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도 기숙사에서…40일째 캠퍼스 갇힌 中 대학생들 “학교가 아니라 감옥”

구샤오화, 한동훈
2020년 10월 5일 오전 11:34 업데이트: 2020년 10월 5일 오전 11:34

지난 8월말 개학 이후 40여일 이상 학교에 갇힌 중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당국의 과도한 격리조치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추석이자 중국 공산당 정권수립 71주년 기념일이었던 지난 1일, 중국 지린성 지린사범대 학생들은 학교를 떠날 수 없어 기숙사에서 명절을 보내야 했다.

코로나 종식을 위해 40여일째 봉쇄를 견디고 있는 학생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불공정, 기회를 틈탄 상인들의 폭리, 학교 당국의 어이없는 대처다.

학생들은 명절 때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지만, 교수와 교직원들은 학교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교내 식당과 매점, 학교 측의 제지를 받지 않고 들어와 장사를 하는 노점상들은 질낮은 식료품을 외부보다 비싼 값에 팔고 있다.

또한, 이에 학생들이 항의시위를 계획하자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주동자를 신고하면 공산당에 입당시켜 주겠다”고 제안하고 나서며 서로 간 고발을 부추겨 폭발 직전인 학생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지린사범대의 한 학생은 에포크타임스에 “이번 연휴에 이틀만 쉬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계속 수업한다. 8월 23일에 개학했는데 24일부터 지금까지 40여 일간 학교가 봉쇄돼 있다”고 했다.

연휴 기간에 단 이틀만 휴일이 주어졌지만, 이때에도 여전히 학교 밖으로는 나갈 수 없었다. 학교 측이 봉쇄를 풀어주지 않아서다.

이 학생은 “중대한 일이 생길 경우에만 학교 내 서기(공산당 위원회 서기)에게 외출을 신청해야만 나갈 수 있지만 쉽지는 않다”며 “학교 측이 체육대 학생을 감시원으로 고용하고 교내에는 순찰차가 돌아다닌다”고 했다.

학부모들도 출입이 금지돼, 가족들은 학교 밖에서 철창을 사이에 두고 학생들과 만나야 했다. 이 장면을 찍은 사진들은 SNS에 떠돌며 “감옥 같다”는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마저도 5분 정도밖에는 만날 수 없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추석에도 학교에 갇힌 자녀들을 만나기 위해 지린사범대 캠퍼스를 찾은 중국 학부모들 | 웨이보

교내식당, 독점 틈타 가격 인상…학교 측은 배달 금지

지란사범대 학생들은 외출불가 외에도 교내 물가 폭등 등 생활고, 학생들과 달리 교직원들만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 측의 불공정에 시달리고 있다.

한 학생은 에포크타임스에 “학교 식당들이 가격을 올렸고, 교내 슈퍼마켓에서는 과일값을 올렸다. 인기가 많은 수박은 하루에도 몇 마오 씩 오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학생은 “식당하고 슈퍼마켓은 아무렇게나 값을 올리는데, 학교 측에서 배달음식마저 금지해 다른 대안이 없다. 체육대 학생들을 고용해 철창 주변을 지키게 하는데, 그 학생들은 배달음식을 시켜다 먹는다”고 했다.

또한 “추석이지만 부모님은 밖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교수와 교직원들은 마음대로 학교를 드나드는 데 우리만 안 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SNS인 웨이보(微博)에는 지린사범대 학생들의 제보 글이 잇따랐다.

한 게시물에서는 “교내 식당과 슈퍼마켓은 평균 시장가보다 10% 비싼데, 슈퍼마켓 과일은 신선도와 품질이 오히려 떨어지고, 식당은 비위생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캠퍼스에서 상인들이 독점적인 지위만 믿고 부당하게 가격을 올린다. 평범한 월병 한 개에 7위안, 중간 크기 사과 두 개에 6위안을 받는다. 인플레이션 때도 이렇게 비싸진 않았다”는 글도 있었다.

한 학생은 “경비원들이 순찰하면서 학생들은 잡는데, 오히려 교문으로 들어와 노점을 벌이는 사람들은 막지 않아 화가 난다”며 “게다가 교수들은 집으로 돌아가 즐겁게 명절을 지내는데, 교육자라는 사람들이 모범을 보이지 못한다”고 불만 글을 남겼다.

지난 추석 명절 당시 지린사범대. 봉쇄된 담장 밖에서 학부모들이 자녀들과 만나고 있다. | 웨이보

사라진 캠퍼스의 낭만, 학생 간 고발·감시 부추겨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린사범대 학생들은 학교 측의 무성의한 대책을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한러우(喊樓· 함루)’ 시위를 준비했다.

‘한러우’란 원래 마음에 드는 이성 학생을 향해 기숙사를 찾아가 큰 소리로 애정 고백하는 사회적 현상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된 지금은 그 의미가 달라졌다.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집단으로 함성을 질러 봉쇄에 항의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중국 산시성 시안의 시안외국어대학에서 한러우 시위가 벌어졌다. 한달 가량 이어진 학교 측의 봉쇄에 항의해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저녁 11시 반부터 30분 가까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이 사건으로 중국 안팎에서 관심이 집중되자 후폭풍이 불었다. 중국 공산당 국가안전부에서 이 시위를 “외국 세력에 의한 선동”으로 규정해 강력하게 금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에서 한러우를 ‘정치적 사건’으로 규정하자, 중국 각 대학도 비상이 걸렸다. 학교 측은 교수들을 배정해 기숙사를 순찰하며 시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린사범대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SNS에 “각 기숙사 반장들에게 함루 시위에 참여하면 집중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거나 퇴학시키겠다는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전했다.

단속 실적을 높이기 위한 기발한 방법도 동원됐다.

한 학생은 에포크타임스와 전화통화에서 “한 교수가 한러우 시위를 1건만 신고해도 (공산당에) 입당 시켜 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지린사범대에서 학생 시위에 대해 제보하면 입당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들었다고 주장하는 SNS 폭로 글 | 화면 캡처

공산당 1당 독재사회인 중국에서 당원 입단은 신분상승의 보증수표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당간부 2명의 보증을 받아 신청서를 낸 뒤, 1년간 예비당원 신분으로 자격심사와 검증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이 소식은 이미 중국 웨이보 등으로 퍼진 상태였다. 지린대 학생들은 “학생들끼리 서로 죽이라는 것이냐” “친구를 신고하면 입당할 수 있다니, 이게 대학교수가 할 말이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네티즌들도 “친구를 신고하면 입당할 수 있다니, 환상적이다. 오늘은 입당을 위해 동창을 팔면, 내일은 돈 때문에 나라도 팔 수 있겠네” “신고하면 입당이라니, 그 학교 입당 정책 진짜 좋네. 정말로 당에 필요한 인재를 찾을 수 있겠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지린사범대 한 학생은 개학 후 지금까지 40여일 동안의 봉쇄 생활에 대해 “산송장”이라며 변하지 않는 사회와 변화를 위한 학생들의 작은 외침마저 묵살하는 중국의 현실에 대해 암담한 심정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