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1700만원 포상금” 中 공안당국, ‘진상 전단’ 차단에 혈안

한동훈
2020년 08월 11일 오후 9:16 업데이트: 2022년 05월 28일 오후 8:37

최근 중국 공안당국이 금지 단체로 낙인찍은 종교활동 단속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주민 신고 포상금제가 핵심이다. 사실상 중국의 수련단체인 파룬궁을 겨냥한 새로운 탄압 정책으로 풀이된다.

중국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공안당국은 지난 6월부터 최고 10만 위안(1700만원)의 신고 포상금을 걸고 주민들의 신고를 유도하고 있다. 신고 대상은 당국에서 금지한 종교활동에 관련된 현수막이나 전단, USB 메모리 등 홍보물과 그 유포자다.

언론 검열이 심각한 중국에서 파룬궁 수련자들은 탄압의 잔인함과 부당성을 알리는 내용의 홍보물을 중국의 집마다 전달하고 있다. 이를 수련자들은 진상(真相) 활동이라고 부른다. 이를 담은 자료가 ‘진상 전단’이다. 중국 공산당도 편의상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

중국 지자체 대다수는 이번 종교활동 관련 신고 캠페인에서 특정 단체를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현수막과 전단, USB 메모리 등 신고 대상으로 볼 때 파룬궁을 지목하고 있음이 명확하다.

지자체에서 발표한 관련 방안에 따르면, 이번 캠페인은 중국 공산당 정치법률위원회, 공안부, 국무원 610호 판공실에서 주도했다. 610호 판공실은 법적인 근거 없이 장쩌민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지시로 설치된 파룬궁 탄압 전담기구다.

중국 최대 관영 사이트 시나닷컴에 따르면, 산둥성 공안청은 지난 6월부터 두 달간 성 전체의 공안기관을 동원해 파룬궁 수련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산둥성 인터넷 매체 치루넷은 지난달 21일 산둥성 저우핑시 공산당 위원회, 정법위, 공안국이 공동으로 허가 외 종교활동을 단속하기 위한 신고 포상제를 도입했으며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난성 공안청은 지난 6월부터, 광둥성 공안청은 5월부터 비슷한 내용의 신고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각각 신고 포상금을 10만 위안(약 1천7백만원)으로 책정했으며 광둥성 공안청의 경우 캠페인 기간을 2022년까지 3년으로 정했다.

저장성 이우시 공안국에서도 지난 5월부터 같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 방안에는 ‘파룬궁’이 여섯 번 언급됐다. 신고 대상은 인터넷 방화벽을 돌파하기 위한 ‘VPN 우회 접속 소프트웨어 사용자’까지 확대됐다.

수만원~천만원대 포상금 내걸고 주민 참여 유도

안후이성 황산시는 관련 부서 공식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전 국민 참여”라는 문구와 함께 “1만 위안(약 170만원)의 포상금이 당신을 기다린다”는 내용을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파룬따파(파룬궁의 정식명칭)는 좋은 것입니다” 같은 파룬궁 관련 문구를 페인트나 스프레이 등으로 써놓았거나 적은 현수막, 뿌려진 전단·CD·간행물을 신고하면 공안기관 확인을 거쳐 최고 5백 위안(약 8만5천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또한 파룬궁에 관한 홍보물을 보관 혹은 제작하는 장소를 제보하면 최고 5천 위안(약 85만원), 인터넷 방송 활동에 관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면 최고 1만 위안의 포상금을 제공한다고 해당 게시물에서는 밝혔다.

중국 당국은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와중에서도 파룬궁 수련자 체포를 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 서버를 둔 파룬궁 정보사이트인 밍후이왕은 올해 상반기 중공 당국이 28개 성·자치구·직할시의 총 238개 지역에서 최소 5천313명의 파룬궁 수련자를 체포했다고 집계했다.

이는 신원이 확인되고 당국의 인터넷 방화벽을 우회해 제보된 것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 체포된 숫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밍후이왕에 따르면 지난 4월 9일 오후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 사는 파룬궁 수련자 장쥔 씨와 4명은 우창시에서 중공 바이러스에 관한 내용을 담은 전단을 배포하다가 붙잡혀 파출소로 연행됐고 이 과정에서 구타를 당했으나 이를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협박을 당했다.

광둥성 기관지인 남방일보는 지난 6월 17일 자에서 광둥성의 파룬궁 수련자들이 주민들에게 파룬궁에 관해 내용을 구두로 말하거나 자료물 형태로 배포하다가 신고당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국제단체 “파룬궁 탄압, 법적 근거 없다”

미 국무부는 ‘2017년 국제 종교 자유 보고서’에서 중국 내 몇몇 기독교 단체와 파룬궁 등 수련단체가 ‘사이비 종교’로 몰려 탄압받고 있으며, 파룬궁 수련자 최소 50여명이 ‘법 집행 훼손’ 혐의로 체포 기소됐다고 밝혔다. ‘법 집행 훼손’은 중국 당국이 반체제 인사를 잡아넣을 때 자주 적용하는 혐의다.

보고서에서는 중국은 형법을 통해 금지된 단체를 ‘사이비 종교’로 정의 내리고 그 구성원에게 최고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지만, 어떤 기준에 따라 사이비 종교로 정의하는지 명문화된 규정이나 심사 과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이 불법적인 수단으로 파룬궁을 박해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파룬궁과 유사한 다른 단체를 근절하기 위해 공산당이 통제하는, 법외기관을 유지한다고 했다. 법외기관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기관이다.

미국 워싱턴의 인권 관련 비정부단체(NGO)인 프리덤 하우스는 2017년 발행한 ‘중국 종교 자유 보고서'(중국어판)에서 “국제적 학자들이 반복해서 얻은 결론은 파룬궁에는 사이비 종교의 특징이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 공산당은 우선 파룬궁을 폭력 탄압하고 그 후 사이비 종교라는 낙인을 찍었는데, 이는 파룬궁을 탄압하다가 국내외의 비판이 제기되자 그제야 방법을 바꾼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종교탄압을 추적하는 온라인 매체 ‘비터 윈터’ 편집장 겸 저명한 국제 종교학자인 마시모 인트로빈 박사는 “중국 공산당은 파룬궁을 탄압하기 위해 오명을 씌운 것”이라고 말했다.

인트로빈 박사는 “박해에 연루된 중국 공산당 책임자에게 미국이 ‘세계마그니츠키인권문책법’을 적용해야 한다. 다른 나라들도 이와 비슷한 입법을 추진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통과된 이 법은 미국이 전 세계 인권탄압·부패 관리 제재를 가능하게 했다.