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목숨 거는 관중 앞에서 골키퍼가 겁 없이 휴대전화를 꺼내 본 이유

김우성
2021년 02월 26일 오후 4:1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09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기 직전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하던 골키퍼가 벌떡 일어났다.

골대 옆으로 걸어가서 무언가 꺼내드는데, 바로 ‘휴대전화’였다.

지난 2018년 브라질 A리그 아틀레티코 RP 대 아틀레티코 MG 축구 경기에서 벌어진 일이다.

아틀레티코 RP의 골키퍼 아데바르 산토스 선수는 곧 경기가 시작됨에도 태연하게 휴대전화를 확인했고, 휘슬이 울리고 나서야 급하게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YouTube ‘타임스낵’

산토스 선수의 이런 돌발 행동은 SNS를 통해 급속도로 전해졌고, 언론에서도 이 사건을 크게 보도했다.

브라질은 축구로 유명한 만큼 축구에 목숨을 거는 나라.

산토스 선수의 무개념 행동에 분노한 축구팬들은 조롱 섞인 비난을 퍼부었고, 그를 팀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YouTube ‘타임스낵’

경기 다음 날 팬들에게 해명과 사과를 하기 위해 산토스 선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산토스 선수는 “어제 나의 행동에 대해 많은 팬들의 비난과 분노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나 역시 필드에서 내가 한 행동에 대해 매우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갑자기 “이 분노는 자동차에서 휴대전화를 보는 것과 같은 분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어제의 행동은 사전에 기획된 캠페인이었던 것.

YouTube ‘타임스낵’

브라질에서는 운전자 중 절반이 넘는 사람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이로 인해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났다.

아무리 공익 광고를 해도 운전자들의 행동에 변화가 없자, 보다 효과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던 것.

이에 공유 택시 기업인 우버가 산토스 선수와 광고 계약을 맺고, 이런 캠페인을 기획한 것이다.

YouTube ‘타임스낵’

브라질의 축구 열정을 적절히 이용한 캠페인은 경기장에서 휴대전화를 보는 골키퍼에게 분노하듯 휴대전화를 보는 운전자에게도 분노해야 한다는 메시지 전달에 성공했다.

이어 산토스 선수를 비난했던 언론들도 정정 보도를 통해 한 번 더 우버의 캠페인을 언급했다.

이 광고는 무려 35억원어치의 자발적 마케팅 효과를 기록했고, 2019년 칸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했다.

다음은 당시 브라질의 한 TV 프로그램 중 나온 말이다.

“골키퍼는 경기를 포기했을지 몰라도 당신은 생명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