄마도 시선을 피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A양은 “엄마에게 아는 척을 해야 하나, 우리 엄마라고 말해야 하는데…”라며 복잡한 생각에 빠졌다.

아무것도 모르고 신나게 음식을 먹는 친구들 속에서, A양은 한 입도 먹지 못했다. 주방 구석에서 과일을 깎고 계시는 어머니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A양은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친구가 우리 엄마에게 뭐 해달라고 시키는 것도 화나고, 당당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고 고백했다.

A양은 끝내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엄마, 그냥 가자”. 친구들은 모두 당황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집으로 가는 길에, 어머니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A양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집에 와서는 방에 숨어 하염없이 울었다고 고백했다.

A양은 “생각해보니까, 엄마는 내 학원비 보태시려고 일하시는 거였다. 내가 예체능 쪽이라서 돈이 많이 드는데, 엄마는 조금이라도 비싼 학원비를 감당하시려고 그렇게 일하시는 거였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어머니께서 보내신 문자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는 A양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 엄마를 친구 집에서 만나서 많이 당황했겠다. 엄마는 너가 속상해할까 봐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들통나 버렸네. 엄마가 본의 아니게 속여서 미안하고, 친구들하고 곤란하게 만들었을까 봐 걱정된다. 그래도 엄마는 딸에게 고마워”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친구들 앞에서 엄마를 창피해할까 봐 걱정도 했는데, 거기서 너가 ‘엄마’라고 불러줘서 정말 고마웠어. 집에 오는 길에 너가 엄마 손을 꼭 잡아줘서 엄마는 우리 딸이 다 컸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더라. 그래도 너가 울면 엄마 속은 뭉개져”

“엄마는 너가 잘 되면 좋겠고, 너가 원하는 걸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너를 위해서 일한 거야. 그게 널 이렇게 속상하게 할 줄은 몰랐어”

“엄마가 다 미안하고 고마워. 저녁땐 같이 밥 먹자. 사랑해”

A양은 “진짜 오늘처럼 이렇게 많이 운 적은 없는 것 같다. 가슴 아프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엄마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고 고백했다.

이어 “모두들 어머니께 잘하자. 부모님께 감사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