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4일 기준으로 적용되는 ‘잠복기간’ 정확하게 무슨 뜻일까

한동훈
2020년 03월 9일 오후 3:25 업데이트: 2020년 03월 10일 오전 11:42

잠복기간을 영어로는 ‘인큐베이션 피리어드(incubation period)’라고 한다.

미성숙한 채로 태어나는 갓난아기들이 들어가는 ‘인큐베이터’를 가리키는 그 인큐베이션이 맞다. 원뜻은 ‘알 품기’이지만 질병과 관련해서는 잠복이란 뜻을 지닌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잠복기간에 대해 ‘바이러스에 감염돼 병의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일반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잠복기는 2주 이내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종코로나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결과가 제시된다.

미국 의학협회 저널(JAMA)에 지난 2월21일 실린 연구(링크)에서는 신종코로나에 감염된 6인 가족을 조사해 1명의 잠복기를 19일로 밝혀냈다.

중국 호흡기 질병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2월 6일 신종코로나의 잠복기를 최장 24일이라고 했다(논문링크).

중국 내 31개 성·시에 있는 병원 552곳 확진환자 1,099명의 임상기록을 집계한 결과였다. 다만 24일은 특이한 개별사례에 속했고 평균적으로는 3.0일이었다.

후베이성에서는 신종코로나 감염된 70대 남성이 27일간 호흡기 등에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잠복기가 이보다 더 길 수 있다는 내용도 보고됐다.

또한 감염 후 28일 만에 처음으로 발열 증상을 나타낸 남성의 사례도 있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약품을 준비하고 있다. | STR/AFP via Getty Images

잠복기간이 14일 이상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종코로나 폐렴으로 직격탄을 맞은 중국에서도 인식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중국 정부가 지난 2월 22일 신종코로나 잠복기가 14일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는 아직 14일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신종코로나의 잠복기를 2~14일로 추정한다.

영국, 호주, 프랑스, 인도, 이탈리아와 캐나다, 한국 역시 격리기간을 14일로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신종코로나 관련 문답(링크)에서 “잠복기 1~14일, 일반적으로 5일”로 밝혔다. 다만, 추후 수정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전 세계에서 신종코로나 극복을 위한 과학자들의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연구결과를 좀더 지켜보고 잠복기간을 수정하자는 의견도 많다. 잠복기간에 맞춰 격리기간 14일을 연장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국내에서 16번째로 확진 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거쳐간 광주 시내 한 병원에서 4일 방역복을 입은 직원이 의료폐기물을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사회적 비용과 개인 부담이 커지고, 보건당국의 방역대책도 더욱 복잡해진다.

신종코로나 사태의 물결 속에 잊혀졌지만, 한국은 지난 1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성공적으로 막아내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불법 축산물 휴대에 대한 과태료 상향조정(최대 1000만원), 양돈농가에 울타리·포획틀 제공, 발생국으로부터의 철저한 차단 등 사태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은 방역당국의 대응 덕분이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서 성공사례 발표를 하기도 했다.

스위스 바이오기업 최고과학책임자(CSO)인 바이러스학 전문가 둥위훙 박사는 이달 초 본지 인터뷰에서 환자가 급증하는 한국 상황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쳐도 아직 안 늦었다”며 “지금이라도 철저한 방역 통제를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소규모 지역감염으로 신종코로나 감염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그간 성공사례를 쌓아왔던 한국 방역당국의 실력발휘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